포스트 펑크 밴드 ‘텔레파시’
[착한 콘서트, 두드림 36회] 포스트 펑크 밴드 ‘텔레파시’
‘록은 우리를 춤추게 할 수 있을까?’
포스트 펑크 밴드 ‘텔레파시’의 보컬 최석씨에게 물었더니 재미있는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 음악은 방구석 댄스 뮤지∼크” (부산 사나이의 웃음)
그의 말을 믿고 텔레파시의 시디를 플레이했다.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발랄한 리듬에,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출 수 없었다.
어느 순간, 가사가 더 크게 들렸다. 눈물 머금은 청춘의 감성이 스파크를 일으키며 피어내는 ‘슬픈 즐거움’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얼핏 들으면 즐겁고 화려한 음반이지만 들여다보면 좀 슬퍼요. 우리 음악엔 청춘의 불안함과 고독이 담겨 있다고 해야 하나. (웃음) 험난한 세상, 텔레파시의 음악이 소년소녀에게 위안이 됐으면 좋겠어요.” (테테)
# “음악으로 당신과 교감하겠어”
2007년 결성한 텔레파시는 펑크밴드 ‘게토밤즈’ 출신의 최석(보컬)을 중심으로 네스티요나의 이용진(드럼), 테테(베이스), 황재연(기타), 박유석(영상)이 모여 만든 5인조 포스트 펑크밴드다. 2001년 쌈싸페의 숨은 고수로 뽑혀 실력을 인정받은 최석은 부산에서 올라왔다.
“처음엔 재미있게 놀아보자고 시작했죠. 그래서 멤버들도 제 권유에 부담 없이 들어왔는데, 어느 순간 진지해지기 시작했어요. 앨범을 내면서 욕심이 생긴 거죠.” (최석)
첨단 일렉트로니카를 내세우고 있지만, 복고 음악을 할 것 같은 밴드 이름 ‘텔레파시’는 큰 고민 없이 지어졌다.
“공상 과학 소설이나 영화(SF)를 너무 좋아해요. 음악에 그런 메시지를 담고 싶었죠. 요즘엔 ‘음악으로 당신과 교감하겠다’고 밀고 있어요.” (테테)
1집 앨범 ‘휴먼 에볼루션 (Human Evolution)’은 한국 ‘록신’에 불고 있는 ‘댄스록’의 시발점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09년 이비에스(EBS) 신인밴드 발굴 프로젝트인 ‘헬로루키 오브 더 이어’에서 특별상을 수상하면서 텔레파시의 존재감은 뚜렷해졌다.
“솔직히, 내심 기대를 했어요. 대상, 대상, 대상! (웃음) 대상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죠. 특별상은 2등이잖아요. 너무 좋았지만, 약간은 아쉬웠죠. 그 기분이 교차되면서 어지러워 수상소감도 제대로 못했어요. 주변 동료들이 기쁘지 않느냐고 물어보고. 결국, ‘텔레파시 만세!’하고 내려왔잖아요.” (최석)
# 록 스테이지와 댄스 플로어의 능력자들
텔레파시는 기타와 베이스, 키보드와 드럼이라는 록밴드의 포맷으로 연주자는 댄스음악을 지향한다. 그들의 음악은 지금, 세계 대중음악의 흐름 한 가운데 있다. 록과 일렉트로닉은 경계를 허물었고, 록스테이지와 댄스 플로어를 열광시키는 성공했다. 거기에 영상 퍼포먼스까지 가세했다. 요즘 말로 ‘능력자’들이다.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영상도 다른 감각이 충족되면 더 가치가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 음악을 찾게 됐죠. 라이브 공연을 하는 곳에서 음악과 영상이 결합하면 얼마나 좋을까 고민했어요. 일렉트로닉 클럽에서 활동하는 브이제이(VJ)라는 걸 알게 됐죠. 텔레파시를 만난 건 행운이었죠.” (박유석)
인디밴드로는 드물게 브이제이(VJ)가 있는 텔레파시의 공연은 한 편의 ‘크리에이티브 쇼’와 같다.
# 트렌드를 선도하는 ‘빅 웨이브’
텔레파시의 음악은 인디신에서 독보적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에 선보인 2집 앨범 ‘빅 웨이브 (Big Wave)’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포스트 펑크를 기반으로 일렉트로닉, 신스팝, 뉴웨이브, 포스트록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내공을 과시했다.
“우리들 마음 속에는 첫 앨범이나 다름없죠. 그만큼 공을 많이 들였어요. (웃음) 록과 일렉트로닉과 텔레파시의 방식으로 조화시키면 우리만의 스타일이 되겠다는 것도 터득하게 됐죠.” (황재연)
타이틀 곡 ‘판타스틱 러브’는 앨범에 실리기 전부터 여러 라이브 무대를 통해 사랑받았다. 지금 막 사랑에 빠진 남성이 달콤하게 속삭이는 가사가 귀에 들어왔다. 경험담으로 만든 곡일까?
“그간 살아오면서 겪었던 수 많은(?) 연애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했다고 하면 안 되겠지만 (웃음) 추억들의 일부를 꺼내서 가사로 썼죠. 이거 참, 얘기하기가 조심스러워지네요.” (최석)
# 새로운 시도가 두렵지 않은, 진화하는 밴드
인디 음악의 흐름에 밝은 이들은 텔레파시에게 일렉트로닉이란 장르를 선택한 이유를 묻는다. 분명한 건 그들의 음악은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점점 더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펑크 음악으로 시작했지만, 일렉트로닉이란 전자음악을 좋아했어요. 이 음악을 록밴드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싶었죠. 펑크의 단순함과 일렉트로닉의 심플함이 제 머릿속에서 섞여 버렸다고 해야 하나. (웃음) 그런 매력 때문에 막연하지만, 새로운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물론, 어렵긴 하죠.” (최석)
텔레파시는 여름을 기다리고 있다. 더욱 많은 관객을 춤추게 할 준비는 이미 시작됐다.
“록 공연장에서는 시원하게 질러주는 게 필요한데, 아무래도 절제미가 있는 음악이니까 공연 때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테테)
“앞으로 관객들과 호흡할 수 있고, 저희들도 속 시원하게 내지를 수 있는 곡을 많이 만들겠습니다. 텔레파시가 라이브하면 아무도 살아남을 수 없을 겁니다. 즐겁게 미쳐봅시다.” (최석)
인터뷰 내내 말을 아끼던 막내 황재연씨가 마지막으로 꼭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올해로 서른 두 살이 된 테테형이 솔로 앨범을 내게 생겼습니다. (웃음) 제가 종신계약을 하고 싶을 만큼 곡이 참 좋아요. 3월에 앨범 나옵니다. 많이 도와주십시오.” (황재연)
영상·글 박수진 피디 jjinpd@hani.co.kr 사진 러브락 제공
# “음악으로 당신과 교감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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