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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피아노 선율에 올려놓은 사계절의 기억

등록 2011-03-07 10:24수정 2011-03-07 14:26

재즈 피아니스트 정원영. 사진 파운드 매거진 제공
재즈 피아니스트 정원영. 사진 파운드 매거진 제공
[착한콘서트, 두드림 37회]재즈 피아니스트 정원영
교수 신분으로 7년 만에 독집앨범 낸 ‘왕성한 현역’
“그거 아세요? 제 나이 때, 저만큼 부지런한 음악인도 드물어요.” (웃음)

재즈 피아니스트 정원영이 7년 만에 5집을 냈다. 독집 앨범은 7년 만이지만, 스스로 “공백이 없었다”고 큰소리친다. 2006년, 제자들과 빚어낸 ‘정원영 밴드’의 첫 앨범을 시작으로 2009년 두 번째 앨범까지, 밴드와 독집 앨범 사이를 부지런히 넘나들었다.

“제 습작노트를 펴보면 밴드로 표현해야 하는 곡이 있고, 솔로로 표현해야 하는 곡이 있어요. 이번 5집 앨범은 10년 넘게 써놨던 피아노곡을 모아놓은 것이죠.”

피아노와 기타, 소편성 현악기로 구성된 타이틀 ‘겨울’을 제외한 곡은 대부분 피아노 독주다. 본업인 ‘피아노’로 돌아온 그는 “중간 점검을 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HANITV1%%] 


# 45자 긴 설명 대신 그냥 ‘정원영 5집’

10곡으로 채운 그의 새 앨범 표지는 사진가이자 그의 친구인 김중만의 글씨로 채워졌다.

“‘꿈과 한패인 선잠에 눌려있다 가까스로 빠져나온 그 빈 침대에는 누군가는 그리워할 내 냄새가 아직 남아 있을꺼야’는 너무 긴 제목이니 그냥 ‘정원영 5집’으로 기억해주세요.” (웃음)

45자로 이어진 긴 문장처럼 이 앨범은 과묵하게 지나온 사계절을 노래하고, 연주한 그의 인생이 담겨있다. 그는 사람들이 들었을 때, 위로가 될 수 있고 스스로에게도 ‘위로’가 되는 곡을 써가고 있을 뿐이라고 한다.


음악인 정원영씨가 ‘착한 콘서트 두드림’ 촬영을 위해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 ‘루바토’ 제공
음악인 정원영씨가 ‘착한 콘서트 두드림’ 촬영을 위해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 ‘루바토’ 제공
“곡을 써놓고 정리하다보니까, 사계절로 배열하게 됐어요. 내 작품에 어머니에 대한 곡을 꼭 넣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중학교 2학년이 된 아들을 키워보니 어머니의 심정을 알 것 같기도 하고 그래요. 앨범엔 어머니를 잃고 봄을 떠올리며 쓴 ‘봄타령’도 있고, 어느 날 티브이에서 입양아에 대한 다큐를 보고 만든 곡 ‘5월’도 있죠.”

# “외롭고, 쓸쓸한 깡촌의 기억, 그게 나의 진심”


재즈 피아니스트 정원영. 사진 파운드 매거진 제공
재즈 피아니스트 정원영. 사진 파운드 매거진 제공
정원영의 작품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피아노 앨범을 권유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래서 그는 더욱 감정에 솔직해 질 수 밖에 없었다.

“어릴 적 외갓집에서의 생활, 서울 장충동에서 겪었던 ‘깡촌’에 대한 기억이 모두 슬픔의 모티브였죠. 외롭고, 쓸쓸한 정서에 익숙해졌어요. 듣는 분들이 슬프다는 이야기도 많이 하지만, 그게 제 진심인걸요.”

앨범엔 여러 음악동료들이 참여했다. 정원영 밴드를 함께하는 홍성지와 오랜 친구 엄정화 뿐만 아니라 이적, 루시드폴, 주윤하 등이 참여한 밴드 곡 ‘클래스 15’를 마지막 곡으로 담았다. 히든 트랙은 다음 앨범에 대한 암시이기도 하다.

“밴드 곡을 꼭 넣고 싶었는데, 적군(이적)이 무척 반대를 하더라고요. 밴드 음악이 앨범의 흐름을 방해한다면서 말이죠. 타이틀곡인 ‘겨울’도 빼자고 하더군요. 적군인지 아군인지 정말….”(웃음) 

# 재즈 피아니스트, 교수, 작곡가, 그리고 장재인의 선생님

정원영. 이제 그를 한 마디로 정의하긴 쉽지 않다. 재즈 피아니스트, 교수, 작곡가 등 현재 진행형인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지난해에는 슈퍼스타 케이의 본선에 오른 장재인의 선생님으로 주목을 받았다.

“후배들에게 동등한 현역 음악인이고 싶어요. 선배가 아니라, 선배니까 이 정도 하면 되겠지가 아니라(웃음), 후배들에게 지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늘 같이 가는 동료 음악인이면 좋겠어요.”

후배들이 “욕심쟁이 정원영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만큼 그는 분야를 아우르는 ‘음악가’이자 ‘교육자’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 “인문학과 접목한 음악, 상상의 날개를 펼쳐라

“인문학을 모르면 예술 창작을 할 수 없어요.”

그는 지난 학기 과제로 ‘짐 자무시 영화 감상평’과 ‘실용음악과 입시제도의 문제점’을 리포트로 주문했다.

“음악 전공자가 아닌 사람들이 더 많은 상상력을 가지고 음악을 표현하는 것 같아요. 반면에 음악 전공자들은 훈련된 기능적인 것을 먼저 내세우려는 경향이 있죠. 입시제도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인데, 그런 것을 깨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학생들과 같이 풀어나가려고 하죠.”


음악인 정원영씨가 ‘착한 콘서트 두드림’ 촬영을 위해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 ‘루바토’ 제공
음악인 정원영씨가 ‘착한 콘서트 두드림’ 촬영을 위해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 ‘루바토’ 제공
후배들에게 ‘음악적 멘토’를 자처하는 그는 인디신에서 활동하는 음악인들에게 진심 어린 당부도 잊지 않았다.

“우선, 술 좀 작작 드시고.(웃음) 전 운이 좋아서 학교에서 후배들을 가르치면서 음악을 하고 있죠. 사실, 음악만으로 생활을 한다는 건 불가능해요. 정말 음악을 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다른 직업을 가지고 생활을 용이하면서 음악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해야 음악이 순수해지고,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거든요.”

영상·글 박수진 피디 jjinpd@hani.co.kr, 사진 루바토 제공 

■ 이럴 땐, 이런음악

정원영의 5집 앨범엔 피아노가 한 가운데 있다. 오로지 그의 긴 손가락이 누르는 피아노 건반들, 목소리 그리고 소박한 악기 뿐이다. 정원영의 목소리는 더 간결해졌고, 낮고 깊은 피아노 선율이 그 사이를 메워준다. 눈을 감고 그 모든 소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자.

♪겨울

‘우린 사랑을 두려워한 건가요/ 사랑을 시작하긴 하나요/ 부딪혀 보지 못한 인연은/ 이리 아픈지 그댄 어떤지’ (겨울 중에서)

정재일의 기타와 현악 사중주 그리고 정원영의 피아노로 그려내는 ‘겨울’에는 서늘한 톤의 목소리로 어긋난 인연과의 그리움, 아픔을 그렸다.

♪5월

‘힘겹던 시간들 조금씩 사라져/ 어느새 희미해진 네 모습/ 메마른 눈가엔 깊은 주름 생겨/ 날 다시 알아 볼 수 있을까’ (5월 중에서)

어느 덧 아이의 아버지가 된 정원영. 그가 해외로 입양을 가야하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노래로 담았다.

박수진피디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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