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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홍대 마녀’ 오지은, 지금은 늑대들과 연애중

등록 2011-04-05 11:15수정 2011-04-05 14:51

기타팝밴드 ‘오지은과 늑대들’. 사진 해피로봇레코드 제공
기타팝밴드 ‘오지은과 늑대들’. 사진 해피로봇레코드 제공
[착한 콘서트 두드림] 39회 기타팝밴드 ‘오지은과 늑대들’
집나간 ‘연애 세포’ 되돌리는 오지은의 사랑 번외편

‘홍대 마녀’ 오지은이 달려졌어요.

2011년 3월의 마지막 일요일. 민트페스타 콘서트에서 만난 오지은은 무대 위를 폴짝폴짝 뛰어다니고 있었다. 2007년과 2009년에 발표한 두 장의 앨범 ‘지은’을 통해 ‘서러운 음악’을 들려주던 이야기꾼 오지은이 관객들에게 ‘떼창’을 부르게 하고 있다니. 대체,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어머! 저도 밝은 음악하고 싶어졌어요.” (오지은)

‘어후∼ (늑대들의 웃음소리)’ 4명의 ‘훈남’ 늑대들과 함께 기타팝 프로젝트 ‘오지은과 늑대들’을 결성한 오지은과 정중엽(기타), 신동훈(드럼), 박순철(베이스), 박민수(건반)씨를 무대 뒤에서 다시 만났다.


# 사랑과 이별의 순간을 ‘플레이’

2009년 여름, 오지은은 일본 훗카이도로 기차여행을 떠났다. 2집 활동을 마무리하고 3개월이 지난 시간이었다. 그의 2집 앨범 ‘지은’엔 20대의 짙은 고민이 무거운 음색으로 담겨있다.

“솔로 앨범 때는 제 얘기를 썼어요. 누가 노래에 대해 안 좋은 얘길하면 그게 꼭 제 인생을 지적하는 것처럼 들려서 상처를 많이 받았죠. 많이 지쳐서 여행을 떠났고, 그때 피치카토 파이브의 라이브 앨범을 챙겨갔어요. 앨범에 신나는 곡들이 많은 거에요. 문득, 난 왜 이런 감정을 이야기하지 못했을까. 새벽이 아니라 대낮에 들을 수 있는 신나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지은)


오지은과 늑대들
오지은과 늑대들
그동안 자신의 이야기로 만든 노래를 불렀던 오지은은 친구의 친구들이 들려줄 법한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었다. 이번엔 ‘사랑해서 미치겠어!’ 혹은 ‘이별해서 슬퍼!’란 진부한 사랑이야기를 뛰어 넘는 골라 듣는 재미가 있는 남의 이야기였다.

“시덥지 않은 사랑과 이별의 순간도 이야기가 되겠구나 싶었어요. 작가가 된 기분으로 데이트가 잘 안 풀리는 여자, 지금은 남자 마음속에서 방석 한 장이지만 언젠가는 소파가 되겠다는 호탕한 여자 등을 상상해봤고요. 실제로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아저씨를 짝사랑하는 친구를 보고 ‘아저씨 미워요’란 곡도 쓰게 됐죠.” (웃음)

‘오지은과 늑대들’의 앨범을 플레이하면 ‘전력질주’를 하게 된다. 1번 트랙 ‘넌 나의 귀여운!’부터 6번 트랙 ‘사실은 뭐’에 이르기까지 사운드 에너지는 박력이 넘친다. 발걸음이 덩달아 가벼워진다. 폭소를 연발하게 하는 가사 역시 예사롭지 않다.

‘하나 좋으면 두 개가 미워지고, 세 개가 미우면 네 개가 좋아져. 어떻게 해.’ 콩깍지 쓰인 소녀가 남자친구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솔직하게 고백한 곡 ‘넌 나의 귀여운!’을 비롯해 ‘네가 만약 내게 비싼 밥을 사준대도 나는 너와 절대로 사귀지 않을래. 왜냐하면 너는 날 볼 땐 항상 다른 데만 보니까.’ 상대를 정중하게 거절하고 싶은 예의바른 소녀의 이유 있는 고백을 담은 곡 ‘사귀지 않을래’ 등의 가사는 집나간 ‘연애 세포’를 되돌아오게 만드는 오지은식 사랑의 번외편이자, 새롭게 발견된 감성들이다.

# “우리 뽀뽀했으니까, 사귀는 거야” 

기타리스트 정중엽은 “‘오지은과 늑대들’의 조화는 오지은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털어놨다.

“홍대 여신들이 신전에 있을 때, 홍대 마녀는 들판에 나와서 늑대들을 불러 모았죠. (웃음) 4년째, 지은씨와 세션작업을 함께 하면서 오지은이라면 거친 사운드의 늑대들을 키울 법하다고 생각했어요.” (정중엽)

솔로 앨범 작업의 모든 결정권은 오지은에게 있었지만, 기타팝 프로젝트 ‘오지은과 늑대들’ 앨범은 5명 공동의 결과물이다. 밴드 결성은 자연(?)스러웠다. 그들은 이미 한 배를 타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기타팝밴드 ‘오지은과 늑대들’. 사진 해피로봇레코드 제공
기타팝밴드 ‘오지은과 늑대들’. 사진 해피로봇레코드 제공
“연애로 비유하자면, 굳이 사귀자는 얘기는 안하고 ‘우리 뽀뽀했으니까, 사귀는 거야’ 그치?” 정도. (박순철)

“중엽과 동훈은 2집 전부터, 순철 오빠와 민수는 2집 이후에 합류했죠. 중엽이한테 좋은 건반 좀 소개해달라고 했더니, 학교 동기인 민수를 데려왔지 뭐에요. 동훈이는 군에서 제대하는 날, 세션 제의를 받았죠. (폭소) 디어 클라우드의 용린씨한테 전화해서 드러머를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바로 한 명있다고 하더라고요.” (오지은)

“제대하던 날, 용린형이 차를 몰고 절 마중 나왔어요. 형이 ‘너 세션할래’라고 물어보길래 각 잡고 ‘넵!’이라고 했죠.” (신동훈)

알고 보면 늑대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뮤지션들이다. 신동훈은 이한철 밴드에, 정중엽은 ‘장기하와 얼굴’들에 몸담고 있다. 박순철은 역시 여러 세션과 밴드 ‘꽃’의 멤버로 활동 중이다. 건반의 박민수만이 유일하게 ‘오지은과 늑대들’에만 소속된 뮤지션이다.

‘오지은과 늑대들’이 결성되기 전, 세션으로 데이트만 하는 사이였다가 프로젝트 형태지만 ‘밴드’라는 가족이 생겼으니 의무가 뒤따랐다. 누구보다 바쁜 ‘늑대들’의 고민은 없었을까.

“세션으로 활동하면서 재미있다고 느낀 지점이 있었기 때문에 음악적인 부분은 크게 고민하지 않았어요. 문제는 시간과 책임감이었죠. 현재 활동 중인 ‘장기하와 얼굴들’이 앨범을 만들고 있는데, 과연 병행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정중엽)

실제로 ‘오지은과 늑대들’의 앨범이 발매된 지난해 12월. “1년 수익의 반을 12월에 번다는 늑대들의 살인적인 스케줄 때문에 오지은은 잠시 쉬었다”고 한다. “만나면 대체로 연습 아니면 녹음이에요. 가끔씩 인터뷰하러 모이면 서로 처음 듣고, 처음 하는 이야기에 깜짝 놀라기도 하죠.” (정중엽)


기타팝밴드 ‘오지은과 늑대들’. 사진 해피로봇레코드 제공
기타팝밴드 ‘오지은과 늑대들’. 사진 해피로봇레코드 제공

# ‘봄날의 소풍같은…’ 지금 아니면 못하는 음악

이야기의 끝은 자연스럽게, 오지은의 세 번째 앨범 이야기로 흘렀다.

“봄 날의 소풍, 여름 날의 운동장은 그 순간 뿐이잖아요. 지금을 최대한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앞으로 여러가지 시도를 할 수도 있겠지만, 송충이에게 솔잎이라는 게 있듯이 결국 눅눅한 지하실로 돌아가야 하는 운명이죠. (웃음) 그걸 잘 알고 있기에 지금 최대한 햇빛을 많이 쪼여야죠. 확실한 건, 밝은 음악이 사람들에게 주는 기쁨이 분명히 있다는 걸 느꼈어요.” (오지은)

‘오지은과 늑대들’의 결말은 아무도 모른다. “지금 ‘하고 있다’는 사실과 ‘같이 하고 있는 것’이 즐겁고, ‘같이 하고 싶다’는 것이 중요하다”는게 멤버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지금 아니면 못하는 음악을 바로 지금 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들려주는 음악이 더 즐거운게 아닐까.

박수진 피디 jjinpd@hani.co.kr, 사진 해피로봇레코드 제공

■ 이럴 땐 이런 음악

‘홍대 마녀’로 불리는 오지은. 그는 홍대 마녀가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게 다 아이라인 때문이에요.” (웃음)

어쨌든, 그는 최근 짙은 아이라인 화장을 지우고 달콤한 사랑에 빠졌다. 그것도 남성의 스킨향을 펑펑 뿜어내는 4명의 늑대들과 공개적으로 말이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하지만, 부러우면 지는 거에요!)

“나도 신나는 음악을 하겠어!”라는 ‘오지은’의 욕망의 불꽃이 기타팝 프로젝트 ‘오지은과 늑대들’의 결성에 이르렀으니. 과연 이 프로젝트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 것인가! 그들도 몰라요. 아무도 몰라요.  

관전 포인트는 재기발랄한 편곡과 불쑥불쑥 나오는 파괴본능 그리고 청순한 가사, 흥얼대기 좋은 멜로디 등이 되겠다. 일단, “지금 넘실대는 에너지를 담아 우리도 즐겁고, 듣는 사람들도 즐거운 음악을 열심히 만들어보고 싶다 (오지은)”고 한다. 지금 당장 뛰어나가 당신을 연애하게 만들 ‘오지은과 늑대들’의 추천곡을 지금 바로 만나보자.

   

♪ 사귀지 않을래 

데모작업 때부터 타이틀곡으로 내정됐었던 이 곡은 마음을 주지 않는 이성에 대해 전전긍긍하는 마음을 그려냈다. 상대를 정중하게 거절하고 싶은 여자 아이의 예의 바른 노래 ‘사귀지 않을래’에서는 기타리스트 ‘정중엽’의 코러스와 ‘오지은’의 강약을 오가는 보컬의 연기가 돋보인다.  

♪ 아저씨 미워요

“너는 또 다시 내 말을 흘려 들어/그리고 니 마음을 안주려/하지만 내가 널 좋아하는 마음이/가끔은 기분 좋지는 않니…” (‘아저씨 미워요’ 중에서)

그 동안 자신의 이야기로 만든 노래만 불렀던 ‘오지은’이 ‘오지은과 늑대들’의 앨범을 통해 아는 친구의 친구들이 들려줄 법한 엉뚱한 이야기를 지어냈다. 사랑에 빠진 여자들을 대신해 노래하는 친구 혹은 언니 오지은의 3인칭 하이킥에 귀 기울여보자.

[착한 콘서트 두드림] 15회 오지은편 다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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