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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집장사 건물’ 다세대·상가, 국가대표 출격

등록 2016-05-26 15:17수정 2016-05-27 18:03

중앙홀에 선보이고 있는 36개의 한국 도시 건축물 모형들. 다가구, 다세대 주택, 상가주택 등 지금 현재 한국 도시의 가장 보편적인 건축유형들을 모아놓았다. 벽면에는 서울 등 한국도시의 인구와 경제, 건축유형 등의 사진과 분석내용을 담은 패널들이 보인다.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중앙홀에 선보이고 있는 36개의 한국 도시 건축물 모형들. 다가구, 다세대 주택, 상가주택 등 지금 현재 한국 도시의 가장 보편적인 건축유형들을 모아놓았다. 벽면에는 서울 등 한국도시의 인구와 경제, 건축유형 등의 사진과 분석내용을 담은 패널들이 보인다.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베네치아 비엔날레 건축전 D-1…한국관 ‘용적률 게임’ 전시
옥탑방을 짓고 발코니와 베란다를 거실, 다용도실로 끌어들인 한국 특유의 다세대, 다가구, 상가건물들이 한국건축의 대표선수가 되어 세계 무대에 우르르 몰려나왔다. 2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건축제인 ‘2016 이탈리아 베네치아 비엔날레 건축전’의 한국관 전시장이 화제의 무대다.

한국건축계 현안인
용적률 주제 삼아
기발한 공간활용법
사진·모형·영상까지…
2년전 황금사자상
연속 수상할지 주목

“꼭 봐야 할 전시관”
NYT의 추천 이어
취재열기도 후끈
작가 88명 본전시에
최재은씨 초청받아
‘DMZ 꿈의 정원’ 출품

베네치아 시내 자르디니 공원 안쪽 구석에 자리한 비엔날레 한국관이 25일(현지시각) 낮 개관식을 열고 서울 등 한국 현대 도시의 전형적인 ‘집장사 건축물’들을 선보였다. 1995년 건축가 고 김석철씨의 설계로 베네치아 시내 자르디니 공원 안쪽에 건립된 한국관은 올해 건축이론가인 김성홍 서울시립대교수가 총감독을 맡았다. 공개된 한국관 내 70여평의 3개 전시장에는 한국 도시와 건축계 현안인 ‘용적률 게임’을 주제로 삼아 건축면적을 늘리기 위해 집장사, 건축주 등이 창안해낸 전형적인 주거, 상가 건축들의 다양한 단면들이 사진, 모형, 영상으로 줄줄이 나왔다. 김 총감독은 “천박한 집장사 건물이라고 건축인들로부터 폄하당했던 도시 변두리의 증개축 건물들이 처음 세계 건축담론의 현장 속에 당당히 한국현대건축의 실체로 등장했다는 점에서 우리 건축계에 던지는 선언적 의미가 크다”고 의미를 풀었다.

용적률 게임을 주제로 전시장을 차린 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 모습. 용적률의 약칭인 ‘FAR’를 인쇄한 빨간 휘장이 출입문 앞에 걸려있다.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용적률 게임을 주제로 전시장을 차린 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 모습. 용적률의 약칭인 ‘FAR’를 인쇄한 빨간 휘장이 출입문 앞에 걸려있다.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전시장은 대지면적에 대한 연면적(건물바닥면적의 합)의 비율을 뜻하는 용적률을 늘리기 위한 건축주, 집장사 업자, 건축가들의 욕망과 고심을 보여주는 얼개로 꾸려졌다. 내부는 크게 다섯 영역으로 나뉘어졌다. ‘용적률 게임’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들머리 도입부에 이어 중앙홀 한가운데에 한국 현대도시의 가장 보편적인 주거, 상업 건축의 전형을 담은 36개 건축물의 갖가지 모형들이 길쭉한 대형 전시대 위에 설치돼 관객의 시선을 이끌어간다. 이 모형들 주위의 벽면에는 서울의 인구밀도, 도시성장에 관한 각종 정보들과 현재 도시의 모습을 개별 건물 얼개까지 세밀하게 포착한 이미지 등을 담은 시각물 등이 붙어 이해를 돕는다. 곡면의 유리 외벽 안쪽에는 이런 건물들이 밀집한 서울 능동 등 변두리 주택가를 찍은 대형 흑백 사진들을 붙여 놓은 것도 흥미롭다. 옥상, 발코니 등 용적률을 의식해 변형시킨 증개축 부분에만 빨간 색을 입혀놓았는데, 구석구석 빨간색들이 출몰하는 주택가의 색다른 풍경에서 용적률이 한국 도시건축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힘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한국관 전시장 일부. 용적률 게임의 산물인 한국의 다가구 주택, 다세대 주택, 상가건물의 단면도와 주요 얼개 이미지들이 보인다.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한국관 전시장 일부. 용적률 게임의 산물인 한국의 다가구 주택, 다세대 주택, 상가건물의 단면도와 주요 얼개 이미지들이 보인다.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이날 개관식장에는 박명진 한국문화예술위원장과 2014년 한국관 기획자인 조민석 건축가 등 150여명의 건축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외부 반응은 호평이 많다. 전시에 대한 반응도 좋은 편이다. 이미 <뉴욕타임스>가 온라인 스타일 매거진에 전시 정보를 소개하면서 한국관을 예멘관, 폴란드관, 미국관, 네덜란드관 등과 함께 이번 비엔날레에서 놓치지 말아야 전시관 6곳으로 선정했고, 영국의 <가디언>, 프랑스 <르몽드> 등 권위지들의 취재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시를 주관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전했다. 이번 한국관 전시는 총감독을 필두로 신은기(인천대 조교수)·안기현(한양대 교수)·김승범(VW 랩 대표)·정이삭(에이코랩 대표)·정다은(코아아키텍츠 팀장) 공동 큐레이터가 기획했고, 출품작 제작엔 강성은(회화), 백승우, 신경섭(이상 사진), 정연두(설치)씨 등 미술가들이 다수 참여했다.

베네치아 비엔날레 건축전은 자르디니 공원과 베네치아 시내 일대에 흩어진 60여개 나라의 국가관 전시와 옛 조선소 자리인 아르세날레에서 열리는 본전시 주제전으로 구분된다. 특히 올해 건축전은 현지에서 역대 어느 행사보다도 주목을 받는 분위기다. 전체 총감독을 맡은 칠레의 소장 건축가 알레한드로 아라베나는 지난해 빈민 등 저소득층이 건축과정에 능등적으로 참여하는 ‘반쪽 주택’으로 세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았던 인물이다. 이번 건축전도 ‘전선(前線)에서의 보고’(Reporting from the Front)란 색다른 주제를 내세웠다. 세계화시대 보통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사회적 건축의 최전선에서 각 지역 건축가들이 벌이는 다기한 시도들을 보여달라는 것이 그의 주문이다. 난민 문제와 극심한 빈부차가 전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만큼 그동안 건축계의 주도적 담론을 형성해온 조형적 트렌드나 건축적 미학보다 더욱 현실적인 사회 참여적 건축의 다양한 대안들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곳곳 변두리의 다가구, 상가주택 밀집지역을 찍은 대형사진패널도 한국관 안에 내걸렸다. 용적률을 늘리려고 테라스 옥상 등을 증개축한 부분을 눈에 띄는 빨간색으로 표시해 사람들의 분출하는 공간적 욕망을 실감할 수 있게 해놓았다.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서울 곳곳 변두리의 다가구, 상가주택 밀집지역을 찍은 대형사진패널도 한국관 안에 내걸렸다. 용적률을 늘리려고 테라스 옥상 등을 증개축한 부분을 눈에 띄는 빨간색으로 표시해 사람들의 분출하는 공간적 욕망을 실감할 수 있게 해놓았다.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각 국가관의 경우 전시 내용이나 출품작 수준은 다소 편차가 있지만, 난민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독일관이나 ‘양호-공공 이익을 위한 기획’을 내놓은 이탈리아관, ‘가정 경제’를 주제로 삼은 영국관, ‘아마존 전선’을 내건 페루관 등이 벌써 화제가 되고 있다. 본전시에 참여한 37개국 88명의 작가들 가운데 50명은 처음 초대됐으며 33명은 40세 이하 젊은 작가들이기도 하다. 특히 일본에서 활약해온 한국 설치작가 최재은씨도 이번 본전시에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시게루 반과 함께 한반도 비무장지대에 보행로와 꿈의 정원을 짓는 구상을 담은 작품을 출품해 주목된다. 비엔날레 조직위는 28일 개막식 때 최고의 국가관과 연구프로젝트에 주어지는 황금사자상과 평생공로상, 젊은 건축가에게 주어지는 은사자상과 특별언급상 등의 수상 내역을 발표할 예정이다.

최재은이 일본 건축가 반 시게루와 협업해 베네치아 비엔날레 건축전 본전시에 출품한 ‘꿈의 정원’.    국제갤러리 제공
최재은이 일본 건축가 반 시게루와 협업해 베네치아 비엔날레 건축전 본전시에 출품한 ‘꿈의 정원’. 국제갤러리 제공

1895년 미술전시를 모태로 창설된 베네치아 비엔날레는 미술, 연극, 영화, 건축을 포괄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종합예술제다. 비엔날레라는 용어도 바로 이 행사에서 나온 것으로 ‘모든 비엔날레들의 어머니’라고 불린다. 건축부문 비엔날레는 미술보다 한참 늦은 1980년 처음 시작돼 올해가 15회째다. 홀수해는 미술, 짝수해는 건축 부문에서 번갈아 열린다. 한국관은 2014년 비엔날레 때 조민석 건축가와 배형민 서울시립대교수가 남북 분단 건축사를 소재삼아 기획한 ‘한반도 오감도’전으로 황금사자상을 받은 바 있다. 올해 건축전에서 국가관 연속수상이란 쾌거를 이룰 수 있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베네치아/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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