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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100도] “시함뮤는 떨림, 시민, 촛불, 노래였다”

등록 2017-01-06 19:26수정 2017-01-08 22:08

광장에 선 ‘시민들과 함께하는 뮤지컬배우들’

2008년 17살 촛불소녀 김가람이
2016년 광장뮤지컬 조연출 맡고
1987년 6월의 노래패 이정열은
다시 광화문 배우들의 맏형 역할
‘록키’ 엎어진 조휘는 전속배우로

변정주-이정열-구소영 등 뜻모아
“공연 없는 배우들 광장 모이자”
SNS 타고 삽시간에 지원자 몰려
‘구단주’ 손종학은 뒤풀이 지원
지난해 11월18일 청계광장에서 있었던 시함뮤(시민들과 함께하는 뮤지컬배우들) 1기 참여자들이 촛불을 들고 천막에 모였다. 시함뮤 제공
지난해 11월18일 청계광장에서 있었던 시함뮤(시민들과 함께하는 뮤지컬배우들) 1기 참여자들이 촛불을 들고 천막에 모였다. 시함뮤 제공
“너는 듣고 있는가 분노한 민중의 노래/ 다시는 노예처럼 살 수 없다 외치는 소리/ 심장 박동 요동쳐 북소리 되어 울리네/ 내일이 열려 밝은 아침이 오리라”.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민중의 노래’가 광장에 울려 퍼졌다. 매주 토요일이면 서울 시청 앞과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100만 이상의 촛불집회에 이만큼 어울리는 노래가 또 있을까. 빅토르 위고가 쓴 동명소설을 무대에 올린 뮤지컬 중 합창곡으로 정의와 자유를 위해 떨쳐 일어서는 시민들의 혁명 의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18일 시함뮤(시민들과 함께하는 뮤지컬배우들)가 서울 청계광장에서 부른 이 노래는 11월26일 광화문광장으로 이어지고 해를 넘겨 다시 불리고 있다. 특히 세월호 참사 1000일을 맞아 9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세월호 추모음악회’에서도 이 노래가 울려 퍼진다.

지난달 31일 10차 광화문광장 촛불집회에서 시함뮤는 박건형 등이 참여해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상록수’ 등을 열창했다. 그동안 시함뮤는 광장에서 ‘내일로’(One Day More)를 비롯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슬픔을 담은 ‘나 여기 있어요’,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의 ‘빛’ 등을 불렀다.

지난 4일 서울 인사동 주점 ‘천강에 비친 달’에서 시함뮤의 주역인 변정주 연출, 이정열·조휘 배우, 김가람 조연출, ‘구단주’로 통하는 손종학 배우를 만났다.

‘노래로 촛불을 든’ 시함뮤 주역들이 지난 4일 서울 인사동의 주점 ‘천강에 비친 달’에서 시함뮤 활동의 의미와 뒷얘기를 나눴다. 왼쪽부터 손종학·이정열 배우, 변정주 연출, 김가람 조연출, 조휘 배우. 손준현 기자
‘노래로 촛불을 든’ 시함뮤 주역들이 지난 4일 서울 인사동의 주점 ‘천강에 비친 달’에서 시함뮤 활동의 의미와 뒷얘기를 나눴다. 왼쪽부터 손종학·이정열 배우, 변정주 연출, 김가람 조연출, 조휘 배우. 손준현 기자

#변정주 “민주 외침 동참에 만족”

변정주 연출이 먼저 시함뮤가 모이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촛불집회에 배우들은 참여하고 싶어했지만 공연 일정 때문에 참여를 못하니까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많더라고요. 페이스북을 통해 ‘공연이 없는 배우들을 모아 광장에서 시민과 한목소리로 노래를 부르자’고 이정열 선배, 구소영 음악감독 등과 뜻을 모았어요. 아, 그런데 순식간에 댓글이 달리고 참여하겠다는 배우들이 몰려들었어요.”

‘그대 고운 내 사랑’을 부른 가수로도 유명한 이정열 배우가 “모든 역사는 댓글에서 비롯된다잖아”라고 보탠다. 애초 예상보다 너무 많은 배우들이 모여 1·2기를 꾸렸고 지난달 31일 제야의 촛불집회 때 3기, 9일 안산 세월호 1000일 추모음악회에서 3.5기가 무대에 올라간다. 시함뮤는 지금까지 1기, 2기, 3기, 3.5기까지 중복 참여한 배우를 포함해 모두 138명이 참여했다. 스태프와 밴드 34명에 배우가 104명이다. 배우들은 앙상블부터 주연급 스타까지 망라돼 있다. 월요일마다 다른 팀 연습실이 빌 때 잽싸게 들어가서 연습을 했다.

변 연출은 “처음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후배들의 시국선언의 외침에 답하는 것으로 시작했어요. 시함뮤는 광장에 올 수 없는 동료들을 대신해 시간 남는 배우들이 목소리를 내주는 것이었어요. 우리의 작은 노래로 시민과 같은 뜻으로 민주주의라는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만족합니다”라고 했다. 말하는 동안 홍어찜과 해물파전이 나왔다.

#김가람 조연출, 촛불소녀의 광장 재림

“2008년 17살 때 울산에서 상경해 광우병 촛불집회에 참여했어요. 명박산성에 항의하는 참여자들을 폭력으로 진압하던 다음날부터죠. 제 세대 사회 초년생들은 좌절감이 많아요. 청년들이 정유라 사건에 분노할 수밖에 없는 것이 태어났을 때부터 기회 자체가 없는 것이 증명된 거잖아요. 토요일마다 집회에서 길 가다 학교 후배들과 동료들, 제 또래들을 많이 만나요. 이번에 변 연출님한테 참여를 부탁하며 ‘내 노동력도 착취해주지 않을래’라고 농담을 했어요. 하하하.”

촛불소녀 출신 김가람 조연출의 말이다. 청년세대의 고민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그는 뮤지컬 <아랑가>를 통해 작가로도 데뷔했다.

“사회가 안정적이라면 사랑 이야기를 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시민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더 많아요. 저도 제 작품이 좀 가벼우면 ‘내가 지금 이 얘기를 해도 되나’라는 생각까지 들어요. 떳떳하게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은 시대에 살고 싶어요.”

촛불소녀 출신으로 2008년과 2016년의 차이가 뭐라고 보는지 궁금했다. 김 조연출은 “2008년의 울분과는 달리, 이번에는 무엇이 이 사회의 문제인지 알고 어떤 목소리로 얘기를 할까를 고민하게 됐어요”라고 했다. 봉숭아꽃처럼 웃음이 맑았고, 웃을 때 목젖이 보였다.

#이정열, 87년 거리서 광장으로

“87학번인 제가 대학 다닐 때와는 다르게 학생들이 사회문제에 소극적이라고 생각했는데, 학교별로 시국선언을 하는 것을 보고 반가웠어요. 예술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시국선언을 하는 것을 봤는데, ‘민중의 노래’로 풀어내더라고요. 먼저 기특하고 대견했고, 다음으론 너무 비감했어요. 그래서 ‘너희들 그렇게 떨지 않아도 돼, 형들이 있잖아’라고 등 두드려주는 화답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어요. 그래 우리가 이 노래를 메아리로 불러주자, 선창이 있으면 후창이 있고.”

이정열 배우는 시함뮤의 ‘주장’ 선수다. 맏형 격인 그는 지금도 현역에서 활발히 활동한다. 이달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에서 김창기 역을 끝내고 안중근의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 <영웅>에서 이토 히로부미 역을 맡아 현재 맹연습 중이다. 배역을 묻자 “이토 히로부미데쓰요”라고 익살스럽게 응수한다.

“후배들을 보면서 반성을 했어요. 1980년대 이정열이 문화운동을 할 때, 사회구성체 등 책으로만 읽었던 것이 공중에 붕 떠 있었던 건 아닌지. 명동성당 집회와 거리에 휘날리던 두루마리 휴지, 노래패 ‘꽃다지’를 만들던 때의 감동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어요. 스무살 때 뜨거운 기억이 지금의 저를 끌고 왔듯이, 동생들에게 또다른 무대 또다른 공간, 하지만 우리 시대에 다시 없는 공간에서 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좋겠습니다.”

#조휘 “시함뮤로 부모님도 인정”

“저는 시함뮤 전속배우입니다. 하하.” 조휘 배우가 4번 무대에 모두 참여해 전속배우로 불리기 된 사연은 ‘웃프다’. 그가 ‘아폴로’ 역으로 출연하기로 했던 뮤지컬 <록키>가 공연 하루 전에 엎어졌기 때문이다.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요. 뮤지컬계에선 돌려막기 폭탄이 터진 상황이지요. 그 회사에서 미수금이나 손실금을 끼워맞추다 하루 전에 어긋난 거잖아요. 저는 10월24일 결혼했고 두달 반이나 연습했는데, 제대로 된 사과조차 못 받았어요. 부글부글 끓고 있을 때 광장이 저를 불렀어요. 1월말까지 있던 스케줄이 순식간에 없어져서 시함뮤엔 한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게 된 거죠.”

이정열 배우가 “인생 새옹지마다. 안 좋은 일이 있으면 더 좋은 일이 있다”고 덕담을 던진다. 실제 조 배우는 시함뮤를 하고 나서 집안에서 평가가 달라졌다. “1981년생입니다. 고등학교 때 학생회장을 했는데, 부모님은 대학 가면 데모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이번에 광화문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랑스럽다’고 하시더군요.”

‘구단주’로 불리는 손종학 배우는 일정 때문에 참여하지 못했다. 대신 뒤풀이 자리에서 ‘재정’을 담당했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시함뮤에 참여한 뮤지컬 배우들. 시함뮤 제공
시함뮤에 참여한 뮤지컬 배우들. 시함뮤 제공
<시함뮤에 참여한 사람들>

△스태프/ 연출 변정주, 음악감독 구소영, 안무 문성우, 조연출 김가람·박준영, 음악조감독 황미선, 작곡 김아람·이한밀, 조명 김주원, 의상 도연, 의상팀 이정운·이지혜·권가용·김소현·최아람, 영상 김세훈, 진행 석재원·진소현.

△밴드(16명)/ 권오준·김대희·김모세·김아람·김용완·김지현·서준혁·이기상·이상진·이서연·이준영·정희진·최신권·최현석·최희철·황미선

△배우 1기(19명)/ 강정우·김민주·김혜나·도례미·박민정·송영미·송용진·오소연·윤석원·윤진영·이경미·이규형·이서환·이정열·임찬민·정영주·조상웅·조휘·한보라

△배우 2기(32명)/ 강정임·고유나·김가희·김대곤·김도신·김아영·김영철·김혜나·박대원·박민정·송용진·오소연·유리아·유주혜·윤성원·윤진영·윤희석·이경미·이규형·이시후·임소라·제나·장이주·정승혜·정영주·조휘·최나래·최석진·최성원·최재웅·홍우진·한보라

△배우 3기(21명)/ 고철순·김가희·김경선·김정연·김준용·김찬·김혜나·김효성·민세연·박건형·박인혜·신진경·윤진영·이한밀·이현철·임수빈·장이주·정예지·조은숙·조휘·홍지희

△배우 3.5기(세월호 추모공연 32명)/ 강웅곤·강정우·강정임·강지혜·고유나·김도신·김현진·김혜나·박민정·송영미·송용진·오소연·유정아·윤진영·이경미·이규형·이시후·이정열·이지혜·이한밀·임찬민·임현수·정다희·정승혜·정영주·조상웅·조휘·제나·최성원·한보라·홍우진·황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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