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공개된 5~6세기 백제 금동신발 복원품. 2014년 나주 정촌고분 출토품의 원형을 되살렸다. 신발 끝에 달린 용머리 장식은 독창적인 백제 디자인의 진수로 꼽힌다.
2014년 12월 나주 정촌고분 돌방에서 발견된 금동신발 원래 유물 모습. 한쪽 신발의 용머리 장식 일부가 사라진 모습이 보인다.
발끝에 날렵한 용머리 장식이 붙은 디자인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1500여년 전의 금동신발이 온전한 모습으로 되살아났다.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는 2014년 12월 전남 나주 정촌고분 돌방(석실)에서 껴묻거리(부장품)으로 묻혔다가 출토된 5~6세기께 금동신발의 본디 모습을 최첨단 기술로 되살린 복원품(길이 32cm, 높이 9cm)을 3일 내보였다. 정촌고분 출토품은 지금까지 이땅에서 나온 고대 금동신발들 가운데 가장 화려하고 완벽한 모양새를 갖춘 것으로 평가돼, 발견 당시부터 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유물이다. 유물의 첫 발견부터 보존처리가 마무리될 때까지 1년여가 걸렸고, 신발의 재료학적 특징과 제작기법을 밝히기 위해 3차원 입체(3D) 스캔, 엑스선과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의 최첨단 기법이 쓰였다. 복원된 신발의 무게는 460g. 부식물이 붙은 원래 출토품(510g)보다는 가볍다.
이 금동신발은 백제 금속공예의 진수를 보여준다. 발끝 부분 앞쪽에 독창적이고 정교한 용머리 모양 장식이 달렸고, 발목 부분을 싸는 금동판 덮개를 몸체 위에 덧대어 붙인 것도 특징적이다. 바닥판, 옆판에 연꽃과 도깨비, 새 등의 화려한 무늬를 새겼는데, 눈을 부라리고 입을 벌린 바닥판의 쌍도깨비 무늬가 강렬한 인상을 준다. 백제 금동신발은 공주 무령왕릉과 수촌리고분, 고흥 안동고분 등에서 출토된 선례가 있는데, 정촌고분 출토품이 가장 온전한 모양새를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연구소 쪽은 유물이 출토된 뒤 분석작업을 벌여 신발의 몸판을 두께 0.5mm의 구리판에 5~10㎛(1㎛=1/1,000mm) 두께로 순금(99%)을 입혀 만들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발끝 부분의 용머리 장식을 비롯해 금동신발 바닥과 옆판에서 발견된 도깨비, 연꽃, 새 등의 다채로운 무늬는 백제의 전통적인 금속공예기법 중에서도 난이도가 높은 투조기법(금속판 일부를 끌이나 톱으로 도려내는 기법)과 축조기법(금속판에 선을 잇따라 새기며 무늬를 내는 기법)을 써서 만들었다는 것도 알게 됐다.
금동신발 복원 작업 광경. 수은아말감기법을 써서 복원품을 도금하는 모습이다.
공개된 복원품은 이런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3차원 입체스캔 등 정밀 계측 자료를 토대로 설계도면을 그린 뒤 발끝 용머리 장식과 옆판·바닥판, 고정못, 스파이크(바닥 장식용 구리못) 등의 부속품을 재현했다. 이어 이 부속품들 겉면에 문양을 새기고, 수은아말감 기법으로 도금해 조립하는 과정을 거쳐 완성했다. 수은아말감 기법은 수은과 금가루를 섞어 금속 표면에 바른 뒤 300도 이상의 열을 가해 수은이 녹으면서 금가루를 금속 표면에 붙게하는 전통적인 도금기술이다. 복원품 재현에 옛부터 내려온 도금기법을 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게 연구소 쪽 설명이다.
복원된 금동신발은 나주연구소에서 일반 관객들에게 상설전시될 예정이다. 앞서 용머리를 비롯한 정촌고분 출토 금동신발의 주요 디자인문양 8건은 연구소 쪽이 문화콘텐츠로 개발하기 위해 국유특허 등록을 마친 상태다. (061)339-1120.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도판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