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예술인의 연합무대 ‘우리는 하나’ 공연에서 가수 강산에 씨가 함경도 출신인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울먹이고 있다. 평양공연사진공동취재단
북한에 다녀온 지 한달도 채 안 되어서일까. 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 가수 강산에씨는 유난히 설레는 분위기였다. 그는 지난 1일과 3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합동공연 무대에서 ‘…라구요’를 불렀다. 그는 두번째 공연 때 이 노래를 부르고는 관객들에게 얘기하던 도중 눈물을 쏟았다. 강씨는 이날 <한겨레>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당시의 절절했던 심경을 전했다. “이날 노래 마치고 관객들 보며 감사 표시를 하던 중 문득 ‘내가 어떻게 여기 와 있을까’ 하는 마음과 함께 어머니 얼굴이 불쑥 떠올라 울컥했어요.”
그의 부모는 함경도 출신 실향민이다. 한국전쟁 때 남쪽으로 내려온 두 사람은 경남 거제도에서 가정을 꾸리고 강씨를 낳았다.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신 터라 어머니에게서 옛날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어머니는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 찬 흥남부두에~’ 같은 노래를 부르시며 ‘야야, 들어봐라. 내가 이래가지고 니네 형을 등에 업고 피난했더란다’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시곤 했어요. 그런 이야기를 통해 한국의 현대사를 다 들을 수 있었죠.”
그는 2절을 “눈보라 휘날리는 바람 찬 흥남부두 가보지는 못했지만/ 그 노래만은 너무 잘 아는 건 내 어머니 레파토리”로 시작하는 노래 ‘…라구요’를 만들어 어머니에게 선물했다. 이 노래는 1993년 그의 데뷔곡이 됐다. 어머니마저 돌아가시고 없는 지금, 그에게 이 노래의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가족사에다 평양 공연의 기억까지 더한 그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남다른 기대감을 품고 있다. “예전에도 남북정상회담이 있었지만, 이번은 뭔가 공기가 다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평양 공연을 경험했고 아직도 그 여운이 가시지 않아 여전히 조금 들떠 있기도 합니다. 이전보다 한발 더 나아가 실질적인 결실이 있기를 간절히 기대하고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는 남북통일을 상상하며 노래를 만든 적이 있다. 1996년 발표한 3집 수록곡 ‘원’(One)이다. “반쪽이 반쪽을 만나서 완전한 하나 이루었네/ 이젠 우리 아버지의 따뜻한 냄새 맡아볼 수 있게 되었고/ 우리 어머니 생전에 고향 가실 수 있게 되었네”라는 노랫말이 나온다.
“그 이후에도 좋은 곡을 만들어보려고 생각해왔는데, 이번 평양 공연 경험으로 그런 바람이 더 간절해졌어요. 독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처럼 그런 순간에 모두가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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