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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안에서’ 마음 졸이던 소년소녀들, 23년만에 돌아온 ‘자자’

등록 2020-06-07 17:58수정 2020-06-08 10:42

‘버스 안에서’ 재탕보다 ‘우리, 함께’ 오래가려고요
[23년만에 컴백, 혼성그룹 ‘자자’]
당시엔 유치하게 느껴졌지만
잊지 않은 팬들 덕에 명곡 등극
신곡은 ‘자자표’ 댄스곡 아닌
미디엄 템포의 감사 메시지로
23년만에 컴백한 혼성그룹 자자의 유영(오른쪽)과 조원상. 사진 자자 제공
23년만에 컴백한 혼성그룹 자자의 유영(오른쪽)과 조원상. 사진 자자 제공

매일 같은 시간대에 학교 가는 버스 안에서 마주친 누군가에게 마음을 빼앗긴 적이 있는가. 말 한마디 못 건네고 속으로 끙끙 앓았던 적은? 그때 그 시절, 이렇게 가슴앓이하던 중고생들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담은 노래가 있었다. 바로 혼성그룹 자자의 ‘버스 안에서’다.

“(남) 나는 매일 학교 가는 버스 안에서/ 항상 같은 자리 앉아 있는 그녈 보곤 해/ 하지만 부담스럽게 너무 도도해 보여/ 어떤 말도 붙일 자신이 없어/ (여) 아니야 난 괜찮아 그런 부담 갖지 마/ 어차피 지금 나도 남자친구 하나 없는데…” 소심한 남자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노래는 참으로 신나고 흥겨웠다. 쿵쿵 심장을 울리는 도입부부터 노래는 잠시도 멈춰 서지 않고, 롤러코스터처럼 달리고 또 달렸으니.

이 노래를 부른 자자가 23년 만에 돌아왔다. 새 노래 들고. 다만, 결성 당시 4인조였지만 지금은 권용주, 김정미가 빠진 유영, 조원상 체제다. 이들은 지난달 9일 신곡 ‘우리, 함께’를 내고 다시 활동에 나섰다. “오랜 세월 기다려준 팬들과 그 시간 동안 우리 노래를 잊지 않아준 이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에서 준비하게 됐어요. 23년 만에 무언가 흔적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지난달 만난 자자의 얼굴에선 설렘이 묻어났다.

23년만에 컴백한 혼성그룹 자자의 유영(뒷쪽)과 조원상. 사진 자자 제공
23년만에 컴백한 혼성그룹 자자의 유영(뒷쪽)과 조원상. 사진 자자 제공

디지털 싱글로 발매된 이번 곡은 메인 보컬인 유영이 직접 노랫말을 쓰고 프로듀싱에도 참여했다. 90년대 감성이 짙게 밴 빠르고 신나는 자자표 댄스곡을 기대한 이들이 많겠지만, 미디엄 템포의 곡이다. “시대가 힘든 만큼, 마음 편하게 위로해줄 수 있는 곡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유영, 이하 유) 노래는 ‘어려운 시간을 우리, 함께 이겨낼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와 포개져 묘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버스 안에서’와 같은 경쾌한 노래에 대한 욕심은 없었을까. “왜 없었겠어요. 제가 팬이라도 그런 노래를 원했을 거예요. 그런데 억지스러워 보이는 게 싫었어요. 지금 와서 그때 그런 노래를 반복할 순 없다고 생각했죠. 당시 우리 감성이 요즘 음악 하는 사람들에겐 없는 것이기도 했고요.”(유)

자자가 무대에 선 시간은 사실상 1997년 1년 정도다. 이들은 쉽게 잊혔지만, 노래는 달랐다. ‘버스 안에서’는 지난 23년 동안 꾸준히 불리며 90년대 혼성그룹 댄스곡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해왔다. “지금은 명곡이란 걸 알게 됐지만, 처음에는 이 노래가 너무 싫었어요. 가사가 너무 직설적이어서 유치하다고 할까요.” 유영의 말을 함께 있던 조원상이 넘겨받았다. “누나(유영)는 이 노래를 부를 때, ‘학교 가는 학생’이 아니었어요. (일동 웃음) 본인은 성인인데, 가사는 애들 것 같다며 부끄러워했죠.” 애초 이 곡은 1집 앨범 <일루전>(환상)의 타이틀곡이 아니었다. “앨범을 내려면 곡 수를 채워야 하잖아요. 그래서 넣게 된 곡 가운데 하나가 ‘버스 안에서’였어요. 그런데 녹음하고 나서 보니 타이틀보다 이 곡 반응이 더 좋더라고요. 그래서 뒤늦게 이 곡을 타이틀곡 삼아 활동한 거예요.”(유)

노래는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1997년 무려 넉달 동안 음악방송 1위 후보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자자의 시대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유영의 탈퇴와 조원상의 입대 등으로 불과 1년여 만에 팀이 해체됐기 때문이다.

“그룹 이름이 ‘자자’였는데, 소속사에서 잠을 안 재웠어요.”(조원상) 아침부터 새벽까지 방송활동과 행사들을 소화해야 했다. 특히, 밤과 새벽에 ‘뺑뺑이’ 돌아야 했던 야간 업소 무대는 고통이었다. “지금과 달리 그 시절엔 소속사와의 계약관계나 수익분배 등이 투명하지 않았어요. 우리뿐만 아니라 당시 가수들은 다 비슷했을 거예요.”(유) 유영은 위약금까지 내고서야 소속사를 나올 수 있었다.

팀 해체 이후 이들은 저마다의 삶을 살아왔다. 유영은 여성 옷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잠시 솔로 가수 준비를 하기도 했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지금은 경기도의 한 대학에서 공연제작과 관련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조원상은 여성 옷, 인터넷 쇼핑몰, 휴대폰 매장 등의 사업을 차례로 벌였다가 모두 실패한 뒤, 지금은 향수 사업을 하는 중이다.

23년 만에 새 노래를 들고 온 이들의 앞으로의 계획은 뭘까? “저희 주업이 따로 있다 보니, 예전처럼 온전히 활동하기가 쉽지 않아요. 열린 결말로 해둘게요. 다만, 예전처럼 흐지부지 사라지고 싶지는 않아요.” 그들이 웃으며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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