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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행·여가

들숨엔 업, 날숨엔 다운…어느 날 가벼움과 꼿꼿함이 찾아온다

등록 2022-07-23 21:00수정 2022-07-29 14:42

[ESC] #오늘하루운동 ‘요가’

에너지 밖으로 뻗치는 내게
교통사고와 함께 찾아온 요가
내 몸 들여다보는 또다른 매력
‘오하운’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오하운’, ‘#오늘하루운동’ 등의 해시태그로 검색하면,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즐기는 운동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건강하게 나만의 루틴을 지키는 것이 ‘힙’한 세상입니다. 규칙적인 운동은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는 팬데믹 시대에 무기력과 우울감을 떨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기도 하죠. 성실하게 ‘오하운’을 수행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편집자>
첫 요가 수업에서 ‘부장가사나’(코브라 자세)를 도전 자세로 받고, 시도 때도 없이 연습했다. 정인선 기자
첫 요가 수업에서 ‘부장가사나’(코브라 자세)를 도전 자세로 받고, 시도 때도 없이 연습했다. 정인선 기자

요가와의 첫 만남은 교통사고와 함께 찾아왔다. 5년 전 겨울, 지방으로 출장을 가는 길에 타고 있던 차가 눈에 미끄러지는 바람에 허리를 조금 다쳤다. 병원에 가자마자 “운동은 언제 다시 할 수 있나요?” 하고 물었다. 의사 선생님은 수영, 달리기 같은 격렬한 운동은 당분간 쉬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그런데 몸을 가만히 두자니 좀이 쑤시고 삐끗한 허리가 더 굳는 듯했다. 낮에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아침이나 저녁에 몸으로 풀지 못하니 답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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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만에 이렇게 시원해진다고?

나는 발산형 인간이다. 요즘 유행하는 엠비티아이(MBTI) 성격 유형으로 말하면 전형적인 이엔에프피(ENFP·재기 발랄한 활동가 유형)다. 집에 혼자 가만히 있으면 기분이 바닥으로 한없이 꺼지고, 밖으로 나가 누구라도 만나야 에너지가 채워진다. 그게 안 되면 혼자서 전시회 구경이라도 가야 한다. 20대 초반부터 각종 운동을 즐겨 했지만, 모두 수영, 달리기, 등산, 사이클처럼 에너지가 밖으로 뻗치는 종목들이었다. 그런 내가 3년째 새벽 5시 반마다 몸을 깨워 향하는 곳이 있다. 요가원이다.

나에겐 요가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요가가 운동이 되나?’ 생각했다. 10분만 해도 숨이 가빠오는 수영이나 달리기에 비하면 ‘운동량 가성비’가 낮아 보였다. 요가는 ‘원래 유연한 사람들에게나 적합한 운동’일 거란 편견도 있었다. 난 초등학교 때부터 체력장에서 유연성 검사만 했다 하면 손끝과 발끝 사이 거리가 늘 ‘마이너스 30㎝’였다. 유연성이 떨어지다 보니 수영장에서도 스타트 다이빙이나 접영처럼 허리로 부드럽게 곡선을 그려내야 하는 동작들은 배우는 데 오래 걸렸다. 이런 이유로 다른 운동을 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에도 요가는 언제나 선택지 바깥에 있었다.

그런데 교통사고 이후 내겐 선택지가 없었다. 스트레칭이라도 해야겠다 싶어 ‘나이키 트레이닝 클럽’ 앱을 내려받았다. 난이도가 ‘하’라고 적혀 있는 시퀀스들을 위주로 설렁설렁 따라했다. 스마트폰 속 코치가 시키는 대로 몸을 폈다 접었다, 늘렸다 비틀었다 하며 숨을 골랐다. 한 다리로 균형을 잡고 서는 자세들에선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기도 했다.

시퀀스가 끝나자 수영장에서 한시간 가쁜 숨을 내뱉고 막 나왔을 때와는 다른 종류의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겨우 15분 몸을 움직였을 뿐인데… 이렇게 시원해진단 말이야?’ 몸뿐 아니라 마음도 시원했다. 코치 목소리를 따라 몸을 움직이고 호흡하는 동안에는 늘 바깥으로 향해 있던 사고의 ‘스위치’를 잠깐이나마 내릴 수 있었다. 그런데 다시 격한 운동을 해도 될 정도로 몸이 회복된 뒤엔 다시 그 시원한 느낌을 잊고 지냈다.

반년쯤 지난 어느 날 지인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인선님, 이번에 새로 문을 여는 요가원에서 제가 처음 정규 수업을 맡게 됐어요. 일주일에 한번이니 부담 없이 시작해보지 않을래요?” 어려서부터 선생님이 마음에 드는 과목은 100점, 그렇지 않은 과목은 50점을 맞곤 했는데, 이번에도 선생님을 믿고 한번 시작해보기로 했다. 이태원, 매주 일요일 오후 2시, 시간과 장소가 끝나고 놀러 가기 딱이라는 점도 이엔에프피의 마음을 움직였다.

요가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한 자세에서 부동 상태를 짧게는 3분, 길게는 30분까지 유지하는 ‘하타’ 요가(이효리가 즐겨 하는 요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정해진 순서에 맞게 동작을 해야 해 비교적 ‘빡세기로’ 유명한 ‘아슈탕가’, 하타 요가와 아슈탕가 요가를 현대적으로 변형해 리듬감 있게 몸을 움직이는 ‘빈야사’ 등. 내 첫 오프라인 요가 선생님의 주 종목은 이 중 하타 요가였다.

수업을 들으러 온 이들 중 몸이 자유자재로 접히는 상상 속 ‘요기’(요가 하는 남성) 또는 ‘요기니’(요가 하는 여성)는 거의 없었다. 대신 나처럼 다리 뒤쪽 근육이 뻣뻣해 몸을 앞으로 숙이는 자세가 어려운 사람, 유연성은 넘치지만 힘이 부족해 몸을 뒤로 활짝 여는 자세가 어려운 사람 등. 다양한 조건의 몸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선생님은 학생들이 평일에 혼자서 짧게라도 연습하며 요가 동작과 친해지도록 주마다 ‘도전 자세’를 내줬다. 예를 들면 배를 바닥에 깔고 엎드렸다가 양손을 어깨 아래에 짚고 상체를 들어올려 가슴을 활짝 펴는 ‘부장가사나’(코브라 자세)를 월요일엔 1분씩 세번, 수요일엔 3분씩 두번, 금요일엔 5분을 연달아 연습해보라는 식이었다. 그리고 그 소감을 간단히 적어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공유하게 했다. 서로의 몸 상태는 달라도 반응들은 비슷했다. “제게 척추가 있다는 걸 몸으로 처음 느꼈어요.” 일을 하건 운동을 하건 내 안에 집중하기보다 밖으로 나돌기만 즐겨 하던 이엔에프피로선 낯선 감각이었다.

내 첫 요가 선생님은 나이키 트레이닝 앱 속 오디오 코치였다. 나이키 트레이닝 앱 화면 갈무리
내 첫 요가 선생님은 나이키 트레이닝 앱 속 오디오 코치였다. 나이키 트레이닝 앱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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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숨엔 업, 날숨엔 다운

들숨엔 정수리를 하늘 쪽으로 끌어올리며 척추 마디 사이사이를 늘리고, 날숨엔 발등과 골반을 땅 쪽으로 가라앉히며 ‘부장가사나’에 머무르는 시간을 늘려갔다. 처음엔 금세 빠져나오고 싶었던 자세에 점차 익숙해졌다. 선생님의 도움 아래 고개를 뒤로 젖히거나, 뒤로 뻗은 다리를 구부려 발바닥과 뒤통수가 서로 가까워지게 하는(4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둘이 닿지는 못했다) 등 변형 자세에도 조금씩 접근해갔다.

요가를 시작한 후로 몸이 갑자기 좋아진다는 느낌은 없었다. 다만 다른 운동을 할 때 다치는 일이 크게 줄었다는 것 하나는 아주 큰 변화였다. 그해 말 2박3일 일정으로 지리산 종주를 갔다. 이전에 같은 코스로 종주를 할 때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산을 오르느라 밤이 되면 움직일 수조차 없을 정도로 허리에 통증이 심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산을 오르는 중간중간 배낭을 내려놓고, 선 채로 몸을 앞으로 숙이는 ‘우타나사나’, 무릎 아래 정강이만 땅에 대고 허벅지는 세워 앉은 채 상체를 뒤로 젖혀 가슴을 활짝 여는 ‘우스트라사나’ 같은 간단한 요가 동작으로 몸을 풀어주니, 긴 산행이 끝난 뒤에도 허리에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요가에 점점 더 빠져들게 됐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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