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올해 2분기 2조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판매량 감소에도 가격 인상 전략과 고환율 덕에 높은 수익을 냈다.
기아는 22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기업설명회를 열고 올해 2분기에 매출 21조8760억원을 올려 2조234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밝혔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9.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0.2%나 늘었다. 매출·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영업이익률도 10.2%로, 처음으로 두자리 수를 넘었다. 2분기 차량 판매량은 73만374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2.7% 줄었다. 국내와 국외에서 각각 14만868대, 59만2881대를 팔았다.
기아는 브랜드 인지도 상승에 따른 ‘제값 받기’ 가격 정책을 지속해 판매량 감소에도 수익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주우정 재경본부장(부사장)은 기업설명회에서 “과거에는 제품 경쟁력이 경쟁 시장 대비 90~100% 사이었지만, 지금 제품력 수준이 100%을 넘는 상황이다. 제품력에 기반을 둔 적당한 가격을 받을 수준까지 왔다”고 말했다.
실제 기아의 ‘한 대당 평균판매가격’(ASP·Average Selling Price)은 이번 분기 3140만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3천만원을 넘어섰다. 해외 딜러사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인센티브도 대폭 축소해 5270억원의 영업이익 증가 효과를 봤다.
고환율도 이번 최대 실적을 도왔다. 기아가 분석한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실적 증가 효과는 5090억원(영업이익)에 이른다. 올해 2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2.3% 상승한 1260원을 기록했다.
친환경차 판매량도 빠르게 늘었다. 이브이(EV)6의 판매 확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8.9% 증가한 13만3천대를 기록했다. 전체 판매량 가운데 친환경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보다 8.7%포인트 상승한 17.7%로 집계됐다.
기아는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국제 관계 불안정에 따른 원자재 가격 변동 등 불안정한 대외 환경을 우려하면서도 하반기 가시적인 실적 개선을 기대했다. 기아가 밝힌 국내 미출고 물량은 약 51만대다. 미출고 물량은 소비자가 계약을 마치고 출고를 기다리는 차량을 말한다. 주 본부장은 “하반기에도 반도체 수급난이 말끔히 사라지지는 않아 생산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제값 받기 노력, 인센티브 절감 노력이 그대로 효과를 발휘해 수익성 확보 기반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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