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현대자동차·기아)의 올해 차량 리콜 건수가 39건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간 기준으로 창사 이후 가장 많은 리콜을 진행했다. 현대차그룹은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리콜을 진행한 탓이라고 강조하지만, 안전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결함이 리콜되는 거라 품질·안전 검증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한겨레>가 국토교통부에 정보공개청구를 해 확보한 ‘현대자동차그룹 리콜 건수’를 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 6일 시작한 쏘렌토 ‘전기식 보조 히터’ 리콜까지 올해만 총 39건의 리콜을 진행했다. 기아가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2001년 이후 연간 기준으로 최대치다. 현대차그룹의 리콜 건수는 2015년 9건에서 지속 증가해 2019년 30건을 넘어섰다. 2020년과 지난해엔 각각 36건을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의 국내 차량 판매량이 2015년부터 120만∼130만대 수준을 유지해, 판매량 증가에 따른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한겨레>와 만난 현대차그룹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차량 시험의 최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대차 연구원 ㄱ씨는 “차량 시험의 효율화를 위해 평가 방식을 최적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직 현대차 연구원 ㄴ씨는 “최적화라는 이름 아래 테스트 일정 압박을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7년 간격으로 신차가 나왔다면 지금은 4년 간격 수준으로 줄었고, 라인업도 많아졌다. 세세한 품질시험보다는 법규에서 요구하는 수준까지만 (시험을) 하다 보니 출시 뒤 발생하는 문제를 놓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15일 오전 광주 광산구 빛그린산업단지 내 광주글로벌모터스(GGM) 공장에서 ‘광주형 일자리' 첫 번째 완성차 캐스퍼가 생산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차 전·현직 직원들이 공통으로 언급한 또다른 이유는 “차량 도로 테스트 감소”다. 전직 연구원 ㄷ씨는 “도로 테스트 시간이 줄었다”며 “좋게 말하면 불필요한 부분을 줄여 비용을 절감하고 시간을 단축하는 효율화이지만, 동시에 사소한 품질 이슈는 리스크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형 스포츠실용차(SUV) 캐스퍼가 대표적인 예다. 캐스퍼는 정차 구간 등 낮은 엔진회전수(RPM) 단계에서 에어컨과 뒷유리 열선 기능을 동시에 켰을 때 차량이 앞뒤로 심하게 흔들리는 현상이 발견됐다. 전력 소비가 많은 기능을 여럿 사용할 때 발전기·배터리 용량이 모자라면 발생하는 현상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공학)는 “캐스퍼는 적은 배기량에 다양한 기능을 많이 넣어놨다. 이 기능을 다 켜보고 여러 상황에서 시험해보면 알아낼 수 있는 문제였는데, 이를 소홀히 다룬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캐스퍼는 조수석에 빗물이 유입되는 문제도 발생했다. 올해 5월 출시된
더 뉴 팰리세이드는 저속 구간에서 시동 꺼짐이 발생해 리콜을 진행한 바 있다. 모두 도로 테스트만으로 충분히 잡아낼 수 있는 문제라고 전·현직 연구원들은 지적한다.
현대차그룹은 되레 도로 테스트가 늘어났다고 반박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옛날에는 전문가들이 시승을 해보고 출시했지만, 요즘에는 직원들이 내부 테스트 절차로 몇 개월을 더 시승해본다. 차량의 문제 여부를 잡아내는 프로세스가 훨씬 강화됐다”고 말했다. 리콜 건수 증가에 대해서는 “회사 내부의 리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소비자를 위해 적극적으로 리콜하자는 분위기 쪽으로 바뀐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본다. 리콜은 소비자를 위해 자동차 회사가 적극적으로 취하는 행동으로, 리콜이 많다는 걸 부정적으로 봐선 안 된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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