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포드 신차 출시…시장 경쟁 후끈
포드 픽업트럭 ‘넥스트 제너레이션 레인저’. 포드 제공
초도물량 100여대 이틀 만에 완판
4세대 포드 ‘레인저’ 사전계약 시작 대형 트럭부터 경차까지 생산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아직 국내에서 출시하지 않은 유일한 차종이 있다. 바로 ‘픽업트럭’이다. 픽업트럭은 스포츠실용차(SUV)에 화물차 기능을 접목한 차량이다. 현대차그룹이 그간 국내에선 픽업트럭이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한 셈이다.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3천만원대 가성비를 내세운 쌍용자동차가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기존 픽업트럭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을 노리는 새 제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26일 한국지엠(GM)에 따르면, 이 회사가 8일 국내에 정식 출시한 고급 픽업트럭 ‘지엠시(GMC) 시에라 드날리’의 초도 물량 100여대가 이틀 만에 완판됐다. 시에라 드날리는 ‘정통 아메리칸 풀사이즈 픽업 트럭’이다. 국내에 정식 출시된 픽업트럭 가운데 가장 크다. 차체 길이 5890㎜, 차 폭 2065㎜, 차 높이 1950㎜로 압도적인 크기를 보여준다. 한국지엠은 국내 픽업트럭 시장이 작지만 고급 픽업트럭을 원하는 수요가 충분히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그간 병행수입(비정식 수입)을 통해 대형 픽업트럭을 들여와 판매하는 그레이마켓이 있었고, 그쪽 고객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말했다.
한국지엠(GM) 픽업트럭 ‘지엠시(GMC) 시에라 드날리’. 한국지엠 제공
3천만원대 가성비 연 3만대 판매
쌍용자동차 ‘렉스턴 스포츠’. 쌍용자동차 제공
소비자 ‘취향 저격’…기아도 내년 첫선 국내 픽업트럭 시장의 경쟁자는 의외로 1톤 소형 트럭이다. 큰 화물을 적재할 필요가 큰 소비자들은 실용성과 가성비를 모두 고려해 픽업트럭보다는 1톤 트럭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현대차의 포터와 기아의 봉고가 대표적이다. 적재 공간이 더 넓은 데다 가격도 1천만원 후반에서 2천만원 초반대로 더 경제적이다. 2열 시트까지 추가한 ‘더블캡’ 모델까지 있어, 굳이 비싼 픽업트럭을 살 이유가 없는 것이다. 북미 시장에서는 실용적인 이유로 픽업트럭이 판매된다면, 국내에선 픽업트럭의 디자인을 선호하고 오프로드를 즐기려는 마니아층이 주로 구매에 나선다는 점이 다르다. 거대한 크기 탓에 도심 주행과 주차가 쉽지 않은 점도 픽업트럭 시장확대가 어려운 이유 가운데 하나다. 차체 길이가 5m가 넘고, 전폭(차 폭)도 2m에 달한다. 현행법상 일반형 주차 칸 크기는 길이 5m, 폭 2.5m인데, 2019년 법 개정 전에는 폭이 2.3m에 불과했다. 오래된 아파트나 상가 등 공용 주차 공간에선 주차 칸을 꽉 채우는 일이 다반사여서 불편 및 갈등을 유발한다. 추가적인 시장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완성차 업체들이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는 이유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공략해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게 업계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내에서 픽업트럭을 판매하는 수입사 관계자는 “과거 승용차 시장도 국내 제품이 주류였다가 점차 수입차가 대중화됐다. 픽업트럭 시장에서도 유사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며 “한국지엠이 콜로라도를 출시해 성과를 내면서 픽업트럭 구매자들 내에서도 다양한 취향이 존재한다는 걸 업체들이 알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과)는 “포드, 지엠 등이 픽업트럭을 도입하면서 소비자 이목을 집중시켜 브랜드 이미지를 올리려는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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