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사이즈’ 픽업트럭 시에라의 운전석에 오르니 시야가 탁 트였다. 도로에 나서 가속 페달을 밟았다. 육중한 차체답게 승차감이 거칠 것이라 예상했지만 틀렸다. 고급 세단에서 느껴볼 법한 부드러운 승차감이었다. 높은 차체 덕에 마치 공중에 살짝 떠가는 느낌까지 들었다. 한국지엠(GM) 관계자는 “미국 소비자들은 픽업트럭을 일상적으로 타고 다닌다. 승차감도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지난 20일 시에라를 직접 시승해봤다. 서울 여의도에서 출발해 인천 강화도를 찍고 돌아오는 총 140㎞ 코스였다. 인천으로 향할 땐 조수석에 동승했고, 돌아올 때 직접 운전했다. 자체 내비게이션은 탑재되지 않아 안드로이드 오토를 연결해 주행을 시작했다.
운전에 앞서 걱정이 됐다. 차체 길이는 6m에 가깝고, 차폭은 2m가 넘는다. 처음 운전석에 앉아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마치 차선을 이미 반쯤 넘어가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하지만 곧 익숙해졌고, 문제없이 운전할 수 있었다. 다만, 좁은 도시 골목이나 시골길, 주차장에서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건 단점이다.
공차 중량은 무려 2575㎏에 달하지만 의외로 주행은 경쾌했다. 6.2ℓ V8 직분사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덕에 최고출력 426마력, 최대토크 63.6㎏·m의 성능을 발휘한다. 10단 자동변속기와 지엠 독자기술인 ‘다이내믹 퓨얼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통해 연료 효율을 높였다. 연비는 주행 중 7㎞/ℓ까지 찍혔다.
시에라는 테일게이트에 장착된 ‘이너 게이트’를 조작해 총 6가지 형태를 만들 수 있다. 위쪽 사진은 테일게이트를 내린 뒤 이너 게이트도 아래로 내려 계단을 만든 모습이다. 170㎏까지 무게를 견딘다. 적재함을 보다 긴 화물 실을 때 이너 게이트를 내리면 안전하게 화물을 실을 수 있다.(아래쪽 사진)
고급 픽업트럭답게 실내도 천연 가죽 시트와 나무 질감을 살린 인테리어 등 과하지 않은 고급스러움을 보여줬다. 큰 차량답게 내부 공간도 광활했다. 뒷자리 레그룸(무릎과 앞 시트 간 공간)은 1.1m로 물건을 적재하는 공간으로 쓸 수 있을 정도로 넓었다.
뒤쪽 적재함 크기는 가로 1776㎜·세로 1814㎜다. 픽업트럭의 종주국답게 적재함에 적용된 기술도 탁월했다. 바로 ‘6펑션 멀티프로 테일게이트’다. 사용자의 목적에 따라 6가지 형태로 뒤쪽 테일게이트가 변형된다. ‘이너 게이트’도 달렸다. 적재함을 오르내리는 계단으로 쓰는가 하면, 적재함 길이보다 긴 화물을 실었을 때 안전하게 막아주는 가드 역할도 한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지엠이 미국 내에서 픽업트럭을 판매하며 쌓은 노하우 덕에 나올 수 있었던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가격은 9330만∼9500만원으로, 온라인에서만 판매한다. 첫 선적 물량 100여대는 이미 계약이 완료됐고, 지금은 추가 공급 물량에 대한 검토가 진행 중이다.
글·사진 안태호 기자
ec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