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2025년부터 국내 판매 자동차에서 전조등과 미등 ‘오프(OFF)’ 버튼이 사라진다. 정부가 야간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스텔스 차’를 막기 위해 안전규정을 개선하기로 했다.
28일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자동차 전조등과 미등을 끌 수 없도록 오프 버튼을 없애고, ‘오토(AUTO)’ 기능을 기본으로 설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안전규정 개정을 2024년 9월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스텔스 차를 없애기 위한 조처다. 야간에 전조등·미등을 끄고 도로를 달리는 차를 레이더에 감지되지 않는 항공기 기술에 빗대 ‘스텔스 차’라 부른다. 전조등은 차량의 앞을 밝히는 조명이고, 미등은 뒤쪽에서 차량의 위치를 다른 차에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내년 9월 안전을 고려해 오프 버튼을 없애도록 강제하는 쪽으로 국제 기준이 개정되는데, 이에 맞춰 국내 규정도 바뀌는 것이다.
운전자들은 일반적으로 전조등·미등 기능을 ‘오토’로 설정해둔다. 어두운 정도를 인식해 자동으로 이들 조명을 끄거나 켜준다.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나 유튜브 등에선 전조등·미등을 꺼둔 채 달리는 차량의
목격담이 주기적으로 올라온다. 필요에 따라 조명을 꺼놓은 뒤 운전자가 이를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차를 모는 것이다. 뒤에서 달려오는 차량이 앞서 달리는 차를 인지하지 못하고 달리다가 앞차를 피하지 못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야간에 전조등을 꺼둔 채 달리는 스텔스 차량. 커뮤니티 갈무리
많은 운전자가 이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시동을 껐다가 다시 켰을 때는 전조등·미등 기본 설정값이 오토로 바뀌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는데, 국제 규정이 아예 오프 기능을 없애는 쪽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현재 국토부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성능·기준 규칙’
별표 6의 4를 보면, ‘전조등은 자동으로 점등 및 소등되는 구조도 가능하나, 수동으로 점등 및 소등하는 구조를 갖출 것’으로 돼 있다. 그동안 의무 조항인 수동 부분에 맞춰 제작된 것이다. 향후 ‘수동으로 점등 및 소동하는 구조’를 갖추라는 내용이 삭제되는 방향으로 개정될 가능성이 크다.
전조등·미등 오프 기능이 사라진 차량은 이르면 2025년부터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달 하반기부터 규정 개정을 위한 절차에 돌입한다. 완성차 업체들이 내년 하반기부터 새 규정을 적용한 차량을 출시할 수 있는지 등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오프 기능을 빼는 것은 복잡한 기술이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며 “국토부가 개정하는 내용에 맞춰 차량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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