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에스케이(SK)온이 미국에 2025년 하반기부터 전기차 30만대 물량의 배터리셀을 생산할 수 있는 합작공장을 세운다. 배터리셀도 미국에서 생산해야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한 미 바이든 행정부의 규제 때문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가 미국 현지에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그룹과 현대모비스는 25일 “정기 이사회에서 에스케이온과의 북미 배터리셀 합작법인 설립 안건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두 회사의 합작 공장은 미국 조지아주 바토우 카운티에 짓는다. 연간 35기가와트시(GWh) 생산규모로 전기차 약 30만대 분의 배터리 셀을 생산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짓고 있는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 등에 공급할 물량이다.
이날 현대차 공시를 보면, 두 회사는 2027년까지 5년 동안 6조5천억원(50억 달러)를 공동 투자하고 지분은 각 50%씩 보유할 예정이다. 현대차 24.75%(8020억원), 현대모비스 10%(3240억원), 기아 15.25%(4942억원)가 총 1조6200억원을 출자하고 현대차 북미지역 법인 에이치엠지(HMG)글로벌과 에스케이온이 현지 합작 법인(JV)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에스케이온도 27일 이사회를 열어 이 안건을 승인할 예정이다.
현대차와 에스케이온이 미국 현지에 배터리셀 공장을 짓는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전기차를 북미지역에서 최종 조립하고,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핵심 광물 40% 이상을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나라에서 채굴과 가공하는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보조금 7500달러를 지급한다. 현재 현대차가 미국에서 생산하고 있는 제네시스 지브이(GV)70 전기차 모델은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탈락했다. 지브이70에 탑재된 에스케이온의 배터리는 배터리셀을 중국에서 들여와 울산 공장에서 최종 작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로서는 북미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현지 배터리 생산 공장 건설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현대차그룹은 “합작 공장으로부터 189㎞ 거리의 기아 조지아공장, 304㎞의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460㎞ 떨어진 2025년 완공될 현대차 조지아 전기차 전용 공장이 있어 공급망 관리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합작법인 설립으로 미국 정부의 세액공제 혜택도 기대된다. 미국에서 생산, 조립하는 배터리의 경우 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라 셀 당 35달러, 모듈당 10달러 등 45달러의 보조금이 지급된다. 삼성증권은 “배터리 셀 보조금을 감안하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의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AMPC)로 인한 혜택은 8년 동안 7조원(56억달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