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31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조지아주 의사당 밖 기아의 날 전시된 기아 쏘렌토의 그릴. 연합뉴스
기아가 현대차에 이어 쾌속 질주하고 있다. 기아가 올해 1분기(1~3월) 사상 최대 영업이익(분기 기준)을 내면서, 현대차·기아 전체 이익 규모가 일본 도요타나 제너럴모터스(GM·지엠) 등 전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에 육박하거나 앞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아는 26일 1분기 매출이 23조6907억원, 영업이익은 2조8740억원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각각 29.1%, 78.9% 늘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로 지난해 4분기에 이어 두 분기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영업이익률은 12.1%를 찍었다. 전세계에서 76만8251대(국내 14만1740대 물량 포함)를 판매했다. 지난해와 견줘 판매량이 12% 늘었다. 외형 성장은 물론 실속까지 챙긴 모양새다.
기아는 “국내 판매는 부품 수급 개선에 따른 생산 정상화로 카니발, 스포티지, 쏘렌토 등 수요가 높은 여가용차량(RV) 중심으로 판매가 증가했다. 해외 판매는 미국 시장에서 주력 여가용 차량 차종 중심으로 판매가 확대되고 인도 공장 3교대 전환에 따른 물량 증가, 신형 스포티지와 인도 카렌스 신차 효과도 강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기아는 올 상반기 대형 전기차 이브이(EV)9을 국내에 출시한 뒤 하반기에는 유럽과 미국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에 따라 전기차 보조금 차별을 받는 것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부사장)은 “모든 분들이 우려했듯이 전기차, 특히 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른 현상으로 수익성이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은 맞다”며 “상업용 리스를 활용하고, 그것조차도 안될 경우 고객 인센티브를 이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발표한 현대차 실적(영업이익 3조5927억원)을 합하면 올 1분기에 현대차와 기아가 벌어들인 이익은 6조4666억원에 이른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지엠의 1분기 이익(법인세 차감전 이익 기준) 27억7500만달러(약 3조7천억원·26일 환율 종가 기준)를 크게 뛰어넘는다. 증권가에선 아직 실적 발표 전인 일본 도요타보다도 현대차·기아가 더 많은 이익을 낸 것으로 추산한다. 엔에이치(NH)투자증권이 증권정보제공 팩스넷 분석 결과 26일 기준 시장 평균 일본 도요타 올 1분기 예상치는 4521억엔(4조5285억원)이다.
현대차와 기아가 호실적을 낸 건 고부가가치 차종의 판매가 늘고 전기차로 전환이 순조롭게 진행중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의 지난해 1분기와 올해 1분기 판매실적을 견주면 고급브랜드인 제네시스는 4만6900여대에서 5만2100여대로 늘었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는 46만9560대에서 53만8594대로 늘었다. 하이브리드차·전기차 등의 판매도 11만6천대에서 16만1천대로 늘었다.
삼성증권은 최근 낸 ‘2026년 글로벌 1위 업체가 바뀐다’란 보고서에서 “도요타는 전기차 준비가 늦어지면서 중국에서 판매 대수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2026년 도요타의 판매 대수는 2022년과 비교해 중국에서 절반 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현대차·기아 판매는 3년 동안 미국에서 가장 크게 성장했다. 초기 신차 출시와 경쟁사 대비 유연한 반도체 공급 전략이 판매 성장의 주요 동력으로 분석됐는데 올해 들어서도 현대차와 기아 미국 판매가 사상 최대치를 갱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현대모비스도 올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4조6670억원, 4181억원이라고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매출은 29.7%, 영업이익은 8.1% 늘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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