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가 지난달 19일 광주 기아오토랜드 광주교육센터에서 1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공급망 탄소 중립' 대응 역량 증진을 위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현대차·기아 제공
“(현대차·기아에) 납품하는 여러 종류의 제품이 있어요. 제품별로 일일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해야 하나요?”
“가장 (납품) 비중이 큰 제품도 공정마다 탄소 배출량이 다르게 계산돼요. 어떻게 통일하나요?”
“협력사 제조 제품을 우리 회사를 통해 해외 수출하고 있어요. 이 경우에도 배출량을 측정해야 하나요?”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지난달 19일 광주 서구 기아오토랜드 광주교육센터에서 열린 ‘현대차·기아 협력사 공급망 탄소 중립 역량강화 1차 교육’ 현장. 50여개 협력업체 임직원 60여명은 이날 오전부터 6시간 동안 생소한 ‘탄소 중립’ 강의를 듣고 있었다. 탄소 중립의 개념은 물론 기후 변화에 대응하려는 금융이나 산업계의 변화 등은 모두 생소하게 들렸던 터라, 질문이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2월 비영리조직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의 공급망 관리(Supply Chain)에 가입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회사들은 올해 7월 말까지 공급망에서의 탄소배출 관리 현황 등을 온라인으로 제출해야 한다. 이에 현대차·기아 협력업체들도 기업의 매출액, 주요 생산제품명, 직·간접 공정 중에 이용하는 에너지원(보일러·등유·휘발유·도시가스 등)의 월별 사용량 데이터, 사용 목적 등을 직접 입력해 탄소 배출량을 산정해야 한다. 협력사들의 도움 없이는 프로젝트의 완성도 불가능한 셈이다. 앞서 현대차·기아는 천안, 경주에 있는 협력사를 대상으로 탄소 중립 교육을 진행한 바 있다.
에너지 사용량 등을 일일이 기록하는 건 이들에게 낯선 작업이다. ‘사업장이 여러 개인 업체의 탄소 배출량 작성 방법’, ‘자체 보일러와 외부 보일러 사용 시 산정 방법 차이’ 등 이날 나온 질문들은 ‘탄소 중립’을 마주한 협력업체들이 느끼는 곤혹스러움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세방전지 광주공장 안전환경팀 차성범 선임은 “국가 단위의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 탄소 배출 부담이 줄지만, 화석연료를 많이 쓰는 현재 전력원 구조에선 우리 업체는 탄소 배출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산업구조와 부문 특성을 세심하게 고려한 탄소 중립 정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대기업이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탄소 중립 교육·훈련에 나서는 데는 대체로 호의적인 분위기다. 차량용 전기장비 제품을 만드는 기업에서 왔다는 김아무개씨는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량 감축 의무 규제가 강화되면서 (기업도) 신경 쓸 일이 많아졌다”며 “대기업들이 기술 자료를 제공하고 (우리를) 교육하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현대차·기아 협력업체 관계자는 “공급망에서의 배출량 관리에 대한 현대차·기아의 고민은 무언가”란 질문을 던졌다. 이날 교육 시간은 탄소 중립의 여정에서 납품업체와 수급업체 간 고민을 나누고 궁금증을 푸는 자리이기도 한 셈이다.
이날 교육을 맡은 옥해명 에코앤파트너스 실장은 “투자자 그룹이 공급망에 요구하는 보편적인 기후변화 대응 과제들이 있다. 현대차뿐 아니라 베엠베(BMW), 벤츠, 제너럴모터스(GM) 등 세계적인 완성차 회사들도 (협력업체에 배출량 감소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탄소 중립의 기본적인 개념부터 배출량 산정 실습까지 포괄해 교육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대기업 중심으로 (공급망 관리) 고민을 시작하는 초기 단계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현대차·기아의 단계적 탄소 배출량 감축 로드맵이 정해지면 협력업체들도 강화된 규제를 적용받게 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광주/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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