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CATL 유럽 회장이 독일 중부 튀링겐주 에르푸르트 배터리 공장에서 배터리 셀을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배터리 회사들이 미국의 집중 견제를 받는 와중에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 내수 시장을 선점한 데 이어 중국 밖 시장에서도 시장 지배력을 빠르게 키워가고 있다.
11일 <한겨레>가 시장조사업체 에스엔이(SNE)리서치의 최근 전기차용 배터리(전기차·하이브리드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사용량’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4월까지 중국 내수 시장을 뺀 세계 시장에서 엘지에너지솔루션과 중국의 시에이티엘(CATL)이 1위 자리를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엘지에너지솔루션 제작 배터리 사용량은 24.1GWh(점유율 27.8%)으로 시에이티엘 23GWh(26.5%)을 근소하게 앞섰다. 일본의 파나소닉(14.9GWh·17.2%)·에스케이온(9.5GWh·10.9%)·삼성에스디아이(7.5GWh·8.7%)·비와이디(BYD)(1.4GWh·1%)가 뒤를 이었다.
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중국 밖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빠른 성장 속도다. 시에이티엘이 제작한 배터리의 올해 1~4월 중국 밖 사용량은 전년 동기(11.7GWh)에 견줘 두 배(97%) 가까이 늘었다. 비와이디(0.2→1.4GWh)와 파라시스(0.3→0.9GWh)도 같은 기간 각각 7배, 3배 사용량이 늘었다.
중국 배터리 업체의 성장 속도는 한국 업체의 그것을 훌쩍 뛰어넘는다. 엘지에너지솔루션(16.1→24.1GWh)의 사용량 증가율은 49.2%로, 비교적 큰 폭이지만 중국 업체에는 견줄 바 못된다. 에스케이온(9.0→9.5GWh)의 사용량 증가율은 한자릿수(4.8%)에 머물렀으며, 삼성에스디아이(5.8→7.5GWh)의 사용량 증가율도 29.6%다. 이런 성장 속도의 차이는 전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한-중 격차가 빠르게 벌어질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에스엔이(SNE)리서치는 “시에이티엘이 중국 밖 시장에서 2위에 오른 이유는 테슬라 모델3과 볼보, 푸조 제품 등의 판매 호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빠른 성장이 중국 내수 시장에 기댄 것에 불과하다는 일각의 분석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중국 배터리 업체가 중국 내수를 넘어 세계 완성차 회사 여러 곳에 공급선을 확보하는 등 자체 경쟁력 자체가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오면서 배터리 선발 주자인 국내 업체를 위협하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 배터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계 주요 완성차 회사들의 전기차 전환이 빨라지면서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는 계속 불어나고 있다”며 “중국 업체들이 그동안 내수에 치중하다가 이제는 유럽 등 외국업체 수주에 많이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시장에 먼저 진출한 한국 업체와 세계 시장에 막 진출하기 시작한 중국 업체의 성장률에 차이가 나타나는 건 기저 효과도 한 몫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편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기준으로는 시에이티엘과 비와이디가 절반(약 52%)를 차지하고 있다. 전세계 80개 나라에 올해 1~4월 등록된 전기차 절반 가량이 중국 배터리를 탑재했다는 의미다. 엘지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업체 합산 점유율은 23.4%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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