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러시아 공장 소개 사진. 현대차 누리집 갈무리
현대자동차가 전쟁으로 가동을 멈춘 러시아 공장을 14만원(1만루블)에 넘기고 철수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19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러시아 공장(HMMR) 지분을 매각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현대차는 러시아 현지 업체인 아트 파이낸스(Art-Finance)에 공장을 매각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조건을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러시아 현지 상황을 고려해 기존 판매된 차량에 대한 사후관리(AS) 운영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러시아 공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난해 3월부터 가동 중단된 상태다.
공장 매각 가격은 1만루블이라고 현대차 쪽은 밝혔다. 공장의 장부상 지분 가치는 2873억3700만원이지만, 현대차는 전쟁의 영향으로 가동하지 않은 약 2년을 고려하면 그동안 1조1300억원의 피해를 보았다고 집계했다.
매각 대상 공장은 2010년 지은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과 2020년 인수한 제너럴모터스(GM) 공장이다. 각각 최대 연간 20만대와 10만대를 생산할 수 있다.
다만 현대차는 러시아 공장 지분을 재매수할 수 있는 ‘바이백 옵션’을 계약서에 넣었다고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러시아 정부 가이드 따라 2년 안에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다만 되살 수 있을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앞서 닛산, 르노, 마쯔다 등 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일정 기간 내 자산을 재매입할 수 있는 조건을 걸고 현지 자산을 러시아 정부나 국영기업, 현지 합작사 등에 넘기고 철수했다. 르노는 20달러, 닛산과 마쯔다는 각각 1달러에 자산을 넘겼다.
현대차도 올해 초부터 공장을 카자흐스탄 기업과 매각을 조율 중이라는 보도들이 쏟아졌지만, 러시아 재무부가 ‘비우호국’ 투자자들이 사업체를 매각할 경우 시장 가치의 최대 10% 세금을 내야 한다고 못 박으면서 카자흐스탄 기업과의 매각이 무산된 바 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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