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기자가 답합니다.▶▶주간 뉴스레터 휘클리 구독신청 https://bit.ly/3qnllp8
요즘 항공권 가격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집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과 대조하면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5배까지 올랐는데요. 예컨대 2019년 6월 110~140만원이던 미국 뉴욕 왕복 항공권(대한항공, 직항, 유류할증료 등 포함)은 이번 달에 최대 500만원 대로 껑충 뛰었습니다. 업계에서는
“요즘 항공권은 오늘 당장 사는 게 가장 싸다”는 말이 나옵니다. 경제산업부 최우리 기자에게 물어봤습니다. 여객기 공급은 언제 늘어나나요? 항공권 가격은 언제쯤 내려올까요?
[The 1] 항공권 가격이 올라도 너무 올랐습니다. 아직 공급이 적어서 그런가요?
최우리 기자: 일상 회복이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전 세계 항공 여객 수요가 크게 늘고 있어요. 수요가 공급을 빠르게 추월하니까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거고요. 항공사들은 전처럼 특가 상품을 내놓지 않아도 항공권이 잘 팔리니 정가 상품만 내놓고 있습니다.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비싸도 잘 팔리니 굳이 가격을 내릴 필요가 없다는 거지요. 소비자로선 항공사가 좀 얄미운 게 사실이에요. 항공사들은 요즘 항공권 값이 크게 오르긴 했지만 비행 편수 자체가 전보다 적기 때문에 버는 돈은 아직 많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6월1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모니터에 표시된 출발 항공편. 연합뉴스
[The 2] 6월8일부터 국제선 도착 편수 제한이랑 비행금지 시간 등 정부의 규제가 다 해제됐다고 들었습니다. 그럼 팍팍 증편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최우리: 항공사들이 증편을 바로바로 하기 어려운 사정도 있어요. 증편하려면 일단 국토교통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코로나 이전에는 6개월 단위로 항공 운항 승인을 해왔습니다. 항공사가 기존 운항 스케줄을 보고하면 거의 해오던 대로 큰 문제 없이 승인이 됐죠.
그런데 코로나 발생 이후로는 모든 게 셧다운되다 보니, 전과 달리 한달 단위로 최종 승인을 하게 됐어요. 그런 와중에 나라별로 방역 기준도 자주 바뀌고 수요도 바뀌고 상황이 계속 급변하잖아요. 항공사 입장에서 한달 뒤, 두달 뒤 상황을 장담할 수 없으니 증편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거죠.
[The 3] 휴직하던 직원들이 아직 다 복귀하지 않은 상황도 영향이 있나요?
최우리: 네. 항공사 직원들은 팬데믹 기간 동안 휴직을 하면서 고통을 분담해왔죠. 정부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지급하며 유급 휴직을 독려했고요. 최근 대부분 항공사에서 직원들이 60% 정도 복직한 상태인데요. 항공권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으니, 나머지 직원들도 마저 복직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항공사들은 아직 임금을 지급할 여력이 충분하지 않아 당장은 어렵다는 입장이라 갈등이 예상돼요. 대한항공을 제외하고는 현재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으로 버티고 있는데, 지원금 연장 여부가 이달 말에 결정되거든요. 언제 복직이 다 될지는, 정부 지원 상황과 회사의 결단 등에 따라 달라질 걸로 보입니다. 그에 맞물려 여객기 증편 속도도 달라질 수 있고요.
6월1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탑승수속 카운터. 연합뉴스
[The 4] 항공권 값에 붙는 유류할증료도 오르고 있는데. 유가 때문이겠죠? 이건 소비자가 더 부담할 수밖에 없는 건가요?
최우리: 맞습니다. 유류할증료 제도 자체가, 기름 값이 오르면 항공 이용 고객들이 그만큼 부담을 나눠지게 돼 있거든요. 항공사들에 물어보면, 기름값이 크게 올라도 유류할증료로 가격을 보전받아서 그 이슈에서는 부담이 적다고 하더라고요. 6월 유류할증료는 거리 비례 제도가 도입된 2016년 7월 이후 최고치인데요. 안 그래도 수요-공급 논리로 항공권 가격이 크게 올랐는데, 유류할증료까지 겹쳐서 소비자 부담이 대폭 커지게 된 것이죠. 당분간은 고유가가 지속될 것 같아요. 유류할증료도 쉽게 떨어질 것 같지가 않네요.
[The 5] 이래저래 올 여름 휴가 때는 국제선 비행기 타기가 부담스럽겠어요.
최우리: 그럴 것 같아요. 7~8월이라 해도, 당장 보름밖에 안 남았잖아요. 국제선 항공기 증편 규제가 풀렸지만 심사에도 또 시간이 필요한 거고, 무엇보다 수요 조사가 아직 진행 중이어서…. 이번 여름 휴가 때는 공급이 수요를 바로 따라잡기 어려울 것 같고, 항공권 값은 계속 고공행진일 걸로 예상됩니다. 이번 여름 휴가가 끝난 뒤에, 여러 외부 조건을 종합해서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가을 이후에는 또 여행 수요가 기본적으로 줄잖아요.
지금보다 수요가 줄어들면서 공급이 늘어나는 때가 돼야 가격이 점차 안정되지 않을까 싶어요. 저도 특가 항공권 찾아보고 사는 걸 좋아했는데, 해외 여행 가는 건 이번 여름 휴가 이후로 일단 미루려고 합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