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판매 제품 중 아스파탐을 사용하는 대표제품은 펩시콜라제로다. 롯데칠성 누리집 갈무리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설탕을 대체하는 인공 감미료인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음료·제과·식품 업계에서도 아스파탐을 사용하는 제품이 있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스파탐이 들어있는 제품을 파는 일부 업체들에선 “대체재를 쓰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란 반응을 보였다.
아직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아스파탐 사용 기준 변경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데다 아스파탐이 들어있는 제품을 모두 공개하지 않은 탓에 해당 업계와 소비자들의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시판 중인 제품 가운데 아스파탐이 들어있는 대표적인 상품은 펩시콜라제로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식약처가 허용하는 대체 감미료 22종 중에 분명히 아스파탐이 포함돼 있어 그 기준에 맞게 사용 중”이라며 “원액을 글로벌 본사에서 가져다가 국내에서 보틀링(병에 담는 작업)을 하는 관계로, 당장 국내에서 레시피를 바꾸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기는 어렵다. 다만 본사와 계속 협의를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동원 양반 매실, 이마트 자체브랜드(PB)인 노브랜드에서 만드는 제로콜라와 스파클링 백포도 등에도 아스파탐이 포함돼 있다. 모두 두 회사의 주력 제품은 아니다. 동원 관계자는 “4천여개 시판 제품 중 주력인 아이스티 등에는 아스파탐을 사용하지 않는다. 양반 매실에 대해서는 이슈가 발생한 만큼 교체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마트 관계자 역시 “이미 두 제품 모두 제조사와 협의해 아스파탐 대신 다른 대체재를 넣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며 “비슷한 효과를 내는 다른 원료가 있는 만큼 교체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빅3 제과업체 모두 아스파탐을 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롯데웰푸드·오리온·크라운해태는 모두 제과나 빙과류에 비슷한 효과를 내는 에리스리톨, 말티톨, 수크랄로스, 자일리톨 등 다른 감미료를 사용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막걸리업계에서도 아스파탐을 사용 중이다. 업계 1위 서울장수의 장수 생막걸리. 서울장수 제공
막걸리 업계에서 ‘아스파탐’을 쓰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서울장수막걸리, 국순당 생막걸리, 지평막걸리, 예천양조 영탁생막걸리 등이 아스파탐을 첨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1위인 서울장수막걸리 관계자는 <한겨레>에 “장수막걸리 중에는 ‘달빛유자 막걸리’를 제외한 나머지 제품에 아스파탐을 쓰고 있다. 아스파탐은 세계보건기구 식품 첨가물 전문가 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첨가물이며, 1병당 미국 식품의약청(FDA) 기준 일일 허용 섭취 허용량의 2~3% 정도만 함유하고 있다”며 “식약처 등 외부 전문기관의 기준이 명확해진다면, 전면 교체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막걸리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아무 문제 없이 사용했는데, 국외에서 (아스파탐) 이야기가 나와 업계는 물론 소비자도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식약처 기준이 나와야 각 업체가 교체 검토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빠른 결정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국제암연구기관이 아스타팜의 ‘암 유발 가능 물질’ 지정 여부를 발표하면서 함께 공개할 국제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의 위해성 평가 결과에 따라 국내에서 아스파탐 사용을 계속 허가할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식약처가 2019년 조사한 결과, 한국인의 평균 아스파탐 섭취량은 일일섭취허용량의 0.12%로 낮은 편이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