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펩시코사의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을 넣은 콜라와 넣지 않은 콜라가 나란히 진열되어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다이어트 콜라 등 많은 식품에 설탕 대신 사용되는 대표적인 인공 감미료 아스파탐을 ‘암 유발 가능 물질’로 분류하기로 방침을 정했으며 다음달 14일 이런 방침과 하루 섭취 권고량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통신은 세계보건기구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가 외부 전문가들과의 회의를 거쳐 최근 이런 분류 방침을 최종 확정했다고 전했다. 이와 별도로 세계보건기구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식품첨가물 합동 전문가 위원회(JECFA)가 사람이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아스파탐 양에 대한 권고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국제암연구소와 동시에 권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제암연구소는 각종 식품과 화학 물질 등에 대해 △사람에게 암을 유발하는 물질 △암 유발 개연성이 있는 물질 △암 유발 가능성이 있는 물질 △발암 관련 미분류 물질 △암을 일으키지 않는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국제암연구소의 발암 물질 분류는 전세계 규제 기관들에게 큰 영향력을 끼친다. 이 때문에 아스파탐에 관한 이 기관의 결정은 각국 규제 기관들의 후속 조처를 촉발하는 한편 식품 업계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아스파탐은 식품첨가물 합동 전문가 위원회가 1981년 하루 섭취량을 제한할 필요가 없는 첨가물로 규정한 이후 전세계적으로 설탕을 대신하는 감미료로 널리 쓰이고 있다. 당시 전문가 위원회는 하루에 체중 1㎏당 아스파탐 40㎎까지는 섭취해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봤다. 이는 체중 60㎏의 성인이 하루에 다이어트 콜라 12~36캔을 마실 때 섭취하는 양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아스파탐의 발암 가능성에 대한 추가 연구들이 나오면서 안전성 논란이 촉발됐다. 프랑스의 소르본 파리북대학 연구진은 지난해 3월 성인 10만2천여명의 식품 섭취를 분석한 결과, 아스파탐과 아세설팜 칼륨 같은 인공감미료가 암 발생 위험을 조금 높인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아스파탐과 암 사이의 인과 관계가 증명된 것은 아니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아스파탐의 발암 논란은 식품 업계의 아스파탐 사용에도 영향을 끼쳐왔다. 미국의 대표적인 식음료 업체인 펩시코는 2015년 자사의 탄산음료에 아스파탐 사용을 중단했다가 이듬해에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지난 2020년 또 다시 사용을 중단한 바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국제암연구소의 대변인은 국제암연구소와 합동 전문가 위원회의 결정은 7월까지 비밀이라며 국제암연구소의 결론은 “발암성을 이해하기 위한 첫번째 필수 단계”에 해당한다고만 밝혔다고 통신은 전했다. 국제암연구소는 그동안 아스파탐에 관한 1300건의 연구 결과를 검토했으며 ‘암 유발 가능 물질’ 분류는 추가적인 연구를 촉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 소식통이 전했다.
오스트레일리아 로열 멜버른 공대의 올리버 존스 교수(화학)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 전에 국제암연구소의 종합적인 평가 결과 발표를 기다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는 지난달 15일 설탕 대신 아스파탐 같은 인공 감미료를 섭취하더라도 체중을 줄이는 효과가 별로 없다며 인공 감미료를 체중 조절용으로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국내에서도 아스파탐은 과자나 빵, 탁주, 요구르트 같은 유가공품 등 다양한 가공식품에 쓰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이 감미료를 발암물질로 지정하지는 않았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두드러기·혈관육종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과다 사용을 규제하고 있다. 식약처 식품첨가물 기준 및 규격 고시를 보면, 빵과 과자류의 경우 제품 1kg 당 5g 이하, 시리얼은 1g 이하, 건강기능식품과 체중조절(다이어트)용 조제식품은 각각 5.5g, 0.8g 이하의 아스파탐을 사용해야 한다.
아스타팜 하루 권장 섭취량(일일섭취허용량·ADI)은 체중 1kg 당 40mg 이하다. 요구르트(65ml) 한 병엔 아스파탐 5.6mg이 포함돼 있는데, 몸무게 60kg인 성인은 하루엔 요쿠르트를 428병 이상 먹어야 권장 섭취량을 초과한다. 식약처가 2019년 조사한 결과, 한국인의 평균 아스파탐 섭취량은 일일섭취허용량의 0.12%로 낮은 편이었다.
식약처는 국제암연구기관이 아스타팜의 ‘암 유발 가능 물질’ 지정 여부를 발표하면서 함께 공개할 국제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의 위해성 평가 결과에 따라 국내에서 아스파탐 사용을 계속 허가할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아스파탐을 암 유발 가능 물질로 지정하더라도 ‘첨가물 사용은 가능하다’고 할 가능성도 있다”며 “현재 미국·유럽연합(EU)·일본 등도 아스파탐을 감미료로 허용하고 있어, 국외 동향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신기섭 선임기자, 천호성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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