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등, 5만원 이하 선물세트 비중 급증
고가 소재 벗어나 참신하고 다양한 상품들로 구성
고가 소재 벗어나 참신하고 다양한 상품들로 구성
28일 시행에 들어가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등 금지법’(김영란법)이 올 추석 유통업계의 선물세트 판매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선물세트 예약 판매에 들어간 유통업체들마다 5만원 이하의 실속형 세트 비중을 많이 늘렸다. 이색적인 상품으로 선물세트를 꾸미거나 고객이 원하는 가격대로 맞춤형 세트를 만들어주는 등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아이디어 경쟁도 뜨겁다.
5만원 이하 선물세트가 지난 설에 56개 품목에 그쳤던 갤러리아백화점은 이번 추석에 478개 품목으로 늘렸다. 특히 식품관에 입점한 8개의 맛집 선물세트 가운데 5만원 이하 세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벽제갈비 오세요’에서 가정간편식으로 내놓은 ‘든든한 싱글 세트’(3만9000원)와 ‘건강한 싱글 세트’(4만9000원), ‘10초에 하나씩 팔리는 치즈케익’으로 알려진 ‘르타오’의 선물세트 1호(3만8000원), 부산 명물 ‘삼진어묵’의 일품세트(2만5000원), 프랑스 디저트 브랜드 ‘위고에빅토르’의 휘낭시에 세트(2만6300원) 등이다.
해마다 명절 선물세트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실속형과 프리미엄급 상품 선호로 양극화를 보임에 따라, 롯데백화점은 올해 추석에 5만원 이하의 실속형 선물세트 물량을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렸다. 롯데백화점은 민들레차, 헛개나무차, 체리 루이보스 등으로 구성된 ‘쌍계명차 삼각 티캐디 3입 세트’(4만7000원), ‘보은 대추차 선물세트’(3만원) 등 5만원 이하 차 세트를 많이 내놓았다.
현대백화점은 ‘산들내음 알찬 사과·배 세트’를 4만5000원에 판매한다. 기존 세트보다 과일 갯수는 줄였지만 품질은 그대로 유지했다. 발효현미 650g, 발효찰현미 650g, 발효귀리 650g, 발효병아리콩 650g, 발효아마씨 480g로 구성된 ‘발효잡곡 5종 세트’(4만5000원)와, 유기농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500㎖), 유기농 발사믹 비네거(500㎖)로 구성된 ‘솔레르 로메로 유기농 오일 발사믹 세트’(4만8000원)도 인기가 좋다.
신세계백화점은 4인가구에 맞춰진 선물 대신 소포장 선물을 많이 선보였다. 신세계 홍성민 과장은 “1인가구 증가에 따라 소용량 추석 선물 매출이 2014년 16.2%, 2015년 24.3%로 크게 증가해, 이번 추석에도 가성비 좋은 ‘미니포장’ 선물을 많이 늘렸다”고 말했다. 볶음용·조림용·국물용 멸치 총 1㎏의 ‘신세계 지정 생산자 멸치 세트(5만원)’와 국내산 원물을 건조해 만든 ‘신세계 천연조미료 5종 세트(5만원)’는 식구가 적은 가정이나 1인가구 선물로 제격이다.
대형마트들은 가격 대비 품질 만족도가 높은 ‘가성비 선물세트’를 중점적으로 준비했다.
롯데마트는 값비싼 굴비 대신 1마리에 9800원 하는 남해 민어 5마리를 상자로 포장해 4만9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또 일조량이 풍부하고 일교차가 큰 충주·문경·영주·거창·나주·천안·논산 등 사과·배 유명 산지의 고당도 사과·배 세트(5만5000원)를 롯데·비씨·신한·KB국민·현대·농협·우리·하나·전북·광주은행 카드로 결제할 경우 4만9500원에 10% 할인해 판다.
이마트는 지난해 처음 선보여 인기를 끈 ‘콜라보레이션’ 실용세트를 많이 내놓았다. ‘콘데델 수르 그랑 리제르바’ 와인 1병과 치즈 3종을 함께 담은 세트가 3만7800원, ‘피치니 메모로 로쏘’ 와인 1병과 ‘비앙코’ 와인 1병, ‘모나리페테르조니’ 발사믹 식초로 구성된 세트가 3만3800원, 육포와 마카다미아·피칸·아몬드·캐슈넛으로 된 견과·육포 혼합세트가 4만2800원이다. 값비산 한우 대신 오스트레일리아산 청정우로 된 ‘냉동 LA식 갈비세트’(2kg)는 4만9900원에 나와 있다.
홈플러스는 신선식품을 세트로 꾸민 ‘신선플러스 농장 선물세트’를 선보였다. 큰 일교차와 비옥한 토양, 높은 고도 등의 자연환경에서 자라 진한 향과 부드러운 맛이 특징인 홍천 더덕을 산지 직거래로 가격을 낮춘 ‘홍천 더덕 세트’(600g·2만9900원), 곶감 유명 산지인 상주에서 자연 바람으로 건조해 식감이 부드럽고 단맛이 뛰어난 ‘상주 전통곶감 세트’(건시 40g짜리 40개 4만9000원)가 대표적이다.
식품과 생활필수품 중심으로 비교적 낮은 가격대의 선물세트를 많이 갖춘 편의점업계는 김영란법 시행 이전이지만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자체상표(PB) 상품 및 중소기업의 우수 제품, 1인가구 상품 등 업체마다 차별화한 4만~5만원대 선물을 주로 선보이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추천하는 ‘중기 우수상품’으로 폐자동차에서 수거한 가죽시트를 재활용해 만든 ‘컨티뉴 카드홀더’(2만4000원)와, 동물성오일·파라벤 등 유해성분이 들어 있지 않은 ‘보이드 퓨어 화이트닝 로즈 세럼’(3만원), ‘보이드 마일드크림’(9000원) 등을 합리적 가격에 내놓았다.
씨유(CU)는 요리와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을 위해 중소기업과 제휴해 주방용품 및 생활가구를 특가로 준비했다. 인덕션레인지(6만5000원), 3D다이아몬드코팅 프라이팬(2만원), 요구르트 메이커(2만2000원), 믹서기(5만5000원), 마호가니목을 사용한 접이식 테이블(4만원), 조립형 원목 선반(3만5000원), 좌식 커피 테이블(5만5000원) 등이 있다.
지에스(GS)25는 올해 추석을 맞아 처음으로 자체상표(PB) 상품으로 구성된 선물세트를 선보였다. ‘유어스행복선물세트’는 트리콜로지스트리 샴푸, 트리트먼트, 수딩워터 3종으로 구성돼 있으며, ‘유어스함께선물세트’는 행복선물세트에 애경산업과 함께 개발한 유어스 프리미엄 치약과 칫솔이 더해졌다. 가격은 각각 2만8000원, 4만5000원이다.
한편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는 전국한우협회, 농협중앙회와 공동으로 오는 15일까지 대형 유통점, 한우영농조합법인 등 한우전문판매장 및 농협, 한우114할인몰에서 ‘추석맞이 한우할인 대축제’를 펼친다. 이번 할인행사는 한우 가격 상승으로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에게 명절 때만이라도 소비자가 생각하는 합리적인 가격대로 한우를 공급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2등급 이상의 한우고기(100g 기준)를 등심·안심·채끝은 6970원(1등급),
불고기와 국거리는 4240원(1등급), 갈비는 5940원, 선물세트는 20% 이상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다.
윤영미 선임기자 youngmi@hani.co.kr
1일 서울 중구 봉래동에 있는 롯데마트 서울역점 추석 선물세트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다양한 선물세트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롯데마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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