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개항 20주년을 맞아 ‘2030 플러스’ 비전을 제시해 성장 발판을 마련하는 전략을 수립했다”며 “공항이 여객과 화물을 운송하는 터미널 기능에 머무르지 않고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문화예술, 관광이 접목된 미래형 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개항 20주년을 맞은 인천국제공항은 명실상부 ‘글로벌 허브 공항’으로 성장했다. 2019년 기준 국제 여객 세계 5위(연 7100만명), 국제 화물 세계 3위(연 266만t)의 기록이 이를 반증한다.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으로 여객 수요가 80% 이상 급감하는 등 위기에 직면했지만, 인천공항의 새로운 비전 ‘2030 플러스’를 통해 미래 공항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에는 공항이 여객과 화물을 운송하는 터미널 기능에 머물렀다. 앞으로는 특별한 문화 경험을 할 수 있고, 첨단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공간으로, 공항 주변에서 머물며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바뀔 것”이라고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말한다.
올해 2월 취임한 그는 “임기 3년 내 완성하진 못하더라도, 큰 틀에서 방향 확실하게 잡고 그 토대를 쌓고 싶다”고 했다.
여객 수요 회복, 공항 면세점 운영 정상화, 스카이72 골프장 민간투자사업 갈등, 정규직 전환 등 그가 해결해야 할 인천공항 현안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그는 서두르지 않고, 꼬인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나가는 중이다. 다만 스카이72 관련 문제는 취임과 동시에 단수·단전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민간투자 유치의 기본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스카이72는 지난해 12월31일 계약이 만료됐지만, 제5활주로 공사가 미뤄진 만큼 영업 연장을 주장하며 공사와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그는 “공공의 재산을 무단 점유하는 불법 행위를 엄단하기 위한 조처였다”며 “7월 중 골프장 무상인계를 위한 명도소송 1심 판결이 나면, 곧바로 행정대집행을 통해 정상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7월 중 취임 뒤 첫 조직 개편도 단행한다. 지난 20년간 공항의 핵심기능은 공사가 수행하고, 나머지는 아웃소싱(위탁) 형태로 운영하던 것에서 공사(자회사 포함)가 직접 책임 운영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방만한 조직을 통폐합해 슬림화하고, 총괄부사장도 둔다. 그는 “인천공항 직원의 평균 나이가 38살이다. 공기업 가운데 가장 젊은 조직”이라며 “고정관념에 잡히지 않은 엠제트(MZ·1980~2000년대 태어난 이들)세대 인재들이 인천공항을 미래공항으로 이끌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터뷰는 지난 21일 공사 5층 영접실에서 진행됐다.
-취임 이후 어떤 활동에 주력했나.
“취임한 지 4개월 17일 됐다. 전임사장이 중도에 하차해 4개월 공백이 있었다. 불안정한 상태의 조직을 안정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개항 20주년을 맞아 ‘2030 플러스’ 비전 제시를 통해 성장 발판을 마련하는 미래 전략도 수립했다. 인천공항은 AI(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한 문화예술, 관광이 접목된 미래형 공항으로 거듭날 것이다.”
-조직이 불안하다고 했는데, 원인과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
“20년 동안 인천공항을 운영한 큰 틀이 있다. 공항의 핵심기능은 공사에서 수행하고, 외부에 아웃소싱하는 형태가 유지됐다.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혼란과 갈등도 있었다. 이번에 비정규직 직원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100% 전환해 아웃소싱을 모두 없애는 방식으로 큰 폭의 전환이 이뤄진 것이다. 보안검색 직원의 직고용 여부 등 일부 남은 문제는 대화를 통해 바람직한 방향을 찾고 있다.”
-취임 뒤 첫 조직 개편을 단행한다.
“조직이 방만하게 운영됐다. 같은 업무를 여러 부서에서 나눠 하는 형태의 이원화한 경우가 많이 있더라. 그래서 실국 통폐합으로 조직을 슬림화하고, 책임을 명확하게 하는 방향으로 바꾸려 한다. 사장 직속 부서가 많았는데 소관 국실로 배치하고, 경영본부장이 겸임하던 부사장직을 별도의 총괄부사장으로 둘 예정이다. 개편은 7월 초로 예상한다. 파리공항 자회사인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이 해외 공항 컨설팅, 사업타당성 용역까지 하는 전문성을 가진 것처럼 인천공항 자회사들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해외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조직을 재편해 나가려 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여객 수요 회복이 쉽지 않다.
“지난해 여객은 2019년 대비 83% 감소한 1100만명에 그쳤다. 하루 평균 19만5000여명에서 6225명으로 감소했다. 코로나19 유행이 완전히 종식된 상황에서 여객 수요가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상존하는 상황에서 재개되는 것이다. 백신접종을 마무리하면 통합 집단면역을 기반으로 ‘트래블 버블’ ‘백신여권’ 등을 통해 제한적으로 국경이 열린다. 이런 형태의 제한된 여객은 방역에 대한 상호 신뢰가 확보된 국가 간 이뤄진다. 국가 간 디지털 면역증명 개발 및 확대 보급 등에 공항의 역할이 중요하다. 방역당국과 긴밀하게 협의해 여객 수요가 조기 회복되도록 대책을 마련 중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여객이 줄었지만, 화물운송 실적은 오히려 증가했다. 글로벌 배송센터 유치 등 민간투자를 확대해 물류 거점 기능도 강화할 계획이다.”
-비어 있는 면세점 문제도 심각하지 않나.
“여객 감소로 면세점 영업이 어렵다. 면세점은 공항산업을 구성하는 핵심 파트너인데, 상생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현재 방식으로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대유행이나 경제 위기 등의 상황에선 사업자의 리스크를 해소하기 어렵다. 면세점 운영 전략 수립을 위한 용역을 검토 중이다.”
-‘2030 플러스’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나.
“공항이 기존에는 일종의 터미널 기능에 치중했다. 앞으로는 플러스알파가 없으면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공항 자체가 하나의 여행지로 특별한 경험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케이팝 등 문화의 공간으로,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을 접목한 편리한 기능을 도입하고, 주변 관광요소와 연계한 공항경제권 형성이 필요한 시기다. 2030 플러스는 새로운 가치, 문화, 기술혁신을 기반으로 공항 생태계를 완전히 바꾸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최근 이에스지(ESG) 경영을 선포했다.
“환경(Environment), 사회적 책임(Social), 투명한 지배구조(Governance)로 대표되는 기업의 ESG 윤리경영이 전 세계적인 화두다. 환경 분야에선 2040년까지 에너지 100% 자립 공항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유휴 용지에 재생에너지 시설 만들고, 공사가 운행하는 모든 차량을 수소·전기차로 바꾸고, 수소비행기 인프라도 구축한다. 공항산업 활성화로 2030년까지 신규 일자리 12만개를 창출할 것이다. 지난해 고용 유지를 조건으로 1조2000억원 규모의 임대료를 감면해주는 등 사회적 책임도 다하고 있다. 2025년까지 종합 청렴도 1위 달성과 구성원의 경영 참여 기회 등을 늘릴 계획이다.”
-올해 4월부터 시행한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 도입 배경과 성과는.
“노조 대표 1명이 이사회에 참관할 수 있게 했다. 의결권이 있는 노동이사제는 관련 법이 개정돼야 한다. 노조 건의를 수용해 4월부터 지금까지 3차례 노조 대표가 이사회에 참관했다. 서울교통공사 사외이사 재임 때 노동이사제를 시행 중이었는데,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고 생각했다. 참관제는 노동이사제 전 단계 정도로 보면 좋겠다. 의결권은 없지만, 의장 허락받고 발언권이 주어진다. 이사회 논의 과정 등을 노조에 투명하게 공개해 반응이 좋다.”
-글로벌 허브공항 경쟁력 확보 방안은.
“현재 인천공항 4단계 건설사업이 진행 중이다. 공정률이 20.26%지만, 4활주로는 이미 완공해 사용하고 있다. 활주로 수명이 10년인데, 1·2·3활주로 보수공사를 하기 위해 4활주로를 먼저 개방했다. 제2터미널 확장 등 4단계 사업이 완료되는 2024년이면 연간 이용객 1억600만명, 화물수송량 연간 630만t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폴란드신공항 자문사업, 인도네시아 바탐 항나딤 공항 투자개발사업 등 해외 진출도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직원 평균연령이 38살로, 공기업 중 가장 젊은 조직이다.
“인천공항공사는 20~30대 MZ 세대가 주류를 이루는 인재 집합소다. 이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고정관념에 잡히지 않은 참신한 아이디어로 인천공항을 한단계 더 발전시킬 것으로 믿는다. 젊은 직원들이 다양하고 많은 경험을 쌓고, 전세계 공항 건설사업에도 진출해 한국의 우수한 공항 건설 및 운영 노하우를 전파하는 역할을 기대할 만하다. 20년 된 회사여서 아직은 여성 관리자 비율이 높지 않은 편인데, 향후 자연스럽게 늘 것으로 본다. 직원들이 변화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 미래기술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공항 경쟁력을 좌우한다. 더 나은 것을 찾고 수용하다 보면 일등공항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유능한 임직원과 함께 미래공항을 만들어 나가겠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사진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