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시험대 오른 쿠팡…공정위, 다음달 제재절차 착수

쿠팡 제공

쿠팡이 본격적인 ‘갑질’ 시험대에 올랐다. 쿠팡의 양대 축인 직매입과 오픈마켓 사업 모두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온라인 플랫폼이 각종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만큼, 오픈마켓 사업에 대한 조사는 특히 그 추이가 주목된다.

5일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다음달 전원회의를 열고 납품업체들을 상대로 갑질한 혐의(대규모유통업법 위반 등)를 받는 쿠팡에 대해 심의할 계획이다. 2019년 LG생활건강은 쿠팡이 정당한 사유 없는 반품과 최저가 납품 등을 강요했다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번 전원회의에서는 LG생활건강이 신고한 내용뿐 아니라 기존에 직권조사 중이던 내용까지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쿠팡의 오픈마켓 사업과 관련해서도 공정위 조사가 진행 중이다. 쿠팡은 검색 결과에서 자체 브랜드(PB) 상품이 다른 상품보다 위쪽에 보이도록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는 혐의 등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점업체들을 상대로 최저가 보장제를 강요한 혐의도 있다. 쿠팡 약관을 보면, 판매자는 쿠팡에서 파는 모든 상품의 거래 조건을 다른 대면·비대면 판매 채널과 비교했을 때 불리하지 않도록 설정해야 한다. 쿠팡이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진 아마존은 비슷한 조항을 운영하다가 비판이 일자 미국과 유럽에서 이를 폐지한 바 있다.

혐의별로 제재 수위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네이버 쇼핑 알고리즘 조작 건에서는 일반 불공정거래행위(차별적 취급, 부당한 고객유인)뿐 아니라, 제재 수위가 더 센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사업활동 방해)도 인정됐다. 네이버가 비교쇼핑서비스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시장지배적 지위를 인정받기가 수월했다. 반면 쿠팡의 경우 오픈마켓 시장에서 점유율이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은 해당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최저가 보장제와 관련해서는 거래상 지위 인정 여부가 하나의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서는 최저가 보장제를 제재할 수 있는 조항으로 거래상 지위 남용(경영간섭)이 거론되는데, 이는 대체거래선을 확보하기 어려운 업체들에 대한 일종의 ‘갑질’을 뜻한다. 공정위 내부에서는 입점업체들에 대한 오픈마켓 플랫폼의 거래상 지위가 인정될지 불투명하다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의 판례는 계속적 거래관계가 존재하며 거래의존도가 상당한 경우에만 인정된다고 봤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민사소송으로 다투는 게 적절하다는 취지다.

오픈마켓 소비자들의 멀티호밍(multihoming,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이용하는 행위) 여부가 관건이 될 수도 있다. 지난해 배달앱 요기요의 최저가 보장제 건에서는 음식점에 대한 딜리버리히어로의 거래상 지위가 인정됐다. 위원회는 당시 요기요가 배달앱 시장 2위인 데다 요기요를 이용하는 소비자 중 상당수가 멀티호밍을 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소비자들이 멀티호밍을 한다면 거래상 지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풀이될 수 있다.

이재연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