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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핀테크·해외 비밀계좌 이용한 ‘역외탈세’ 46명 세무조사

등록 2021-07-07 13:58수정 2021-07-07 14:02

세계적 과세당국 협조로 탈세 정보 수집
“역외 비밀계좌 통한 탈세는 불가능해져”
국세청은 7일 브리핑에서 “역외 비밀계좌를 운용하며 세금을 신고하지 않는 등의 역외탈세 혐의자 46명을 확인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세청 제공
국세청은 7일 브리핑에서 “역외 비밀계좌를 운용하며 세금을 신고하지 않는 등의 역외탈세 혐의자 46명을 확인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세청 제공

#1. 국내 법인 ㄱ사는 해외 관계사에 제품을 수출한 뒤 수출대금을 사주의 역외 비밀계좌로 빼돌렸다. 계좌주의 이름이 숫자와 문자의 조합(예: 13579bomb)으로 표시돼 소유주를 알 수 없는 이른바 ‘숫자 계좌’다. ㄱ사는 장부상 회수되지 않은 대금을 ‘장기 매출채권’으로 잡은 뒤 회수불능으로 대손상각 처리했다. 사주는 해외 관계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면서 급여·배당 등을 받고도 비밀계좌에 은닉했다. 유학 중이던 사주의 자녀는 이 은닉된 자금을 국외에서 증여받아 해외 부동산을 다수 취득했지만 증여세 신고도 누락했다.

#2. 해외 오픈마켓에서 화장품·잡화 등을 역직구로 판매하는 ㄴ씨는 해외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 핀테크 플랫폼과 아들의 가상계좌를 통해 판매대금을 우회 수취했다. 이 판매대금은 다시 국내 전자지급결제대행사를 경유해 변칙 반입됐고, 전액 신고 누락됐다. ㄴ씨 아들은 중간에 판매대금을 개인 사업·법인 설립 및 유상증자 납입대금 등에 사적으로 사용하며 증여세 신고도 하지 않았다. 핀테크를 통한 ‘신종 역외탈세’ 유형이다.

국세청은 7일 브리핑에서 “역외 비밀계좌를 운용하며 세금을 신고하지 않는 등의 역외탈세 혐의자 46명을 확인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역외 비밀계좌를 운용해 국외 소득을 누락시킨 자산가 14명, 핀테크 등 인터넷 금융 플랫폼을 이용해 신종 역외탈세를 벌인 기업가 13명, 부당 내부거래를 통해 국외로 소득을 부당이전한 다국적기업 관계자 19명이 조사 대상이다.

이번 역외탈세 조사는 전 세계적인 과세당국 간 협력 덕분에 가능했다. 그동안 스위스·홍콩·싱가포르 등은 금융 비밀주의를 지키며 역외 현금지급기 역할을 해왔지만, 스위스를 포함해 151개국이 양자 또는 다자간 금융 정보교환에 참여하면서 금융 비밀주의가 해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동일 국세청 조사국장은 “국세청은 스위스 등 외국 과세당국과 공조해서 역외 비밀계좌 정보를 직접 수집·확보해 세무 검증을 실시했다”며 “예전처럼 역외에 몰래 비밀계좌를 운용하며 탈세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핀테크 기술을 경유한 신종 역외탈세 수법도 국세청의 주요 조사 대상이다. 주로 외국에서 벌어들인 수입을 해외 전자지급결제대행사를 통해 수취하면서 소득을 탈루하는 방식이다. 알리페이, 텐센트, 페이팔, 페이오니아 등이 대표적인 해외 전자지급결제대행사다. 국세청은 “인터넷 거래 대금결제가 전자지급결제대행사 명의로 이루어져 소득이 쉽게 노출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세금을 신고하지 않는 신종 탈세수법이 등장하고 있다”며 “해외 전자지급결제대행사가 국내로 지급한 전자지급결제대행 자료를 정밀 분석해 혐의자를 확인하고 조사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국내 모회사와 해외 관계사 간에 불공정 내부거래를 통한 탈세에 대해서도 조사가 진행됐다. 국내 모회사가 그룹 공통용역·글로벌 마케팅비·브랜드 개발비 등을 해외 관계사에 과소 청구하는 방식이다. 해외 현지법인에 사주가 자금을 저리로 빌려주면서 이익을 부당 이전시킨 혐의도 나타났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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