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아르세날레 회의장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 참석해 제3세션 ‘경제회복을 위한 정책’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 디지털세 배분 비율을 “20%에서 시작하자”고 제안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회의에서 참가국들은 디지털세 합의안의 구체적 내용을 두고 논의했다.
9∼10일 주요 20개 국가(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이탈리아 베니스에 방문한 홍 부총리는 전날 오후(현지시각) 동행기자단과 간담회를 열고 “가장 많이 언급됐던 것은 디지털세다. 100년 조세체계가 이제 물러나고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새로운 국제조세체계”라며 “회원국들이 정말 어려운 걸 해냈다”고 평가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이달 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주요 20개국 포괄적 이행체계(IF) 총회에서 나온 큰 틀의 합의안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내용이 협의됐다.
앞서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를 방지하기 위한 ‘포괄적 이행체계’ 총회는 지난 1일 최소 15% 이상의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에 합의(필라2)했다. 또한 이들은 연결매출액 200억 유로(27조원)가 넘는 글로벌 다국적 기업이 통상이익률(10%)을 넘는 초과이익을 거두면 본국이 아니라 시장소재국에도 세금을 내는 방안(필라1)에도 뜻을 모았다. 과세권 배분비율은 20∼30% 사이로 좁혀졌다.
홍 부총리는 이번 회의에서 과세권 배분비율을 20%에서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홍 부총리는 “배분 비율이 20%가 될지 30%가 될지 모른다. 이에 따라 국가 이해관계와 국익이 달라진다”며 “100대 기업이 없는 국가는 (비율이) 높을 수록 좋고, 100대 기업이 많은 나라는 낮으면 좋다. 우리는 규모가 큰 한두 개 기업이 (과세 대상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디지털세가 도입될 때 대상이 될 국내 기업으로는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 하이닉스가 꼽힌다. 다른 국가들은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한국의 입장을 이해하겠다’는 취지로 반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아르세날레 회의장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 참석해 제3세션 ‘경제회복을 위한 정책’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과세 대상 업종도 또 하나의 쟁점이다. 홍 부총리는 중간재 업종을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중간재 업종은 글로벌 유통망을 통해 완제품의 부품을 공급하기 때문에 최종 소비자가 어느 나라에 있는지 추적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홍 부총리는 “디지털세는 최종 소비재 시장에서 과세하는 것인데 중간재는 성격상 어느 소비시장에서 어떻게 기여했는지 판단이 안 된다”며 “우리는 제외했으면 좋겠지만 대부분 국가가 제외하면 안 된다고 해 (대상에서) 빠지진 않았다”고 했다. 구체적인 과세 규모를 결정할 매출 귀속 기준은 앞으로 3개월간 논의될 예정이다.
이번 회의는 지난해 2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이후 1년 5개월 만에 열린 대면회의다. 홍 부총리는 “팬데믹 이후 첫 대면 회의라서 양자회담도 활발히 진행됐다. 미국은 장관이 바뀌었고 지난해 대면이 없어서 우리가 만나자고 요청했지만, 다른 나라는 먼저 (우리에게) 제안이 왔다”며 “지난해 방역에 성과가 있었고 경제에 있어서도 다른 나라보다 선방한 것이 그 배경이다. 저도 국제회의 많이 참석했지만 한국을 보는 시각이 예전보다 확실히 커졌다고 느낀다”고 설명했다. 회의 기간동안 홍 부총리는 미국・영국・이탈리아・아르헨티나・터키 등 5개국 재무장관,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양자 면담을 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