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쟁당국의 새로운 수장을 향한 빅테크의 반격이 거세다. 리나 칸 연방거래위원장이 임기를 시작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전면전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특히 ‘리나 칸’ 호 경쟁당국의 첫 표적이 된 아마존과 페이스북의 움직임이 발빠르다. 두 기업과 리나 칸 위원장 간의 승부는 빅테크 전반에 큰 파급을 미칠 전망이다.
18일 페이스북이 공개한
기피 신청서를 보면,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왓츠앱 인수 건에 대한 결정에 리나 칸 위원장이 관여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방거래위원회는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이나 왓츠앱 사업을 처분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가 최근 패소 판결을 받아들었다. 페이스북은 연방거래위원회가 다시 제소할지 결정할 때 리나 칸 위원장이 빠져야 한다고 한 것이다. 앞서 아마존도 아마존과 관련된 모든 사건에서 리나 칸 위원장이 제척돼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리나 칸 위원장이 임기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기업 2곳이 기피 신청을 한 것이다. 이는 빅테크의 위기의식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리나 칸 위원장은 수년 전부터 빅테크가 인수합병을 통해 경쟁자를 축출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해왔으며, 위원장 취임 직후 아마존의
MGM 인수 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페이스북도 핵심 사업인 인스타그램이나 왓츠앱을 뱉어내야 할 수 있는 상황이다. 바이든 정부도 최근
행정명령에서 기업결합 심사 가이드라인을 언급하며 여기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기피 신청이 두 기업으로만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아마존과 페이스북이 든 근거 중 하나는 지난해 10월 공개된 미국 하원 반독점소위원회
보고서다. 보고서는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가 디지털 경제의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면서 경쟁자를 배제하고 소비자에게도 해를 끼쳤다는 내용인데, 리나 칸은 사실 조사와 보고서 작성에 법률자문관으로 참여했다. 페이스북은 이에 대해 “(리나 칸은) 이미 페이스북의 반독점 혐의에 대해 예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경우 판례에 따라 즉시 제척돼야 한다”고 했다. 이런 논리가 받아들여지면 구글이나 애플 관련 사건에서도 리나 칸 위원장이 제척될 수 있다. 아예 연방거래위원회의 ‘빅테크 전쟁’ 전반에 제동이 걸릴 수 있는 셈이다.
의회에서도 로비 움직임이 심상찮다. 미국 하원에서 발의된 반독점 법안 패키지가 주요 타깃이다. 패키지에는 기업결합 심사에서 입증책임을 기업 쪽에 지우고, 거대 플랫폼의 경우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사업은 아예 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도 들어 있다. 대부분 리나 칸이 수년 전부터 주장해온 내용으로, 그가 위원장으로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이들 법안의 통과가 필수로 여겨진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즈>(FT)는 해당 법안의 통과를 막기 위해 중도 성향의 민주당 상원의원들을 상대로 집중 로비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조를 기대했던 유럽에서도 미국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지난 몇년간 미 경쟁당국은 유럽에 비해 빅테크 반독점 규제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달 초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경쟁담당 위원은 리나 칸 위원장과 화상통화를 한 뒤 “우리의 공통적인 목표는 빅테크가 규칙을 지키게 하는 것”이라며 “(리나 칸과) 같이 일하는 게 기대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