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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저금리 1년 불평등만 남겼을까…통화정책의 양면

등록 2021-07-20 04:59수정 2021-07-20 07:26

[정책통 블로그]
통화정책 무차별적 개인 상황따라 받는 영향 제각각
IMF 간행물에서 가족 예시로 들며 이익, 손해 공존 소개
저금리 장기화 개인 간 차이 양극단으로…통화·재정·금융 조합 필요
연합뉴스
연합뉴스

초저금리 시대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연 0.5%라는 역대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가 연내 올라갈 가능성이 커졌다. 1년이 넘는 초저금리 시대는 자산시장 과열 등 불균형을 가져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은 코로나19 충격을 받은 취약 계층의 대출을 돕고, 경기를 지탱해 실직을 막기도 했다. 각 개인의 상황에 따라 극명하게 다른 영향을 준 것이다. 이같은 통화정책의 양면성 때문에 저금리 정책이 무조건 옳았다, 틀렸다 평가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앞으로 해야할 일은 완화적 통화정책이 남긴 뚜렷한 명암을 지혜롭게 수습하는 일이다. 통화·재정·금융 등이 역할을 분담하는 정책 조합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마다 저금리 이익·손해 제각각

최근 발간된 국제통화기금(IMF)의 간행물 <파이낸스앤디벨롭먼트 6월호>는 ‘불평등 이익’이라는 글을 통해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가 시행한 완화적 통화정책에 양면성이 존재한다고 짚었다. 20대 접객원 ‘리사’와 그녀의 부모, 50대 회계사 삼촌 등으로 구성된 가상의 가족을 통해 통화정책이 각 개인에게 준 이익과 손해가 제각각이라고 분석한 것이다. 먼저 저숙련 노동자로 수입이 적은 20대 접객원 리사는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실직 위험이 감소했다. 고용주들이 싼 이자로 대출을 받아 가게 영업을 이어갔으며, 중앙은행이 시장에 공급한 돈은 경기를 뒷받침했다. 또 그녀는 학자금과 자동차 대출 이자 부담이 줄었고, 다른 대출을 받는 것도 수월해졌다. 통화정책이 그녀의 생활에 도움이 된 것이다. 반면 그녀는 원래 가진 자산이 없으므로 상대적으로 저금리를 활용한 재산 불리기가 어려웠다.

그녀의 부모 또한 이익과 손해가 공존했다. 평생 저축한 은행 예금과 퇴직금에서 발생하는 이자에 의지하고 있는 이들은 금리가 낮아지면서 소득이 감소하는 손해를 봤다. 하지만 보유 주택의 가격이 올랐고, 딸이 실직을 피하면서 부양 비용이 줄어드는 덕도 봤다. 그렇다면 50대 회계사 삼촌은 어땠을까. 높은 임금을 받고, 채권과 주식 투자를 하고 있으며 집까지 소유한 그는 지난해 수입이 더욱 늘었다.

통화정책은 이처럼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지만, 받아들이는 개인의 처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어떤 면에서 불평등을 완화하기도, 또 다른 면에서 불평등을 강화하기도 하는 뚜렷한 명과 암이 있는 셈이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제공

벌어지는 차이 여러 정책 조합으로 수습을

따라서 코로나19 대응으로 각국이 추진한 완화적 통화정책이 옳은 판단이었는지, 잘못된 판단이었는지 섣불리 단정짓기는 어렵다. 아이엠에프 간행물은 “전 세계 중앙은행은 금리 인하와 자산 매입을 포함한 광범위한 통화 완화를 통해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는데, 이러한 정책이 불평등을 악화시키는지 여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며 “통화정책이 부분적으로 주식 시장 등의 상승을 견인했지만, 불평등을 줄이는 잠재력도 가지고 있어 중소기업들의 대출과 근로자들의 고용을 장려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례적 통화정책이 너무 오래 지속되면 일부 계층의 이익이 유난히 강해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20대 리사가 받는 이익보다 50대 회계사 삼촌이 가져가는 이익이 훨씬 많아지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빚내서 투자’에 성공한 사람들이 생기고 있다. 올해 1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 자산은 4646조2천억원으로 금융 부채(2103조9천억원)의 2.21배다. 지난해 4분기도 금융 자산이 금융 부채의 2.21배였는데, 이는 2016년 2분기(2.22배)이후 최대치다. 빚이 늘어난 만큼 자산도 함께 증가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고신용자들이 빚을 내 자산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 게 통계에 드러나고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가계신용대출 규모는 304조7천억원인데, 이 중 64.2%가 고신용자의 대출 잔액이다. 한은은 고신용자의 신용대출이 주택 가격이 상승한 지역에서 주로 증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16개 시·도 주택가격 상승률과 고신용자 신용대출 증가율 간 상관계수는 2019년 0.23에서 2020년 0.75로 높아졌다. 여유 계층이 저금리를 활용한 대출로 부동산 자산을 불린 것이다. 가계부채를 지고 있는 이들 사이에서도 자산 보유 여부, 투자 수익 등에 따라 빚을 감당할 능력에 격차가 있는 셈이다.

이에 최근 각국에서는 중앙은행들이 조금씩 완화적 통화정책을 거둬 들이는 동시에 다른 정책과의 역할 분담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통화정책은 금리를 올려 경기와 자산시장 과열에 대응하고, 저금리 도움이 끊길 취약 계층은 재정, 금융 정책 등이 역할을 이어 받아 지원을 이어나가자는 것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완화적 통화정책이 자산 가격 상승을 가져오지만, 반대로 저신용자에게 도움을 주기 때문에 한쪽 측면만 보는 것은 옳지 않다”며 “통화정책은 전체 경제의 온도를 보면서 운용하고, 취약한 부분은 재정과 금융은 물론 부동산 시장 대응 등 여러 정책 수단을 조합해 뒷받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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