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앱결제 방지법’에 앱마켓 사업자의 갑질을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재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논란이 일고 있다. 앱마켓 분야의 일반적인 경쟁법 집행을 경쟁당국이 아닌 다른 부처에서 맡는 건 전세계적으로도 전례를 찾기 힘들다.
20일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에서 통과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보면, 금지행위를 규정하는 50조1항에 앱마켓 사업자의 불공정거래행위 5가지가 추가됐다. 앱마켓 사업자가 모바일콘텐츠 등 제공사업자로 하여금 다른 앱마켓에 모바일콘텐츠 등을 등록하지 못하도록 부당하게 강요·유도하는 행위 등이다. 앱마켓 사업자가 차별적인 조건을 부당하게 부과하는 행위를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규정도 있다.
이는 앱마켓 분야의 불공정거래행위 전반을 방통위가 관할하는 효과를 낳는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54조는 같은 법 50조1항 위반으로 제재한 내용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다시 제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기존의 50조1항은 특수성이 인정되는 기간통신사업과 관련된 금지행위가 주를 이룬 터라 규제 관할권을 둘러싼 혼란이 발생할 여지가 적었다.
이번에는 그런 특수성에 대한 논의 없이 관할을 옮긴 것이어서 의문이 남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들어 앱마켓 관련 사건을 여러 건 다뤄왔다. 지난 1월에는 구글이 앱 개발자들로 하여금 다른 앱마켓과 거래하지 못하게 한 행위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전원회의에 상정했다. 공정위는 올해 안에 전원회의를 열어 심의를 마칠 계획이다.
개정안에 담긴 신설 조항과 공정거래법에서 쓰이는 개념이 어떤 관계인지도 불분명하다. 신설된 9호는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특정 결제방식을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하는데, ‘거래상 지위’는 공정거래법상 개념으로 계속성과 전속성 등을 전제로 한다. 전기통신사업법에서는 쓰인 적 없는 용어다.
실효성도 떨어진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신설된 금지행위 규정은 대부분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도 제재 가능한 수준의 내용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서 마련한 디지털시장법(DMA)이 기존 경쟁법으로는 다루기 어려운 유형의 행위를 대거 포함시킨 것과 대비된다.
앞서 방통위는 관할을 옮겨야 한다는 근거로 유럽의 사례를 든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서 디지털시장법 등의 마련을 주도한 게 경쟁총국이 아닌 정보통신총국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디지털시장법은 거대 플랫폼을 따로 지정해 별도 의무를 부과하는 법안으로, 일반적인 경쟁법 집행은 여전히 경쟁총국에서 담당한다. 한 예로 지난 4월 경쟁총국은 미 애플이 애플뮤직 외의 다른 음원 스트리밍 앱에만 결제 수수료를 부과한 행위에 대한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다른 주요 국가도 마찬가지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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