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저작권 침해 논란이 일었던 ‘아이템위너’ 제도를 손보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가 접수된 지 1년 만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이 소비자와 오픈마켓 입점업체, 납품업체와 맺은 불공정약관을 시정하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약관법상 불공정약관의 경우 사업자가 공정위의 시정 권고를 따르지 않으면 고발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번에 쿠팡은 공정위가 정식으로 권고하기 전에 약관을 고치기로 했다. 새 약관은 이달 말 공지한 후 오는 9월부터 적용된다.
먼저 수차례 논란이 됐던 아이템위너 제도와 관련된 약관이 바뀐다. 아이템위너는 제품 소개 페이지에 가장 저렴하고 평이 좋은 판매자의 제품을 대표로 노출시키는 제도다. 다른 판매자의 같은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다른 판매자 보기’를 따로 클릭해야 한다.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판매자가 거의 모든 매출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다.
아이템위너 제도 운영을 위해 쿠팡은 아이템위너 대표 사진으로 다른 판매자의 상품 사진도 쓸 수 있도록 해왔다. 판매자가 제작한 콘텐츠를 이용해 쿠팡이 만든 2차 저작물의 지식재산권도 쿠팡에 귀속된다. 이에 일부 업체가 지난해 7월 공정위에 약관 심사를 청구한 바 있다.
공정위는 이런 내용이 약관법상 ‘고객에게 불리하게 부당한 조항’에 해당된다고 봤다. 특히 저작권법의 취지를 감안할 때 개별 약정 없이 저작권을 광범위하게 넘겨받거나 별도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양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새로 바뀔 약관은 판매자가 제공하는 콘텐츠의 저작권이나 소유권이 쿠팡으로 이전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또 아이템위너 대표 사진은 해당 판매자가 제공한 것만 쓰기로 했다.
쿠팡의 법적 책임을 광범위하게 면제한 조항도 고친다. 쿠팡은 기존에 소비자 약관에 별도의 면책 조항을 두고 ‘일체의 위험과 책임은 해당 당사자들이 부담한다’고 규정해왔다. 또 오픈마켓 입점업체들과 맺은 약관에서는 콘텐츠의 지식재산권 등과 관련한 분쟁이 발생한 경우 판매자가 비용을 부담해 쿠팡을 면책시키도록 했다. 거래와 관련된 분쟁의 결과에 대해 판매자가 온전히 책임을 부담한다는 조항도 있었다. 약관법은 사업자의 고의나 중과실로 인한 법적 책임까지 배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시정된 약관에서는 콘텐츠 분쟁과 관련된 면책 조항이 삭제된다. 또 쿠팡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는 쿠팡이 책임진다는 조항이 신설된다.
이번 건과 별개로 쿠팡은 입점업체를 상대로 최저가 보장제를 강요하는
최혜국대우(MFN) 조항 등에 대한 공정위 심사도 받고 있다. 다른 판매자의 상품 후기나 별점을 아이템위너 판매자에게 몰아주는 쿠팡의 행위에 대한 공정위 조사도 진행 중이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