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1 세법개정안 브리핑'에서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의 올해 세법개정안 초안에 담겼던 ‘미술품 상속세 물납 허용’ 계획이 최종안에선 빠졌다. 미술품 상속세 물납의 혜택이 고액상속인에게만 한정되는 데다 미술품의 가액 평가 방식에 따라 사실상 ‘부자 감세’ 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판단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기획재정부는 언론을 대상으로 한 ‘2021년 세법개정안’ 사전 브리핑에서 납세자 권익 보호 및 납세 편의 제고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 “미술품에 대한 상속세 물납 허용”을 발표했다. 미술품 물납제는 금전으로 납부하는 것이 원칙인 상속세를 미술품으로 대체하는 제도를 말한다. 현행법상 현금으로 상속세를 낼 수 없는 경우엔 상속받은 재산 중 부동산이나 유가증권 등으로 물납할 수 있는데, 이를 미술품까지 확대하자는 요구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기재부는 이날 “역사적·예술적 가치가 높은 미술품을 국가적으로 관리·보존하고 일반 국민의 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밝히며 “(물납 받은 미술품은) 국립중앙박물관 등을 통해서 민간에 공개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설명했다. ‘부자 감세’ 효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이 이어지자, 기재부 관계자는 “미술품 물납 허용은 세액 변동이 없기 때문에 감세라 보기 어렵다. 납부해야 할 상속세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그 가치만큼의 미술품이 납부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기재부는 미술품에 대한 상속세액에 한하여 미술품으로 물납하는 것을 허용하는 수준의 상속세법 개정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흘 뒤인 지난 23일 공개된 세법개정안 상세 자료에는 이 내용이 모두 빠졌다. 이날 김태주 기재부 세제실장은 “미술품 물납 허용에 대한 여러 사회적 논의가 있었고 정부도 이를 세제 개편안에 포함하려 했으나 당정협의 과정에서 ‘취지는 공감하지만 보다 심도 있는 평가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의원 발의를 통해 논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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