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올해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농축산물과 석유류 가격 강세가 지속되는 데다 집세와 개인서비스 등 서비스 물가도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하반기부터는 기저효과가 완화돼 물가가 지난 2분기와 달리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던 정부의 예측은 빗나간 셈이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7.61(2015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과 견주어 2.6% 올랐다. 지난 4월 2.3%, 5월 2.6%, 6월 2.4%에 이어 4개월 연속 2%대 오름폭을 보였다. 1∼7월 누계로 보면 1년 전보다 1.9% 올라 안정목표치인 2%에 가까워졌다.
농축산물은 달걀(57%), 마늘(45.9%), 고춧가루(34.4%) 등을 중심으로 1년 전보다 9.6% 상승했다. 최근 농축산물 가격이 두 자릿수 상승률을 이어왔던 것과 견주면 다소 오름폭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높은 편이다. 축산물은 도리어 오름세가 확대됐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작년의 긴 장마로 태풍이 잦았고 올 초 폭설과 한파 등 기상조건 악화로 작황이 부진했다”며 “축산물의 경우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의 여파, 폭염, 수요 증가 등이 원인이 됐다”고 밝혔다.
국제유가 상승이 지속되면서 석유류 가격도 19.7% 올랐다. 지난 2분기만 해도 배럴 당 60달러대에서 멈출 것으로 예측됐던 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지난달 72.9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휘발유는 19.3%, 경유는 21.9%, 자동차용 엘피지(LPG)는 19.2% 올랐다.
기획재정부는 “6월과 마찬가지로 농축산물과 석유류 등 공급 측 요인이 물가 상승의 상당 부분을 설명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농·축·수산물 및 석유류의 물가 상승 기여도는 2.6% 가운데 1.52%포인트였다. 하지만 농·축·수산물과 석유류가 물가 상승에 기여한 비율로 치면 지난 6월 65%에서 7월 58%로 줄어들었다. 개인서비스의 물가 상승 기여도가 0.87%포인트로 농·축·수산물(0.76%포인트)과 석유류(0.76%포인트)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물가의 장기 추세를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 상승률은 1.7%로 2017년 8월 이후 최대 오름폭을 보였다. 지출 비용이 많이 드는 품목을 골라서 작성해 ‘체감물가’로 불리는 생활물가지수도 3.4% 올라 2017년 8월 이후 최대 상승률이었다.
개인서비스는 보험서비스료(9.6%), 공동주택관리비(6.2%), 구내식당식사비(4.1%) 등을 중심으로 2.7% 올랐다. 국내단체여행비(5.7%), 콘도이용료(4.6%), 호텔숙박료(2.7%) 등 여름휴가 관련한 서비스 물가도 상승했다. 집세 역시 1.4% 올랐는데, 전세는 2% 올라 2018년 2월 이후 최대 오름폭을 나타냈다. 월세도 0.8% 올랐다. 전기수도가스는 지난해 7월 인하된 가스요금의 기저효과가 지난달까지 작용하다가 소멸하고, 올 7월부터 전기요금 할인이 축소되면서 0.3%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 국면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질 개연성이 있다”면서도 경제정책의 방향을 틀어야 할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해외 원자재 가격 등 우리가 제어할 수 없는 요인도 커지고, 인플레이션 기대도 상당히 올라와서 불확실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인플레는 실업률이 떨어지고 임금이 오르면서 상승 작용이 일어날 때 발생하는데, 아직 우리 고용시장은 회복세 정도이기에 높은 수준의 인플레를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도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한 마이너스 경제에서 회복하는 시점이라 2% 수준의 물가 상승은 필요한 측면이 있다”며 “물가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는 있지만 갑자기 긴축으로 돌리면 경기 회복세가 도리어 꺼질 수 있고, 이를 다시 되살리는 것은 더 힘들다. 경기 회복 중에 생기는 양극화 완화 정책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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