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쟁당국이 페이스북에 대한 반격에 나섰다. 최종 목표는 페이스북이 2012년 인수한 인스타그램을 다시 뱉어내게 하는 것이다. 리나 칸 신임 연방거래위원장의 첫 시험대이기도 한 만큼 그 성패에 대한 관심이 높다.
22일 연방거래위원회(FTC)
보도자료를 보면, 위원회는 최근 페이스북에 대한 인스타그램·왓츠앱 매각 명령을 청구하는
80쪽짜리 소장을 법원에 다시 냈다. 기존의 소장에 27쪽만큼의 분량을 추가한 것이다. 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처음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반년 만에 소장을 기각한 바 있다.
다시 불붙은 소송의 향방에 대한 힌트는 두 달 전 공개된 53쪽짜리 문서에서 얻을 수 있다. 법원이 소장을 기각하면서 제공한
의견서다. 제임스 보즈버그 판사는 의견서에서 “연방거래위원회에 위로를 해주겠다”며 “(페이스북의) 시장지배력이 입증된다는 전제 하에, 위원회는 인스타그램·왓츠앱 인수에 대한 금지청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위원회가 페이스북의 시장지배력을 입증하기만 하면 승산이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보즈버그 판사는 특히 위원회가 “페이스북의 점유율은 60% 이상”이라고 했을 뿐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점유율 측정 기준과 구체적인 경쟁사업자를 명시해야 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위원회 반격의 성패는 법원이 지적한 이런 허점을 얼마나 잘 보완했는지에 달린 것이다.
실제로 위원회가 페이스북의 시장지배력 입증에 할애한 분량은 5쪽에서 20쪽으로 늘었다. 쟁점 중 하나는 시장 획정이다. 만일 트위터나 유튜브도 페이스북과 같은 시장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면, 페이스북을 독점사업자라고 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페이스북을 ‘개인적 소셜 네트워크’(Personal social networking)라는 서비스로 분류하고, 유튜브는 물론 트위터나 틱톡과도 구별된다고 명시했다. 개인적 소셜 네트워크는 말 그대로 개인적인 인간관계를 기반으로 돌아가는데, 이들 서비스에서는 공통 관심사를 토대로 불특정 다수와 소통한다는 것이다. 페이스북과 같은 분류에 속하는 서비스는 인스타그램과 스냅챗 정도라고 명시했다.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민간 조사기관에서 측정한 점유율도 추가했다. 구체적인 숫자는 민감한 정보라는 이유로 가려져 있으나, 스냅챗의 월간 이용자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보다 수천만명 적다고 했다. 페이스북의 시장지배력을 드러내는 사례도 새로 제시했다. 2018년 페이스북의 이용자 개인정보가 다른 기업에 유출됐다는 사실이 알려졌음에도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연방거래위원회의 이번 소송은 리나 칸 위원장과 빅테크 간의 첫 전면전이기도 하다. 앞서 페이스북은 해당 소송에 리나 칸 위원장이 관여하지 않아야 한다는 취지로
기피 신청을 냈으나 기각당했다. 위원회는 “(이번 소송을 통해) 페이스북의 위법 행위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고 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