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서울 마장축산물시장에 진열된 고기. 연합뉴스
8월 소비자물가가 전월보다 2.6% 오르면서 5개월 연속 2%대 오름폭을 보였다. 그동안 물가 상승의 주원인이었던 농·축·수산물은 오름세가 둔화했지만, 석유류와 개인서비스 물가가 많이 올랐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9(2015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과 견주어 2.6% 올랐다. 지난 7월(2.6%)에 이어 두 달째 연중 최고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0.6%)만 해도 0%대를 나타냈지만 점점 오름세를 보이더니, 지난 4월부터 5개월 연속 2%대 오름폭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물가가 5개월 내리 2%대 상승을 나타낸 건 2017년 1∼5월 이후 처음이다. 이미 올해 1∼8월 누계로 보면 1년 전보다 2% 올라 안정목표치에 이르렀다.
하반기부터 기저효과가 완화돼 물가가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던 정부의 예측은 이미 빗나갔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에 이어 2% 중반을 상회하며 예상보다 상승 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경기가 회복하며 수요 측면 상승 압력이 확대된 가운데 농·축·수산물과 국제유가 등 공급 측면 상승 요인이 예상보다 컸다”고 설명했다.
농·축·수산물은 달걀(54.6%), 돼지고기(11%), 국산 쇠고기(7.5%) 등을 중심으로 1년 전보다 7.8% 올랐다. 쌀은 13.7% 올랐고 고춧가루는 26.1%, 시금치는 35.5% 올랐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올 상반기 내내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이다가 7월부터 오름세가 둔화하고 있다.
석유류도 21.6% 상승해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국제유가는 델타 변이 확산의 영향으로 지난 7월 중순부터 완만하게 하락해 8월에는 배럴 당 69.5달러(두바이유 기준)였다. 하지만 유가가 물가에 반영되려면 2∼3주간의 시차가 필요한 데다 환율 상승까지 겹치면서 지난 7월보다 석유류 가격 오름폭은 확대됐다. 석유류 상승에 가공식품 출고가도 오르면서 공업제품은 3.2% 상승해 2012년 5월 이후 9년 3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올랐다.
2.7% 오른 개인서비스도 물가 상승에 크게 기여했다. 휴가철 서비스물가가 상승하는 계절요인이 작용한 가운데 상반기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등이 외식물가에 반영된 탓이다. 생선회(7.4%) 등을 중심으로 외식물가는 2.8% 올랐다. 보험서비스료(9.6%), 공동주택관리비(5.3%) 등 외식 외 물가도 2.7% 올랐다. 월세는 0.9% 올라 2014년 7월 이후 7년 1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올랐고 전세도 2.2% 뛰었다. 공공서비스는 지난해 8월 국제항공료 인상의 기저효과가 사라지며 내림폭이 커져 0.7% 하락했다.
물가의 장기 추세를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 상승률은 1.8%로 2017년 8월 이후 4년 만의 최고치를 나타냈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3월(1.0%), 4월(1.4%), 5월(1.5%), 6월(1.5%), 7월(1.7%)에 이어 여섯 달 연속 1%대 상승률을 보였다. 지출 비용이 많이 드는 품목을 골라서 작성해 ‘체감물가’로 불리는 생활물가지수도 3.4% 올라 4개월째 3%대 상승폭을 이어갔다.
기획재정부는 “9월 소비자물가는 추석 전 성수품 공급 확대 등 하방 요인과 명절 수요 및 국제유가 추가 상승 가능성 등 상방 요인이 병존한다”며 “추석 명절을 앞두고 서민 생활물가가 안정될 수 있도록 명절 기간 농·축·수산물 수급관리에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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