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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숫자는 좋은데, 내용은…‘1000일의 홍남기’ 부총리 엇갈린 평가

등록 2021-09-03 16:54수정 2021-09-03 17:02

“디테일에 강하지만 거시정책 기획엔 약해” 비판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두번째 경제부총리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오는 4일이면 취임 1000일을 맞는다. ‘최장수 부총리’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2년 8개월이었지만,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치러온 경제사령탑으로서 그에 대한 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코로나 추경’만 6번…숫자론 선방

홍 부총리는 재임 동안 총 7차례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다. 이 가운데 6번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추경이었으니 그를 ‘코로나 부총리’라 칭해도 과언은 아니다.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0.9%로 주요국 가운데 역성장 폭이 가장 작았기 때문에 ‘숫자’로 보면 홍 부총리가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도 ‘4%대 성장률’을 달성할 전망이다.

하지만 그의 코로나 대응책 내용을 두고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총 116조7천억원 규모로 6번이나 추경을 편성했지만 그때그때 단기적 지원만 펴왔을 뿐, 코로나19로 지울 수 없는 타격을 입은 취약계층과 취약업종을 위한 담대한 비전은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홍 부총리는 윗사람이 원하는 바를 충실하게 디테일까지 챙기는 데에는 특출나지만,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 속에서 거시적인 경제 정책을 기획하는 능력은 부족했다”며 “코로나19 국면 속에서 지표 관리는 잘 됐지만, 피해를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관리만 한 수준이다. 그 과정에서 재정의 역할은 상당히 미약했다”고 비판했다.

추경·재난지원금 두고 여당과 충돌도

애초 홍 부총리는 “예스맨”이라는 평가가 자자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자기 고집을 내세우는 일도 잦았다. 특히 지난 3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교체된 뒤론 더욱 그랬다. 추경 규모나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과 범위를 두고도 홍 부총리만 여당과 각을 세웠다. 연이은 실패에 웬만한 여권 정치인은 언급도 피하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마지막까지 말을 보탠 건 홍 부총리였다.

결과가 늘 좋지는 않았다. 홍 부총리는 지난 2차 추경 논의 과정에서 국민지원금 ‘100% 지급’을 주장하는 여당과 맞서 싸웠지만, 결국 애초 정부안이었던 ‘70% 지급’에서 한참 밀린 ‘88% 지급’으로 결론이 났다. 지출을 아끼지도 못했고 저소득층에 두터운 지원을 하지도 못해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7월 홍 부총리의 ‘부동산 담화’도 마찬가지다. 홍 부총리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앞으로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하는 담화를 발표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기재부 내부에선 “‘뭐라도 해야 한다’는 공직자로서의 소신으로 내놓은 담화일 것”이라는 반응이지만, 들끓는 여론에 기름을 부은 것이나 다름없었고 정책 신뢰도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는 없었다.

우직하게 문재인 정부 마지막까지?

홍 부총리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의 ‘우직한 성실함’을 최대 장점으로 꼽는다. 지난 7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하던 날 아침까지도 홍 부총리는 직접 회의를 주재하고 떠날 정도로 손에서 일을 놓지 않는다. 그는 재임 기간 중 288회의 장관급 회의를 직접 챙겼고, 기업체·소상공인·군 장병 등을 만나는 현장 방문만 약 100회에 이른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일신의 영달을 중요시하는 타입은 아니다”, “복지부동과는 가장 거리가 먼 인물”이라는 게 홍 부총리에 대한 일관된 평가다.

한때 관가에서는 홍 부총리 교체설이 번지기도 했지만 그는 결국 유임됐다. 홍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부총리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홍 부총리를 중심으로 전 부처가 신념을 갖고 (코로나19 극복에) 매진해 나가라”고 주문하면서 교체설을 일축하기도 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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