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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나랏빚 1천조원…“‘채무의 질’ 좋은 편…대비는 필요하다”

등록 2021-09-05 18:03수정 2021-09-06 02:37

“적정 국가채무, 절대 기준은 없다”
금융성 채무 비중·단기채무 비중 등
‘지속가능성’ 입체적으로 살펴야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정부는 내년 국가채무가 1068조3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1천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본다. 이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처음으로 50%를 넘을 공산이 크다.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까닭이다. 하지만 이런 양적 지표만으로 건전성의 전모를 판단하기엔 이르다.

류덕현 중앙대 교수(경제학)는 5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적정 국가채무 수준에 절대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정부의 지출 소요를 반영해서 적정 정부 규모를 먼저 결정한 뒤 채무가 지속 가능한지를 놓고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채무의 양과 더불어 ‘지속가능성’ 등 채무의 질도 입체적으로 살펴야 재정 상황을 온전히 파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상환해야 할 국가채무 비율 32.2%
채무의 질을 따지는 기준 중 하나는 ‘금융성 채무’와 ‘적자성 채무’의 비중이다. 한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니라 달러를 사 모으기 위한 외환시장 안전용 국채 등 ‘금융성 채무’가 상당하다. 금융성 채무는 달러 등 대응자산이 존재하는 터라 적자성 채무와 성격이 다르다. 내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금융성 채무는 382조3천억원으로 전체의 35.8%로 정부는 추정한다. 이에 상환해야 할 국가채무(적자성 채무) 비율은 국내총생산 대비 32% 초반으로 뚝 떨어진다는 얘기다.

잔존 만기 1년 이하인 단기 채무가 전체 국가채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 점도 다행스런 대목이다. 단기채무의 비중은 7%로 주요 선진국(평균 21.7%)과 비교하면 낮은 편에 속한다. 나아가 10년 이상 장기물 비중도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가채무 평균 만기는 10.4년이었다. 불과 4년전만 해도 국가채무 평균 만기는 7.7년으로 현재보다 3년 가까이 짧았다.

우리 국채 채권자 대부분이 내국인이라는 점도 부담을 줄이는 특징 중 하나다. 지난해 기준 외국인 보유 채무 비중은 15.9%로 주요 선진국(평균 24.6%)에 비해 낮다. 최근 5년 이 수치는 증가세를 보이곤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비기축통화국가인 스웨덴(15.2%), 스위스(16.6%)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외국인 보유 비중이 클수록 자본 유출 및 시장 불안에 따른 금리 상승 위험은 커진다.

이자비용도 채무의 건전성을 살피는 주요 요소다. 지난해 기준 국가채무 이자비용은 18조7천억원으로, 국내총생산 대비 1%가 채 안 된다. 채무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속에서도 이자비용 급증세가 뒤따르지 않은 이유는 국고채 평균 조달금리가 2018년 2.43%→2019년 1.68%→2020년 1.38%로 낮아져 온 덕택이다. 2010년대 장기 불황에 따라 ‘저금리 환경’이 국내외에 형성된 바 있다.

■‘빠른 고령화’…안심할 때는 아니다
그럼에도 경계감을 키우는 요소도 여전하다. 우선 적자성 채무 증가속도가 가파르다. 내년 기준 686조원(전망)으로 최근 5년(2017∼2022년) 사이에 1.8배나 늘었다. 앞으로도 가파르게 늘어 2025년이면 적자성 채무가 9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정부는 내다본다.

시장 금리가 슬금슬금 오르는 흐름도 긴장의 고삐를 늦추기 어렵게 하는 요소다. 지난 10년간 ‘저금리 환경’의 수혜를 입었다면, 앞으로는 금리 인상 부담이 재정 운용의 주요 변수로 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이 테이퍼링 등 자금 회수를 검토하고 있고, 최근 한국은행도 1년 여만에 금리를 끌어올린 바 있다.

무엇보다 부담은 빠른 고령화 속도다. 경제 전체에 고령 인구 비중이 커지게 되면 그만큼 복지 지출 수요도 커진다. 반면 같은 이유로 세금 부담 여력은 준다. 재정의 장기 지속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증세 등 세수 기반 확충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까닭이다. 이런 점에서 주요 선진국에 견줘 낮은 조세부담률(약 20%) 등 담세 여력이 남아있는 점은 긍정적 요인이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당장은 상황이 괜찮을 수 있지만 언제나 괜찮은 것은 아니다”며 “우리 정부의 지출과 채무를 어떻게 관리할지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가 내놓은 재정준칙처럼 국가채무 비율 60%, 통합재정수지 -3% 등 숫자 박아놓는다고 해서 관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고 짚었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래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는 교육이나 복지, 사회간접자본(SOC) 분야 등 투자는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키워 채무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면서 “한국이 야경국가가 되지 않을 바엔 복지 지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책임감 있게 조세부담률 제고를 이야기하는 정치세력이 없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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