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노인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생활비를 스스로 마련하는 60살 이상 노인의 비중이 57.7%로 절반을 넘었다. 결혼하지 않은 30대 남자 비중도 처음으로 절반을 넘었고 모든 연령대에서 비혼 인구 비중이 증가했다.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 인구주택 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인구·가구 기본항목’(2020년 11월1일 기준)을 보면, 60살 이상 고령자 인구 1203만4천명 가운데 694만3천명이 본인 스스로 생활비를 마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중으로 치면 2010년 44.6%→2015년 49.7%→2020년 57.7%로 지난 10년 사이에 급격하게 증가했다. 본인이 스스로 마련하는 생활비 원천에는 본인·배우자의 일, 금융자산, 공적연금, 개인연금, 부동산 등 실물자산 등이 포함된다. 한국은 오이시디 회원국 가운데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인 동시에 노인빈곤율(43.4%·2018년 기준)이 가장 높은 나라다.
자녀의 도움이나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보조로 생활하는 고령자의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타인에게서 생활비를 충당하는 비중은 2010년에는 41.1%에 이르렀으나 10년 만에 11.2%포인트 떨어진 29.9%로 나타났다. ‘본인과 타인’에게서 동시에 생활비를 충당하는 고령자 비중도 2010년 14.3%에서 2020년 12.4%로 줄었다.
나이가 늘어날수록 ‘본인과 배우자의 일·직업’으로 생활비를 버는 비중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지만, 여전히 일을 놓을 수 없는 노인들도 적지 않다. 60살 이상 노인 가운데 본인과 배우자의 일·직업으로 생활비를 버는 비중은 2010년 20.9%→2015년 23.4%→2020년 26.8%로 점차 늘어왔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70∼74살 노인의 17.3%가 본인이나 배우자의 일을 통해 생활비를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75∼79살은 8.7%, 80∼84살은 3.9%, 85살 이상은 1.7%가 생활비를 본인 또는 배우자의 일과 직업을 통해 벌었다.
노인 소득만큼이나 ‘노인 돌봄’도 개인의 몫이었다. 걷거나 계단 오르기, 옷 입기, 목욕하기 등에서 활동 제약을 겪는 60살 이상 고령자 인구 223만명 가운데 112만3천명은 돌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63만1천명은 요양보호사와 주간보호시설에서 돌보고 있지만, 33만2천명은 배우자·자녀·자녀의 배우자·친인척 등 가족 내에서 돌보고 있다. 돌봄이 필요하지만 돌볼 사람이 없는 노인도 11만1천명에 이른다.
한편 비혼 인구와 이혼 인구가 함께 늘어나는 등 결혼에 대한 가치관 변화도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15살 이상 인구 4395만8천명 가운데 이혼은 254만5천명으로 전체의 5.8%를 차지했는데, 5년 전과 비교하면 0.7%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배우자있음은 55.9%로 5년 전과 같았고, 사별은 0.4%포인트 감소한 7.2%였다. 비혼은 15∼19살 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구성비가 2015년 31.3%에서 2020년 31.1%로 0.2%포인트 감소했다.
실제 비혼 추세를 볼 수 있는 연령별 비혼인구 비중은 모든 연령대에서 증가했다. 특히 30대 비혼 인구 비중은 42.5%로 5년 전보다 6.2%포인트 증가해 오름폭이 가장 컸다. 30대를 성별로 나누어 보면, 남성은 비혼 비중이 50.8%로 처음으로 과반을 넘었고 여성은 비혼 비중이 33.6%로 나타났다. 40대도 비혼 비중이 17.9%로 5년 전보다 4.3%포인트 늘었고, 50대는 7.4%로 5년 전보다 2.5%포인트 증가했다.
여성의 경우 교육 수준이 비혼 비중에 큰 영향을 미쳤다. 30살 이상 여성 가운데 비혼 인구 비율은 10.4%로 5년 전보다 1%포인트 늘었는데,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비혼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학교까지 졸업한 여성은 7.4%만 비혼인데, 2·3년제 대학교 졸업자는 16.5%, 4년제 이상 대학교 졸업자는 20%가 비혼이었다. 대학원을 졸업한 여성의 비혼율이 22.1%로 가장 높았다.
남성은 2·3년제 대학교 졸업자까지는 교육 수준이 높아질수록 비혼율이 늘었지만, 4년제 이상 대학교 졸업자 이상으로는 비혼율이 줄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남성은 19%가 비혼이었고, 2·3년제 대학교 졸업자의 비혼율이 27.3%로 가장 높았다. 4년제 이상 대학교 졸업자는 23.1%, 대학원 졸업자는 11.8%였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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