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자료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이 미진한 개선세를 보이는 가운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인구에서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과 노인의 기대 수명은 해마다 늘어나는데, 노인 학대 경험률도 함께 늘고 있다.
오는 10월2일 노인의 날을 맞이해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021 고령자 통계’를 보면, 올해 우리나라 65살 이상 고령 인구는 전체 인구의 16.5%인 853만7천명이다. 유엔(UN)은 65살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를 넘으면 ‘고령화 사회’,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구분한다. 한국은 2017년에 이미 고령사회가 됐다. 통계청은 고령 인구 비중이 앞으로 계속 증가해 2025년(20.3%, 1051만1천명)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추정한다.
노인들의 경제 여건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66살 이상 은퇴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중위소득 50% 이하)은 2019년 기준 43.2%다. 2016년 이후 해마다 개선 추세를 타고 있으나 그 속도는 무척 더디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압도적 1위다. 국제 비교가 가능한 2018년 기준 한국의 노인 빈곤율(43.4%)은 라트비아(39%), 에스토니아(37.6%), 멕시코(26.6%)보다 높다.
그럼에도 빈곤 노인을 위한 국가의 공적 노력은 부진한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뤄진 노인 복지 확대는 기초연금이 10만원 인상된 것이 사실상 전부다. 기초생활보장제 역시 중위소득의 30%를 기준으로 대상자를 선정하기 때문에 극빈층 구제에는 의미가 있을지언정, 노인 빈곤율에서 큰 개선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구인회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우리나라는 고령화 속도가 무척 빠르고 다수의 노인이 연금을 받지 못하거나 액수가 적기 때문에, 당장은 정부가 재정투입을 통해 빈곤 노인의 소득을 보전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번 정부는 노인 빈곤에 의욕적으로 나서지 않았고, 국민연금 개혁 논의도 유야무야 미뤄진 점도 아쉽다”고 밝혔다.
노인들의 기대 여명은 해마다 늘고 있다. 65살 생존자의 기대여명은 2019년 기준 21.3년, 75살 생존자의 기대여명은 13.2년으로 1년 전보다 각 0.5년씩 늘었다. 우리나라 65살 노인의 기대여명은 여성 23.4년, 남성 19.1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상위권이다. 특히 65살 여성 노인의 기대여명은 일본(24.6년)과 프랑스(23.9년) 다음으로 높다. 기대여명은 특정 시점 기준으로 예상되는 잔여 수명을 가리킨다.
이런 가운데 학대를 경험한 고령자 비중도 부쩍 늘었다. 고령자 학대피해 경험률이 2019년에는 10만명당 68.2명이었는데, 지난해에는 77명까지 증가했다. 2015년(55.2명)에 견주면 5년 만에 39.5%나 늘어났다. 특히 여성 노인의 학대피해 경험률은 102.1명으로 남성(44.1명)의 2.3배나 된다. 80살 이상 노인의 경우 10만명당 122.5명이 학대피해를 경험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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