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재난지원금인 소상공인 희망 회복자금 확인 지급이 시작된 지난 9월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중부센터에 관련 안내가 게시돼 있다. 연합뉴스.
소상공인 손실보상심의위원회가 사회적 거리두기로 손실을 본 소상공인에게 매출 감소액의 일부를 보상하는 안을 오는 8일 확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의료기관 손실보상과의 형평성 논란, 예산 부족 문제 등이 불거지고 있다.
4일 기획재정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따르면, 중기부는 소상공인 손실보상안을 8일 열리는 소상공인 손실보상심의위원회에서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정부안은 우선 올해 7월8일∼9월30일까지의 매출과 2019년 같은 기간 매출을 비교해 일평균 매출 감소액을 구한 뒤 영업제한·금지 일수를 곱해 총매출 감소 규모를 정하도록 했다. 여기에서 영업이익률과 인건비·임대료 비율을 따져 나온 값에 ‘피해 인정률’을 감안해 최종 손실보상액을 추산한다. 피해 인정률은 영업제한·금지가 없던 지역의 매출 감소비율을 뺀 값으로, 당초 알려진 업종별 계산과는 다르다.
예를 들면, 서울의 한 식당의 해당 기간 일평균 매출이 10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줄었다면, 일평균 매출 감소액(50만원)에 영업제한·금지기간(85일)을 곱한 4250만원이 총매출 감소액이 된다. 이 식당이 국세청에 신고한 2019년 영업이익률이 10%, 매출 대비 임대료·인건비 비율이 30%라면 4250만원의 40%인 1700만원이 손실액이다. 이어 영업금지·제한이 없었던 지역의 매출 감소율이 20%였다면, 손실액의 80%만 인정해 1360만원을 최종 손실보상액으로 인정한다.
정부 관계자는 “국세청과 중기부 간 데이터를 연결해서 개별 소상공인이 손실보상을 신청하면 바로 2019년 영업이익률과 고정비 등을 따질 수 있다”며 “개별 업체의 영업이익율을 따지기 어려운 간이사업자나 2019년 매출이 없는 경우는 해당 업종의 평균 영업이익률과 고정비율로 계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 인정률은 영업금지·제한 조처에 따른 순손실을 따지는 것으로, 명확한 기준은 8일 논의에서 최종 확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10월말부터 보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며, 손실보상 신청자 가운데 90%가 이같은 기준을 수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상공인 보호법 부칙에는 ‘집합금지, 영업제한 등 행정명령으로 인해 발생한 심각한 피해에 대해서는 조치 수준, 피해규모 및 기존의 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피해를 회복하기에 충분한 지원을 한다’고 돼 있다. 정부의 손실보상안이 이같은 취지에 부합한지는 의문이 제기된다.
우선 의료기관 손실보상은 피해액이 확정되기 전에 잠정적으로 산정한 전달치 손실액을 바로 다음달에 지급하고 있다. 반면 소상공인 손실보상은 분기별로 계산이 이뤄져 피해가 발생한지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또 의료기관에 대해선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따른 병상 확보를 위해 손실 보상을 상대적으로 후하게 해주고 있다. 수도권의 한 병원장은 “올 초 보상기준이 상향 조정되면서 흑자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을 들어 소상공인 쪽은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최근 논평을 내어 “법 제정 취지에 따라 영업손실분에 대해 100% 보상해야 하고, 매출 비교 기준도 세분화해 사각지대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예산이다. 정부는 애초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위해 지난 7월 초 2차 추가경정예산안으로 52만명분 6천억원을 마련했다. 이후 코로나19 4차 유행이 더욱 확산돼 국회에서는 이를 1조원으로 늘렸다. 하지만 중기부 관계자는 “각 지자체가 피해를 본 소상공인 숫자를 제출하고 있는데 100만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며 “1조원보다 많은 예산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최대 2조원까지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월 “필요하다면 예비비까지 동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예비비도 여유롭지 않다. 남은 예비비는 1조원 안팎으로 추산되는데, 손실보상 대상에서 제외된 여행업 등 경영위기업종도 지원할 계획이어서 예비비 소요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소상공인 손실보상은 법적 의무여서 예비비마저 모자라면 다른 예산을 전용하거나 추경으로 모자란 돈을 마련해야 한다. 이때문인지 기재부는 손실보상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정부 관계자는 “기재부는 개별 손실보상액에 최고 한도를 정하자는 입장이었는데, 다른 참석자들이 ‘주고도 비판 받을 수 있다’며 반대했다”고 말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교수(경제학)는 “애초 소상공인 손실에 두터운 보상을 약속했지만 많지 않은데다 지원받아야 할 업체가 못 받는 곳도 있다”며 “이들을 위한 예산이 모자란다면 커다란 정책 실수인 것은 물론 향후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협조에 응하지 않을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