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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선사 담합 제대로 감독 않고서 되레 “법안 꼭 통과” 읍소한 해수부

등록 2021-10-05 04:59수정 2021-10-05 20:35

‘담합 신고’ 요건 부실했음에도 문제삼지 않아 ‘면죄부법’ 논란
엄기두 해양수산부 차관. 해수부 제공
엄기두 해양수산부 차관. 해수부 제공

“(법안심사소위에서) 또 계류시키면 저희는 저희대로 문제가 되고 만약에 해외에서 조사가 들어가면 방어할 방법도 없고요. 그래서 그런 차원에서라도 소위는 꼭 통과시켜줬으면 좋겠고요.”(엄기두 해양수산부 차관)

선사 담합에 면죄부를 주는 해운법 개정안이 국회 첫 문턱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소위를 넘으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입법을 주도적으로 추진한 해양수산부에 대한 뒷말이 많다. 이번에 문제가 된 담합 신고 누락을 제대로 관리·감독했어야 할 담당 부처가 외려 사건을 무마하고 나선 탓이다. 개정안대로 제재 권한이 해수부에 완전히 넘어가면 해운업계 담합에 대한 고삐가 아예 풀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해수부는 2003∼2018년 접수된 담합 신고 서류가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음에도 이를 문제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한-동남아 항로와 관련해 해수부에 제출된 신고서는 총 19건이다. 해운법은 사업자가 담합의 내용을 해수부 장관에게 신고한 경우에 한해 담합을 허용하고 있다. 신고 내용에 문제가 있을 때는 해수부 장관이 직접 조치하거나 공정거래위원회에 통보할 수 있다. 가격 담합을 허용하는 예외 업종인 만큼 정부가 그 현황을 면밀히 감시하도록 한 것이다.

법에 규정된 것과 달리 선사들은 담합 내용을 직접 신고하지 않았다. 해운협회가 대신 신고서를 작성해 해수부에 제출했다. 해운협회는 약 160개 선사가 참여하고 있는 사업자단체다. 해운법과 시행규칙이 신고서 제출 주체를 ‘외항화물운송사업의 등록을 한 자’로 규정한 것과는 배치된다. 신고 내용도 부실하거나 사실과 달랐다. 해수부 설명을 들어보면, 선사들은 항로별로 가격을 협의해 결정하지만 해수부는 각 협약 내용을 신고받지 않았다. 큰 틀에서 합의한 내용만 신고한 셈이다.

해수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전재우 해수부 해운물류국장은 “우리 부처는 그렇게 신고해도 문제가 없다고 자체적으로 유권해석을 했다”며 “어차피 화주가 갑이기 때문에 운임 공표제든 신고제든 별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현행법에 규정된 부처의 관리·감독 의무를 주무부처의 담당 간부가 부정한 셈이다. 선사의 담합에 대한 제재 권한을 해수부가 독점하도록 하는 해운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가 높은 이유다.

입법 과정에서 해수부와 국회가 무리수를 뒀다는 평가도 있다. 무엇보다 관련 업계의 반대 의견이 국회 논의 과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한국무역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 등은 이번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의견서를 해수부와 국회에 제출했다. 특히 한국화주협의회를 산하에 두고 있는 무역협회는 공정위의 선사 담합 제재 권한을 완전히 무력화해서는 안 되며, 해운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경우 화주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그럼에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검토보고서나 법안심사소위 속기록에서는 이런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특히 검토보고서는 법안에 반대하는 업계 의견을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개정안의 일방 처리 의심이 짙어지는 대목이다. 한 화주 업체 관계자는 “(개정안은) 선사들의 담합에 대한 견제 장치를 완전히 없애겠다는 것”이라며 “왜 이런 문제에 대한 논의는 국회에서 찾아볼 수 없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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