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으로 생활고를 겪다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한 자영업자 A(57)씨의 맥줏집 앞에 고인을 추모하는 메모와 국화가 놓여있다. 연합뉴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246만명 자영업자가 832조원의 부채를 지고 있다. 1년 전보다 빚을 진 자영업자가 50만명 늘고, 부채 잔액도 132조원 증가했다.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자영업자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LTI)은 평균 357.3%로, 비자영업자보다 140.2%포인트 높다. 예를 들어 연 소득이 3000만원인 자영업자라면 평균적으로 부채가 1억710만원이라는 뜻이다.
자영업자들은 현재 대출 규모와 질을 보면, 자영업 부채 수준이 경제가 정상화되더라고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도달했다는 우려를 쏟아낸다. 이에 현장에서는 단순한 단기 상환 유예보다는 갚을 방법을 마련해달라는 목소리가 높다. 버틸 수 있는 사업장에는 상환 기간 조정과 전환 대출 등을, 감당할 수 없는 사업장에는 회생 방안과 폐업 지원 등 출구 전략을 찾아달라는 것이다.
성규선 서울 성동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주변 상인들을 보면 코로나19로 인한 대출이 평균 5000만~1억원인 것 같은데, 정부 지원이 어렵다면 빚을 우리가 갚을 테니 방법이라도 알려 달라”며 “대출을 안정적인 이자율로 묶어 장기간 상환하는 방안을 찾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출 지원의 ‘도덕적 해이’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 자영업자들은 가게를 살리기 위해 24시간 일할 마음도 있을 것”이라며 “국가가 영업을 막고 있으니 그런 부분은 고려를 해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영업자 중 몇 년 이상 사업을 유지했다면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는 것”이라며 “이런 분들은 빚을 갚고 자생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코로나19 위기의 핵심은 매출이 없는데, 고정 비용 지출은 유지된다는 것”이라며 “유동성 확보가 중요한데, 3년 거치·5년 상환 등은 너무 짧다”고 했다. 이어 “대출 거치와 상환 기간은 일반 금융 상품보다 늘려 부채 관련 목돈이 나가는 부분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또한 비은행권 차입에 대한 전환 대출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영업자들은 감당 안 되는 빚에 대해서는 별도 회생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창호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현재 정부의 금융 유예 지원은 ‘폭탄’을 뒤로 돌리는 것에 불과하다”며 “미국처럼 임대료, 인건비 등 지출 증빙이 가능한 부분을 상환금에서 감면해주는 한국형 PPP(paycheck protection program) 제도 등을 검토해 달라”고 했다.
폐업 출구를 열어줘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이 대표는 “폐업을 하면 사업자 대출 상환 압박이 곧바로 들어오는 탓에 많은 자영업자가 사업을 정리하지 못하고 추가 대출을 이어가고 있다”며 “단순히 폐업 지원금 수십만원과 재교육으로 해결되는 상황이 아니므로 관련 대책도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차남수 정책홍보본부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자 위기에 집중할 전문 조직 필요성도 강조한다. 그는 “현재는 소상공인업체가 중소기업 범주에 포함돼 소상공인 상황을 잘 반영하지 못하는 일반적인 지원이 나오고 있다”며 “소상공인 산업 특성에 맞는 전문적인 기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자영업 대출에 대해 분리된 접근을 조언한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자영업자 대출 정책은 전체 상환 시기를 유예해주는 등 획일적”이라며 “코로나19 이후 시장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사업장과 머물 수 없는 사업장을 구분해 상환 시기를 조절해야 한꺼번에 대출 충격이 몰릴 수 있는 ‘집중 위험’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업장을 구분한 후 경쟁력이 없는 자영업자는 비대면 전환 등 교육 지원을 하고, 그래도 사업 재개가 쉽지 않은 분들은 정부가 신용 회복 방안을 정비해 면책 등 사회적·재정적 영역에서 감당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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