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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단독] 자영업자 대출도 한계 왔다…대부업 의존 72% 증가

등록 2021-10-06 04:59수정 2021-10-06 15:57

올해 1분기 비은행권 대출 281조…24.4% 급증
상호저축 27%, 보험사 37.8%, 대부업 등 71.8%
자영업자들 “은행권 한도 바닥…비은행권 가는 중”
연합뉴스
연합뉴스

“최근 10개월간 받은 대출이 1억6천만원이더라고요. 은행권 한도는 어떻게든 다 끌어 쓴 거죠.”

서울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이아무개씨는 5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제1금융권은 더이상 대출이 나오지 않아 제2금융권을 알아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이전에는 가게 관련 부채가 거의 없었지만, 지난해부터 영업제한 조처로 매출이 80% 가까이 추락하는 바람에 각종 대출로 고정 지출을 겨우 막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상황이 1년 반을 넘어가면서 자영업자들의 대출 여력도 바닥이 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대부업, 사채까지 넘어간 자영업자도 많다. 서울 동대문에서 의류 도매업을 하는 김아무개씨도 월 매출이 코로나 이전 2000만∼3000만원에서 현재 100만원까지 감소한 상태다. 그는 매출이 90% 넘게 줄었는데, 물건은 선불로 들여와야 하는 까닭에 은행권은 물론 제2, 제3금융권 추가 대출까지 손을 대고 있다. 총 7000만원 대출 중 3000만원을 저축은행, 보험사, 대부업, 사채 등을 통해 빌렸다. 그는 <한겨레>에 “대출 금리가 20%를 넘는다”며 “그런데도 주변 어려운 자영업자들이 대부업 및 사채를 소개해달라고 한다”고 전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자금난에 빠진 자영업자들이 제2, 제3금융권으로 빠르게 내몰리고 있다. 올해 1분기 자영업자 비은행권 대출 잔액은 281조원인데, 전년 대비 증가율이 상호저축은 27%, 보험사는 37.8%, 대부업 등 기타는 71.8% 등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들은 자금이 계속 필요한데, 매출 감소와 대출 한도 초과로 은행권 차입이 어려워지면서 고금리 비은행권으로 넘어가는 모습이다. 은행이 막혀 제2금융권으로 가고, 이 때문에 신용도가 더욱 하락해 대부업 및 사채 밖에 못 쓰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한겨레>가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한국은행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를 보면, 올해 1분기 기준 자영업자 은행권 대출 잔액은 550조6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16.2% 증가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자영업자 비은행권 대출 잔액은 281조2천억원으로 24.4% 늘었다. 한은의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에 나오는 ‘자영업 대출’은 개인 사업자 대출이 있는 차주의 가계대출과 사업대출을 합친 것이다. 가계대출에 일부 자산 투자를 위한 차입이 존재할 수 있으나 최근 자영업 부진을 고려하면 사업 자금 용도가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비은행권 대출은 농협·신협·수협 등 상호금융회사 잔액이 205조4천억원으로 전년보다 20.9% 늘었다. 카드론 등 여신전문금융회사 대출 잔액은 22조4천억원으로 1년 동안 16.1% 증가했다. 상호저축은행 대출 잔액은 19조7천억원으로 증가율이 27%. 보험사 대출 잔액은 11조8천억원으로 증가율이 37.8%였다. 대부업 등 기타 대출 잔액은 21조9천억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71.8% 늘었다. 정부 집계에 잡히지 않는 사채, 일수 등도 현장에서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는 자영업 대출이 ‘추가 또 추가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방역 조처와 경기 악화로 매출 감소는 불가피한데, 임대료 및 재료비 등 고정 비용은 그대로다. 상황을 버티려면 계속 빚으로 자금을 충당해야 한다. 하지만 매출이 줄어 은행권 대출이 녹록지 않으며, 코로나19 장기화로 겨우 나온 대출 한도까지 다 써버린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그래서 비은행권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데, 이는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져 대출이 더욱 어려워지고 불어난 이자 부담에 상황이 훨씬 악화하는 ‘빚의 악순환’을 낳는다. 사업자로 대출을 받은 것이라 폐업도 쉽지 않다.

이아무개씨는 “자영업자들이 생존을 위해 대출을 받고 있는데, 과연 코로나19 이후 막대한 부채를 모두 상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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