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맨 오른쪽)이 지난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주요 내용' 상세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며 배석자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의 질이 올해 4월까지도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기간에 노동시간이 적고 실직 위험에 노출되는 ‘취약 노동자’가 큰 폭으로 증가한 탓이다. 반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용직 중심으로 고용이 늘면서 ‘양호 노동자’ 비중은 지난해 7월부터 팬데믹 이전 수준을 이미 회복했다.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나라 고용의 질 평가’ 보고서는 2015년 1월부터 지난 4월까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미시자료를 이용해 △종사상 지위(계약기간 없는 상용직 여부) △주당 비자발적 근로 36시간 미만 여부 △실직 위험 여부(5인 미만 사업장, 숙박·음식 및 도소매업, 단순노무 서비스직 등 지표) 등 세가지 항목에서 ‘취약노동자’를 분류했다. 두 가지 항목 이상에 해당된 ‘취약 노동자’의 취약한 정도는 코로나가 발발한 2020년 1월 기준(지수=100)에 비해 지난 4월 95.8로,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지수는 2015년 이후 줄곧 100 이상을 유지하다가 코로나 초기에 88.3까지 수직 하강하면서 고용의 질이 대폭 나빠졌다. 반면에 세 항목 어디에서도 취약으로 판정받지 않은 ‘양호 노동자’ 지수는 코로나 초기에 97.4까지 감소했으나 2021년 7월에 100으로 다시 올라서 팬데믹 이전(2018~2019년 99~100) 수준을 벌써 회복했고 지난 4월에는 102.2까지 더 높아졌다.
한국은행이 팬데믹 전후로 분석해 발표한 ‘우리나라 고용의 질 평가’ 보고서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양적 측면에서 본 고용(취업자 수)은 코로나 초기에 96.5로 대폭 감소(기준 지수 2020년 1월=100)했지만, 2021년 10월에 이전 수준(2019년 말 100)을 이미 회복하고 지난 4월(102.1)에는 더 늘어났다. 반면 ‘고용의 질’ 지수는 코로나 초기에 86.1로 대폭 나빠졌다가 점차 회복 기미를 보이고는 있으나 지난 4월(99.2) 현재에도 회복이 매우 더딘 편이다. 보고서는 “이는 취약노동자들의 고용의 질이 크게 나빠졌기 때문”이라며 “주로 비자발적 요인으로 노동시간이 부족한 노동자와 ‘매우 취약군’ 비중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웃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팬데믹 전후로 분석해 발표한 ‘우리나라 고용의 질 평가’ 보고서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최근의 고용 증가세에도 비자발적 요인(상용직 일자리 부재, 사업부진, 조업중단 등)으로 주당 노동시간이 36시간 미만인 취약노동자는 코로나 초기에 비해 1.0%포인트 높은 상태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보고서는 “최근에 계약기간이 없는 상용직 비중이 증가하는 현상도 있으나, ‘실직위험이 큰 대면서비스업’ 노동자들이 팬데믹 기간에 이미 노동시장에서 이탈했기 때문에 올해 들어 고용의 질이 개선되는 통계적 착시도 보인다”고 덧붙였다.
취약노동자를 중심으로 고용의 질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상용직 증가세에 따라 ‘고용의 질이 매우 양호한 노동자’도 함께 증가하면서 고용의 질 분포에서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2015년 기준(지수=100)으로 전체 취업자의 고용의 질을 보면, ‘매우 취약노동자’는 2022년 1~4월에 160으로 급증했고, 그 반대편의 ‘매우 양호노동자’도 113으로 늘었다.
한국은행이 팬데믹 전후로 분석해 발표한 ‘우리나라 고용의 질 평가’ 보고서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번 분석 결과에서 흥미로운 사실은 청년층(15~29살)에서는 여성과 남성의 취약노동자 비중이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지난 4월 고용통계에서 ‘다소 취약’ 노동자 비중은 남성 22.8%, 여성 22.7%로 거의 같았다. 반면 핵심연령층(30~59살)에서는 이 비중이 남성 17.7%, 여성 24.2%, 고령층에서는 남성 29.4%, 여성 41.6%로 나타났다. 핵심·고령 층에서는 여성의 취약노동자 비중이 남성보다 훨씬 높지만, 최근 새로 채용되는 청년층 고용에서는 성별 고용의 질이 평등해지고 있는 것으로 실증 분석된 셈이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