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한 회의실에서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 주최로 ‘코로나 확진 1500만, 스러진 일터의 약자. 직장인 2000명 설문 심층 분석 발표회’가 열리고 있다. 유튜브 중계 갈무리
불이익을 우려해 코로나 의심증상이 있어도 업무를 지속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이 정규직의 2배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0일 오후 1시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은 직장인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와 직장생활 변화’ 설문조사 심층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24일부터 31일까지(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2.2%포인트) 진행됐다.
이날 발표 결과를 보면, 코로나 의심증상이 있는데도 불이익 때문에 업무를 지속한 비정규직은 43.7%로 정규직(23.4%)에 약 2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코로나19 의심증상이 있거나 가족이 감염됐는데도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는 26.4%로 정규직(19.7%)보다 6.7%포인트 높았다. 코로나 의심증상이 있는데 회사에 알리지 않은 비율은 정규직 46.7%, 비정규직 56.2%로 비정규직이 9.5%포인트 높았고, 가족이 감염된 사실을 회사에 알리지 않은 비율도 비정규직(43.6%)이 정규직(27.0%)보다 16.6%포인트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황선웅 부경대 교수(경제학과)는 “코로나19 감염률 자체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는데 이러한 차이가 나오는 이유는 비정규직이 감염 확진 및 격리 조치 시 받는 경제적 불이익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사결과를 보면 비정규직은 정규직보다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불이익도 더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감염 뒤 격리로 인해 소득 감소를 경험한 비정규직의 비율은 51.6%로 정규직(23.6%)보다 약 2.2배 높았으며, 코로나19 감염 뒤 직장에서 퇴직을 강요받은 비정규직 비율도 10.1%로 정규직(1.5%)보다 약 6.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희주 가톨릭대 교수(사회학과)는 “불리한 노동조건의 감염자들은 일을 ‘안 하고 쉬는’ 것이 아니라 ‘못 해서 쉬는’ 상황에 몰린다. 노동시장에서 탈락하거나 고용의 불안정성이 심화됐다”며 “실제 설문조사 결과 여성·비정규직·비사무직·일반 사원급은 남성·정규직·사무직·관리직에 비해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업무를 지속한 경우가 많았다”고 짚었다.
권두섭 변호사(직장갑질119 대표)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재난실업수당 도입 △사회연대 조세 도입 및 고용보험료 인상 △유급병가 및 상병수당 도입 △비정규직에 대한 사용자의 책임 강화가 시급히 해결돼야 할 과제라고 주장했다.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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