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저녁 노벨위원회가 공개한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데이비드 카드 캘리포니아주립대(버클리) 교수의 사진. 카드 교수가 노벨경제학상 수상 소식을 들은 직후 노벨위원회와 인터뷰를 하던 중 그의 아내가 찍은 사진이다. 노벨위원회 트위터(@NobelPrize)에서 갈무리.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노동경제학자 데이비드 카드는 온 지구를 덮친 코로나19 펜데믹이 사회에 미친 영향에 대해 “장담하건대 20∼30년 뒤에도 우리는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가려내는 중일 것”이라고 말했다. 각종 양상을 보면 “대공황 이후 가장 심한 불황”인데도 “기적적인 회복을 보이고 있어서 이걸 해석하려면 수십년은 걸린다”는 것이다.
노벨위원회는 지난 11일 데이비드 카드 캘리포니아주립대(버클리) 교수에게 수상 소식을 전한 직후 이뤄진 짧은 인터뷰를 공개했다. 할머니의 장례식에서 막 집으로 돌아와 무척 지친 상태에서 노벨 경제학상 수상 소식을 처음 전해 들었다는 카드 교수는 “사실 지금은 좀 자고 싶다”는 농담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현실에 기반을 둔 실증 연구 대가인 카드 교수는 최근 1∼2년 사이 코로나19 팬데믹이 사회에 미친 영향에 대해 “너무 어렵다”는 대답을 내놨다. 카드 교수는 “팬더믹을 분석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너무 많은 요소가 한꺼번에 교란하기 때문에 장담하건대 20∼30년 뒤에도 우리는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가려내는 중일 것”이라며 “실업 증가나 국민총생산(GNP)의 하락을 보면 대공황 이후 가장 심한 불황이거나 어쩌면 그보다 더 나빠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 이후 거의 기적적인 회복을 보이고 있어서 사람들이 이걸 해석하려면 수십년을 애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 교수는 ‘마리엘 보트리프트’ 연구로도 유명하다. 이민자의 유입이 기존 주민의 일자리와 임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인데, 이민을 옹호하는 이들은 “이민이 임금과 실업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는 증거가 없다”며 주로 이 연구를 인용한다. 하지만 카드 교수는 이런 해석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민이) 큰 영향을 주진 않지만, 그 논문에 담긴 경고 메시지는 ‘작은 영향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내가 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이민이 현지인 임금에 아주 미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구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이건 잘 기억을 못하는데 논문에 분명 썼다”고 밝혔다. 카드 교수는 ‘이민이 현지인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기존의 통념을 연구로 깨부순 당사자이지만, 자신의 연구가 ‘이민은 현지인의 일자리에 아무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는 정반대의 통념을 만드는 데에도 반대 의견을 낸 셈이다.
카드 교수는 “사실 사람들이 이민에 반대하는 이유는 경제가 아니라 문화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전에 (앨런) 크루거와 나는 1990년대 초에 최저임금에 대한 책을 하나 썼는데, 그 뒤에 최저임금이 아주 오랫동안 제자리에 얼어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작업이 최저임금 인상을 다 막아버린 게 아닐까 추정했었다”며 농담을 던졌다. 그는 “하지만 솔직히 내 이민 연구는 이민 이슈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사실 사람들이 이민을 걱정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백인의 증가, 다른 종교·언어·인종의 증가 등 사회구성원의 변화나 문화적인 이유다. 사실 그거에 대한 논문도 하나 썼는데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며 웃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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