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현지시각) 국제통화기금(IMF) 앞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글로벌 디지털세를 도입하면 우리나라 세수가 소폭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단기적으로는 초과이익 과세권 배분(필라1)을 통해 세수 감소가 예상되지만 수년 내에 증가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홍 부총리는 13일(현지시각)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가 열리고 있는 워싱턴 디시(DC)에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한 뒤 특파원들과 만나 “필라1의 경우 수천억원 정도 세수 감소가 불가피하지만 필라2로 인해 수천억원의 세수 증가가 예상된다”며 “필라1은 단기적으로 세수 감소요인이지만 2025년부터 2030년까지는 플러스 전환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번 글로벌 디지털세 합의는 다국적 기업들에 대해 본국뿐만 아니라 시장소재국에도 과세권을 주는 필라1과 15%의 글로벌 최저한세율을 도입하는 필라2로 이루어져 있다.
필라1으로 인한 세수가 수년 내에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라는 홍 부총리의 전망은 아이티(IT) 산업과 반도체 산업의 업황 차이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필라1 대상은 ‘연간 기준 연결매출액 200억유로(약 27조원) 이상, 영업이익률 10% 이상의 다국적 기업’인데 한국에는 해당 기업이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제조사들뿐이다. 반대로 우리나라가 새로 과세권을 갖게 될 다국적 기업들은 구글과 같은 디지털 기업이 대부분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산업별 주요 기업들의 최근 매출 증가율을 바탕으로 내부적으로 동태 분석을 해본 결과 디지털 기업들의 성장세가 굉장히 빨라서, 나가는 세수보다 들어오는 세수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필라1 시행 7년 뒤부터 적용 대상 기업의 매출액 기준을 낮추기로 한 합의 내용 역시 세수 증가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번 합의안에는 2030년부터 필라1 적용 대상을 ‘연간 기준 연결매출액 100억유로(약 14조원) 이상’인 기업까지 넓히기로 되어있다. 이럴 경우 외국 디지털 기업들이 대거 필라1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지만, 한국에서는 연결매출액 100억유로, 영업이익률 10% 이상인 기업을 찾기 어렵다. 7년 뒤 우리 정부가 과세권을 갖게 될 다국적 기업보다 과세권을 내줘야 하는 우리 기업이 현저히 적다면 세수는 당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물론 디지털세로 인한 세수 ‘플러스’가 시작될 시점은 명확하지 않다. 홍 부총리가 밝힌 ‘2025∼2030년 사이에 세수가 플러스로 전환한다’는 분석은 이번 합의안에 정한 대로 2023년에 글로벌 디지털세가 시행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각국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발효 시점은 목표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벌써 미국에서는 글로벌 디지털세 다자협약 비준을 위한 ‘상원 최소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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