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값 80~120원 내릴까…다음주 초 ‘유류세 인하’ 확정할듯

홍남기 기재위 국감 출석… “다음주 중 세율 일괄 인하 검토”
26일 10~15% 인하 발표 전망…소비쿠폰·소상공인 지원책도

지난 19일 서울시내 한 주유소에 유종별 가격이 붙어 있다. 최근 국제유가가 7년 만에 최고치로 급등하면서 국내유가도 큰 폭의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월 대비)이 3%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이르면 다음 달부터 유류세와 액화천연가스(LNG) 관세를 낮출 계획이다. 정부는 이런 물가 안정 대책과 함께 소비쿠폰 재개, 소상공인 지원 대책 방안 등도 26일 발표할 계획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높은 유가가 금방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에너지 가격 급등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차원에서 유류세 인하를 짚어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음 주 중에는 조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유가 환급금 방식보다는 세율 일괄 인하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류세를 낮출 경우 문재인 정부 들어 두 번째다. 지난 2018년 11월∼2019년 5월 15%, 이후 4개월간은 7% 낮춘 바 있다. 현재 휘발유는 리터(ℓ)당 교통·에너지·환경세(529원)와 주행세(138원), 교육세(79원), 부가가치세(74원) 등 유류세 820원이 부과된다. 경유는 582원, 엘피지(LPG)는 204원이다. 기재부는 10% 혹은 15%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류세를 15% 내리면 휘발유값은 123원, 10% 내리면 82원 하락한다. 유류세 인하를 위해선 국회 심의 없이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시행령과 개별소비세법 시행령을 개정하면 돼 조속히 실시될 전망이다.

하지만 과거 유류세를 낮추고도 주유소에서 이를 제때 반영하지 않아 소비자가 체감하기 힘들다는 불만도 나왔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출고가 기준으로 가격을 낮추는데, 이를 공급받은 주유소가 인하는 늦게, 정상가 환원은 조기에 하기도 했다”며 “인하를 할 경우 현장 관리·감독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탄소 중립 정책과 배치되는 데다 고소득자에게 더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음에도 유류세 인하를 추진하는 것은 당장 물가 안정이 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같은 차원에서 가스요금을 계속 억제하는 대신 액화천연가스 관세를 낮출 계획이다. 액화천연가스는 난방 수요를 고려해 매년 10월부터 3월까지 기본 관세(3%)보다 낮은 2% 할당 관세를 적용하는데, 이를 더 낮출 계획이다. 관세 인하는 소비자가 체감할 수는 없지만 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가스공사의 부담을 낮출 수는 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정감사에서 “(관세 인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액화천연가스 관세 인하도 국무회의에서 관련법 시행령 개정을 의결하면 되는 사안이라, 조속히 시행이 가능하다.

이런 물가 안정 방안은 26일 예정된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소비쿠폰 재개, 소상공인 지원대책 등과 함께 발표될 전망이다. 기재부 또 다른 관계자는 “민생 대책으로 유류세 인하 등 물가 안정 방안을 비롯해 다른 내용도 이달 안에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는 영화·체육·공연·숙박 등 소비쿠폰을 다음 달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손실보상 대상인 영업금지·제한 업종을 제외한 경영위기 업종에 대한 대출 확대 등 지원 방안도 마련 중이다.

이정훈 이지혜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