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1 아시아미래포럼’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백기철 한겨레신문사 편집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박병석 국회의장, 김현대 한겨레신문사 대표이사, 김부겸 국무총리, 김은미 이화여자대학교 총장.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코로나 백신 불평등을 해소하려면 백신에 대한 특허권을 지금 당장 중단해야 한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국내에 잘 알려진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20일 한겨레신문사가 주최한 아시아미래포럼에서 이렇게 제안했다. 백신 특허권을 앞세운 제약사의 횡포로 저소득 국가가 백신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샌델 교수는 이날 ‘공존을 위한 대전환: 함께 만드는 미래’를 주제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아시아미래포럼 첫날 기조강연에서 ‘백신 불평등’을 능력주의의 함정에 빠진 사례로 제시했다. 그는 공공 투자로 개발된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이 제약사의 배만 불리는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샌델은 “값비싼 모더나, 화이자 백신의 특허권을 중단하면 전세계 복제약 제조사들은 모든 사람이 이용하기에 충분한 코로나 백신을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생산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기조강연에서 “그린(녹색) 경제로의 전환이 훨씬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기술개발로 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을 둘러싼 국내 기업들의 반발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과거 혁신을 통해 경제 발전을 이뤄낸 한국은 보다 적극적으로 녹색 전환에 나서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날 개막식에선 김현대 한겨레신문사 대표이사의 개회사에 이어 박병석 국회의장과 김부겸 국무총리가 각각 축사를 했다. 박 의장은 “코로나는 ‘모두가 안전하지 않으면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는 교훈을 남겼다. 글로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제적 협력과 연대에 나설 때”라고 말했다. 김 총리는 “코로나는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았다. 진정한 회복은 불평등과 소외가 해소되는 포용적 회복이 돼야 한다”고 했다. 이번 포럼의 공동위원장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새로운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좋은 제품을 만들고 고용을 늘리면 충분했지만, 지금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고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로 12번째를 맞는 아시아미래포럼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현장 참석 인원을 최소화하고 국외 연사의 강연과 대담을 온라인 화상으로 진행하는 등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는 가운데 이틀 일정으로 진행된다.
이춘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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