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채무보증 금지 제도를 우회하는 ‘꼼수’를 막기 위해 제도를 고치기로 했다. 채무보증과 유사한 성격을 띠는 총수익스와프(TRS) 같은 파생상품의 거래 규모가 증가한 데 따른 조처다.
공정위는 올해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의 채무보증 현황과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행사 현황을 분석해 26일 공개했다. 분석 대상은 지난 4월 지정된 상출 제한 집단 총 40곳이다.
상출 제한 집단 내 채무보증 규모는 감소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와 올해 연속으로 상출 제한 집단에 지정된 기업집단만 놓고 보면, 채무보증 864억원 중에서 177억원이 해소됐다. 남은 687억원은 모두 사회간접자본(SOC) 등과 관련된 채무보증이어서 공정거래법상 금지 대상이 아니다.
실질적으로는 달리 볼 여지가 있다. 현행법상 채무보증에 해당하지 않지만 채무보증과 비슷한 성격을 띠는 파생상품 등은 집계에 포함되지 않는 탓이다. 자금보충약정과 총수익스와프(TRS)가 대표적이다. 자금보충약정은 회사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다른 회사가 돈을 빌려주거나 출자하기로 하는 약정을 가리킨다. 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서 쓰인다. 총수익스와프는 매도인이 자신의 이름으로 주식이나 채권 등을 매입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손익은 매수인이 정산해주는 파생상품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금융기관의 여신과 관련된 채무보증만 규율하기 때문에 이런 상품은 금지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공정위는 내년 초 이들 사례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고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성경제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우려를 가질 수 있는 부분”이라며 “다만 (자금보충약정 등이) 워낙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다 보니 일률적으로 제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도 분명히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새로 상출 제한 집단에 지정된 기업집단의 채무보증 규모는 1조901억원으로 조사됐다. SM이 417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호반건설(3513억원), 셀트리온(3153억원), 넷마블(62억원) 순이었다. 모두 공정거래법상 금지 대상에 해당한다. 이 중 넷마블은 지난달 전액 해소했으며, 나머지 기업집단도 유예기간 2년 내에 채무보증을 해소할 계획이다.
금융·보험사의 위법한 의결권 행사는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법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상출 제한 집단 소속 금융·보험사가 국내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올해 상출 제한 집단 중에서 비금융 계열사에 출자한 금융·보험사가 있는 집단은 총 11곳이다.
이 중 7개 집단의 금융·보험사 11곳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비금융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의결권 행사 건수는 총 107회로, 이 중에서 16회(농협·카카오)는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의심되는 사례다. 이는 직전 1년간 13회에서 더 늘어난 수치다. 앞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개인회사
케이큐브홀딩스는 매출에서 금융업 비중이 약 95%임에도 카카오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성경제 과장은 “금융·보험사를 활용한 우회적 계열 출자와 편법적 지배력 확대 여부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